“택시도 서비스업, 손님이 택시 타면 손님도 좋고 나도 좋아야”

이기암 기자 / 기사승인 : 2019-05-03 12:0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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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년째 택시를 운행하고 있는 여성 택시운전사 박혜숙 씨
▲ 개인택시를 운행하는 박혜숙 씨는 울산시가 여성 택시운전사를 위한 칸막이를 설치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기암 기자

[울산저널]이기암 기자=최근 카카오카풀 등 문제로 인해 택시업계에서는 개인택시, 법인택시 할 것 없이 모두 생존권을 위협받을 것을 우려하고 있다. 아직까지도 합의점을 찾지 못해 카카오카풀 시행이 지연되고 있지만, 울산 택시업계에서도 언제 어떻게 상황이 변하게 될지 예의주시하고 있는 모습이다. 법인택시만 13년, 이후 개인택시를 하며 올해로 19년째 택시운전을 하고 있는 박혜숙씨를 만나봤다.

 

Q. 울산시에서 교통여건 개선을 위해 많이 노력하고 있지만 울산의 교통혼잡 문제는 앞으로도 해결해야 할 과제라고 본다. 이런 상황에서 종일 일을 해야 하는데 택시 운전은 언제부터 시작했나? 


일하는 것을 좋아해 보험회사, 학습지 등 여러 일을 했다. 그런데 두 일 모두 수입 측면이나 적성에 맞지 않았다. 그러다가 내가 운전을 좋아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 나는 다른 사람 차를 타면 멀미를 하는 타입이다. 그때 ‘어딜 가든 내가 직접 운전해야 되겠구나’라고 생각했고, 그렇게 해서 택시를 해보려고 생각했던 거 같다. 혹시나 몰라 버스 운전도 해볼 생각으로 대형면허도 따 놓았다. ‘오래 버티는 자가 승리자’라는 말이 있듯이, 나 역시도 오래 일하다 보니 택시업계에서 어느덧 자리를 잡게 됐다. 택시는 자기가 부지런해야 한다. 택시업계에는 ‘바퀴를 많이 굴리면 돈이 들어온다’는 말이 있다. 시외버스터미널이나 백화점 같이 기다리면 손님이 타는 곳에서 길게 줄만 서 있거나 하면 돈이 잘 들어오지 않는다. 또 장거리 손님만 태우려고 요행을 바라면 안 된다. 너무 오랜 시간 일해도 몸에 탈이 난다. 물 흐르듯이 일을 하되, 항상 손님을 태울 준비를 한다는 마음가짐으로 일해야 한다.

Q. 개인택시를 하게 되기까지 과정을 말해 달라.

택시를 한 지가 올해로 19년째인데, 법인택시를 딱 13년 몰고 개인택시를 하게 됐다. 그 13년 동안 한 회사만 다녔다. 나도 어떻게 그 오랜 기간 동안 한 회사만 다녔는지 놀랍기도 하다. 다른 회사의 대우가 좋기도 했지만, 후에 생각해보면 다 거기서 거기인 거 같더라. 그래서 기왕 일하는 거 한 곳에서만 쭉 해보자 했던 거 같다. 또 한 곳에서 오래 일하다 보니 지금도 일했던 회사를 찾아가면 사람들이 반갑게 맞아준다. 내가 처음 입사할 때는 택시업계가 위계질서가 대단했다. 그때 나보다 젊은 남자 분이랑 짝을 이뤘는데 그 사람은 키도 크고 우락부락한 몸에다 이미지도 청결과는 거리가 멀어 보였는데, 택시 하나만큼은 엄청 깔끔하게 해놓고 다니더라. 그때 새벽 4시가 교대시간이었는데, 교대 준비 전 그 추운 겨울날 택시 안과 바깥을 항상 청소해놓아야 했다. 내 딴에는 정말 완벽하게 청소하고, 택시를 인수인계할 준비를 했다고 생각했는데, 그 남자가 “아줌마, 유리가 왜 안 깨끗하오?”라고 하더라. 다 깨끗한데 유리에 얼룩이 좀 진 거 가지고 뭐라고 했을 때 서러웠던 거 같다. 왜... 남자들 군대 가서 관물대 정리 완벽하게 하고 칭찬받을 준비하고 있는데, 선임이 작은 거 하나 가지고 꼬투리 잡는 그런 거랑 비슷하다고 해야 하나?(웃음) 여하튼, 그때 제대로 택시 청소하는 습관이 들어서 지금도 내 택시는 깨끗한 편이다.

