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망

이지숙 전국장애인부모회 울산지부 울주군지회 총무 / 기사승인 : 2020-07-09 11:5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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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모 칼럼

며칠 전 엄마에게서 전화가 왔다. “아버지 병원에 입원했어. 지금 신장 투석 받고 있어.” 기운이 다 빠진 엄마의 목소리. 또 119 구급차를 타고 응급실로 가신 모양이다. 지금은 좀 나아져서 죽을 드신다고 했다. 이제 곧 여든을 앞둔 아버지는 당뇨가 있다. 합병증으로 백혈병도 갖고 있고 수술과 입원도 여러 번 했다.
부모님 댁은 경기도 안양이다. 전에 입원했을 때는 위독해서 부랴부랴 KTX를 타고 병원에 갔다. 그땐 남편 직장이 울산이라 어렵지 않게 다녀올 수 있었지만 장애 아이를 둔 나는 아버지의 모습을 잠시 보고 다시 기차를 타야만 했다. 지금은 남편이 다른 지역에서 근무하는 지라 집에 오기도 어렵고 딸아이는 직장생활을 하니 병원에 가볼 수가 없다. 애가 타지만 그저 수시로 아버지의 안부를 물어 볼뿐이다.


몇 년 전 시아버님이 돌아가셨을 때도 나는 아이를 딸에게 맡기고 당일 오후에 서울로 갔다가 다음날 새벽에 다시 울산으로 돌아와야 했다. 자폐장애 중증인 내 아이를 맡길 곳이 마땅치 않았고 딸아이 혼자 동생을 돌보는 게 벅차다는 걸 알고 있기 때문에 부모님의 장례식에도 며칠씩 가 있을 수가 없었다.


이렇게 급한 상황에서 내 아이를 믿고 맡길 곳이 없는 현실이 안타깝고 화도 났다. 장애인의 탈시설화를 부르짖고 있는 현실이지만 나는 우리아이를 맡아 줄 전문적이고 안전한 시설이 있으면 좋겠다. 부모가 늙어 아이를 돌보기 힘들어 지거나 먼저 세상을 떠나게 되면 내 아이는 혼자서 살아 갈 수 없을 것이다.
자립을 하거나 그룹홈을 하며 살아갈 수 있는 아이들도 있겠지만 중증인 내 아이처럼 그렇지 못한 아이들도 분명히 있다. 지금의 시설이 아닌, 보다 더 안전하고 쾌적하고 인간적인 대우를 받을 수 있는 전문적인 시설들이 생겨났으면 좋겠다.


간혹 발생하는 장애 아이와 부모의 동반자살 기사를 접하면 남일 같지가 않다. 그만큼 그 가정은 절박했을 것이다. 나도 그 상황에서 예외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나는 간절히 바란다. 부모가 없는 세상에서도 내 아이가 행복하게 인간답게 살아 갈 수 있기를.


이지숙 전국장애인부모회 울산지부 울주군지회 총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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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숙 전국장애인부모회 울산지부 울주군지회 총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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