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양당 패권주의와 비례위성정당

최병문 논설실장 / 기사승인 : 2020-01-08 11:3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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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병문 정치칼럼 ‘사람세상’

21대 국회를 구성할 4월 총선이 채 100일도 남지 않았다. 이번 총선은 문재인 정부에 대한 중간평가이며, 2022년 3월에 예정된 대선에도 막대한 영향을 끼칠 것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직후 치러진 2017년 5월 대선은 예견된 ‘촛불혁명’ 수준이었고 그 기세는 2018년 6월 지방선거에서도 그대로 이어졌다. 중앙과 지방권력에 이어 이번 총선에서 의회권력까지 장악한다면 70년을 이어온 수구세력이 비주류가 되는 새로운 대한민국이 완성될 것이다. 


새해 벽두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가 정치재개를 선언하고 나섰다. 선거법 개정에 따라 ‘제3정당’의 성공 가능성이 커졌다는 판단에 따른 듯하다. 이번 총선의 경우 사상 첫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도입되고 수구세력 심판론과 함께 집권여당 심판론도 동시에 작동할 가능성이 있어서 제3, 4 정당의 국회 진입이 그 어느 때보다 더 수월해 보이는 것은 사실이다. 


2016년 총선 결과 ‘안철수 국민의당’이 38석을 얻어 20대 국회는 일단 3당 구도로 시작했다. 촛불정국과 2017년 대선에 영향 받은 정치세력들의 합종연횡으로 국민의당이 분열되면서 뜻밖의 다당제 구도가 만들어졌다. 그 덕분에 양당 구도라면 쉽지 않았을 탄핵안 가결이 성사됐고, 지난해에는 ‘4+1 협의체’를 통해 공직선거법과 공수처 설치법안의 패스트트랙 지정과 본회의 의결까지 이끌어냈다. 안철수 대표의 의도와 관계없이 다당제 정치지형이 아이러니컬하게도 대한민국 정치를 진일보시켰다.


개정된 선거법에 따르면 비례 의석 중 30석은 연동해 배분한다. 연동의 취지는 정당이 자기 정당 득표율만큼 의석을 받게 함으로써 민심의 비율대로 의석을 배분하자는 것이다. 단, 정당 득표율에 의석수를 연동시키되, 지역구 당선자로 채우지 못한 배분 의석은 절반인 50%만 보정해 주기로 했다. 가령 정의당이 정당 득표 10%를 얻는다고 하자. 정의당에 배분될 의석은 300석 정원의 10%인 30석이다. 정의당이 지역구에서 6석을 얻는다면, 모자란 의석 24석의 절반인 12석만 비례 의석에서 배분받아 총 18석 정당이 된다는 말이다. 반면에 거대 양당 중 하나인 자유한국당이 지역구에서 100석을 얻고, 정당 득표로 30%를 얻는다고 할 때, 연동형 배분 의석은 300석의 30%인 90석이다. 이미 지역구 의석이 이를 초과하므로 연동형 비례대표 30석에서는 의석을 챙길 수 없다. 나머지 ‘병립형’ 비례대표 의석 17석에서 30%에 해당하는 5석을 배분받아 자유한국당은 총 105석을 얻게 된다.


이런 계산법이 나오자 자유한국당은 가칭 ‘비례한국당’이라는 위성정당을 만들어 연동형비례대표 의석 30석을 나눠 챙기겠다고 나섰다. 자유한국당을 찍어주는 30%의 3분의 1을 ‘비례한국당’으로 옮겨 찍게 하면 ‘비례한국당’은 지역구 당선자 없이 정당 득표 10%를 얻으므로, 연동형 비례 30석에서 최대 15석까지 기대할 수 있고, 17석 병립형 비례대표에서도 1석을 챙길 수 있다. 최대 16석 정당이 새로 하나 생기는 것이다. 그리고 자유한국당은 지역구 100석에 비례대표 20%를 득표하므로, 병립형 17석 중 3석을 가져갈 것이다. 둘을 합치면, 자유한국당 총의석은 119석이 된다. 위성정당 하나를 뗐다 붙여서 14석을 늘리는 편법을 찾아낸 것이다. 


자유한국당의 위성정당 창당은 개정된 선거제 취지를 정면으로 훼손하고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나쁜 시도다. 위성정당의 위험성을 과소평가하는 측면이 있어서 뜻대로 될지도 의문이다. 위성정당과 무관하게 지지율과 지역구 의석수를 그대로 유지할 수 있고, 위성정당을 쉽게 다시 붙일 수 있다는 가정은 모두 성립하기 어렵다. 편법 위성정당 도입에 실망한 중도성향 지지자의 이탈로 박빙 지역구에서는 승패가 바뀔 수 있고, ‘바지 사장’격인 위성정당의 당수가 자기 정치에 욕심을 내거나 과도한 지분을 요구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민주주의 국가의 정당정치는 협상과 타협으로 운영돼야 한다. 차이를 좁히고 자기 몫을 줄여나가는 타협이 바로 정치적 합의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제1야당 자유한국당은 이제 거대양당 패권주의를 고집하지 말고 다양한 민심을 받드는 다당제 국회를 받아들여야 한다. 패스트트랙 법안을 통과시킨 ‘4+1 협의체’ 같은 정당 간 결합이 21대 국회를 움직여나갈 가능성이 크다. 여러 정당들이 다양한 민심을 반영하는 정당 협의체 공조는 한국 정치 문법의 의미 있는 변화가 됐다. 십이간지 첫 번째 동물인 ‘쥐’의 해 경자년 4월 15일 총선이 실시된다. 대한민국 민주주의 역사를 새롭게 쓰는 꿈, 다함께 꿀 수 있기 바란다.


최병문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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