Q. 택시 운전을 하면서 기본적으로 갖춰야 할 것이 있다면 뭐라고 생각하는지?

개인택시도 서비스 업종이기 때문에, 손님들에게 최소한의 배려는 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기본적으로 몸을 청결히 하고, 택시 내부도 아주 깨끗하진 않지만 더럽고 냄새가 난다는 말을 들어서는 안 된다. 손님을 태우고 있을 때는 손님의 차를 운전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야 한다. 손님이 내 차를 탔을 땐 손님이 주인인 것이다. 열 번을 손님을 태웠는데, 아홉 번 친절해도 한 번 불친절하다고 들으면 나도 기분이 안 좋고, 손님도 기분이 안 좋은 것이다. 손님들도 장거리 가면서 한 번 좋은 느낌을 받으면, 명함을 받아놓은 뒤 다음에 또 그 택시를 이용한다고 한다. 어떤 기사 분은 정말 존경스러울 정도로 매일 넥타이 메고 깔끔하게 옷차림을 하며 택시 운행을 한다. 그 정도까진 아니지만, 적어도 서비스업이라면 그에 걸맞는 마인드를 갖춰야 한다고 생각한다.

Q. 택시 운행하면서 애로 사항이 있다면?

아무래도 여자 운전자다 보니, 새벽이나 밤늦게 남자 손님을 태우다 보면 힘든 점도 있다. 손님이 술에 취해 이런저런 말을 할 땐 맞장구를 잘 쳐준다. 하지만 사람이란 게 술이 들어가면 좋게 말하다가도 갑자기 돌변하기도 하고, 좁은 택시 안에서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른다. 그럴 때면 더 차분하게 응대를 해야 한다. 그렇다고 말을 주고받다가 갑자기 대꾸를 안 하면 또 손님은 불만을 나타낸다. 일반 가게와 같은 타 서비스업들은 보통 종업원이 여러 명이기 때문에 혼자서 감당 안 해도 된다. 하지만 택시는 내가 주인이고 무슨 일이 생겨도 스스로 처리해야 한다. 모든 서비스업이 다 그렇지만, 결국은 손님 응대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가 가장 중요하다고 본다.

Q. 카카오카풀에 대해서 말이 많았다. 정치권의 중재로 최종 합의안까지 나왔지만, 이후 더 이상 진척이 없다. 여기에 대해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솔직히 나는 카카오카풀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이나 현재 진행 상황은 알지 못한다. 생업을 지키기 위해 투쟁하다 돌아가신 분들 보면 안타깝다. 얼마나 간절했으면 그렇게까지 했겠나? 물론 시대의 흐름이라면 어느 정도 따라가는 건 맞다고 본다. 그렇지만 택시가 생계인 사람들의 입장도 충분히 고려해 줘야 한다. 정부에서 추진하는 각종 정책들이 너무 한쪽으로만 기울어서는 안 되고, 택시업계 또한 자신들의 이익만 극대화하기보다는 서로 타협점을 찾아가 하나하나씩 해법을 풀어가는 게 맞다. 택시업계 역시 불친절하다는 이미지를 벗기 위해 여러 노력들을 해야 한다.

Q. 여성 택시운전자로서 울산시에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최근 기사를 보면 택시운전사에 대한 폭행이 종종 일어나더라. 남자 운전자도 뒷자리의 손님이 주먹을 날리면 꼼짝 못하고 당하는데, 하물며 여자 운전자는 어떻겠는가? 버스는 그렇다 쳐도 택시에까지 칸막이 설치를 하는 것은 너무 과하다는 말도 있다. 하지만 요즘 세상이 옛날 같지 않아 별의별 손님이 다 있기 때문에 택시에도 점차로 칸막이 설치가 필요하다고 본다. 여성 운전자가 남자 운전자보다 상대적으로 적으니, 여성 운전자들 위주로 칸막이 설치를 해줬으면 좋겠다. 시가 우리 택시업계에 요구하는 게 있는 만큼, 우리가 원하는 것들도 시에서 하나하나씩 들어주면 서로 윈윈하게 되고 결국 그 혜택이 손님들에게 돌아가지 않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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