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수에서 목수로’ 울산산촌임업희망단을 만나다

이기암 기자 / 기사승인 : 2019-10-31 11:3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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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들의 정책수다 울산저널 시민포럼
▲ 왼쪽부터 이석용 산촌임업희망단 단원, 박현미 시민기자, 정병모 단장

 

박현미 시민기자(이하 박)=박정희 정권 때 10억 그루의 나무를 심어서 그중 5억 그루의 나무가 살아남았고 그때 심은 나무가 짧은 벌기령으로 인해 전국의 많은 곳에서 개벌(모두베기)이 일어나고 있다. 나무의 나이는 10년을 기준으로 해서 영급(수목의 나이 범위의 분류와 사용을 위해 나눈 간격의 하나. 보통 10년 단위로 분류함)을 취급하는데, 숲에는 다양한 영급의 나무들이 있어야 함에도 우리 숲은 다양성이 부족하고 현재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안 되고 있는 실정이다. 또 벌채와 임도 등 산림경영의 인프라도 턱없이 부족하며, 70%에 달하는 사유림과 평균 2.2헥타르를 소유한 200만 명의 산주들이 흩어져 있다. 새로운 방식의 공유화 가능성과 협업경영 시스템, 자발적 산주 교육, 산림은행의 창설 등 보다 많은 공론화가 꼭 필요하다. 시민들의 정책수다 울산저널 시민포럼에서는 열두 번째 주제로 산림에 대한 매력을 느낀다며, 최소 30년 후 결실을 볼 수 있는 임업에 뛰어든 산촌희망임업단 정병모 단장과 이석용 단원을 만났다.

산촌 경치에 빠져 막연한 꿈만 갖고 귀산촌 결심
산림기능인 과정 교육 후 동기들과 영림단 구성


정병모 산촌희망임업단 단장(이하 정)=조선소 노동자로 35년 근무 후 정년퇴직했다. 우리가 산림에 관심을 갖게 된 배경은 그동안 정년퇴직 후의 삶을 고민하다가 귀산촌이나 귀농하는 것을 전제로 여러 교육을 받던 중에 산림에 관한 자세한 설명을 듣고 거기에 매력을 느껴 산림에 관한 공부를 시작하게 됐다. 산림일자리발전소에서 준비한 6주간의 산림기능인 양성 교육을 받고, 교육을 함께 받은 동기들과 함께 울산산촌임업희망단을 결성했다. 선도산림경영단지의 장작협동조합이라는 영림단과 울산산촌임업희망단이 공동영림단을 꾸려서 조림과 풀베기 작업을 하는 등 산림관련 일을 배우고 있는 중이다. 우리가 처음으로 접하는 산림은 상당히 열악했다. 조선소 노동자들은 흔히 위험한 작업장에 노출돼 있다고 하는데, 산림 또한 만만치 않다. 그 작업장에서 여러 요인으로 인해 중대재해도 일어난다고 들었고, 이런 중대재해를 비롯한 각종 사고 요인은 다양하지만, 이를 극복하기 위해선 정부와 각 지자체의 적극적인 지원과 산림조합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지혜를 모아야 된다고 생각한다. 이를 위해 국가와 지자체가 예산을 확보해 노동자들이 다치지 않고 일할 수 있는 안전한 작업장을 조성해줘야 한다. 국가와 각 지자체의 지원과 산림조합의 적극적인 노력들이 보태지고, 그곳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적극적인 안전 의지가 필요하다. 우리는 조선소 노동자로 살았기 때문에 각종 장비를 다루거나 위험한 작업장에서 일하는 것이 익숙하다. 노동자로 살아온 장점을 잘 살려서 우리가 처음 경험하는 산림에서 그런 도전정신과 여러 가지 경험을 바탕으로 산림 일을 잘 배워서 새롭게 도전하는 인생 2막을 멋있게 장식해보려고 노력 중이다.  

 

이석용 울산산촌임업희망단 단원(이하 이)=학원을 25년 정도 경영하다가 아무런 준비 없이 산촌의 경치에 빠져 막연한 꿈만 가지고 귀산촌하게 됐는데 현실은 녹록치가 않았다. 산촌에 들어가 조금만 노력하면 최소한의 일거리는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남자가 할 수 있는 일은 별로 없었다. 일거리라 해봤자 기술을 필요로 하지 않는 일당벌이, 가을이면 절임배추 공장, 텃밭 가꾸기 등이었다. 그런 일들만 몇 년 동안 반복하다보니 가슴이 답답해지고 심적으로 우울증도 오게 됐다. 그 시점에 마침 철수(중공업 퇴직자들을 일컫는 말)들이 귀산촌 교육 때문에 우리 마을에 오게 됐고, 나는 그 교육에 보조 일을 하면서 많은 형님들을 알게 됐다. 그렇게 해서 산림에 매력을 느끼면서 인생 제2막을 산림에서 찾자는 결의를 갖게 됐다. 영림기술교육을 6주간 받고, 졸업 후 영림단을 발족해 선도산림경영단지에 투입되면서 숲 가꾸기에 임하고 있다. 일은 만만치 않았다. 깎아진(경사진) 산에 나무를 심을 수 있을까 싶었는데 결국 다 심게 되더라. 또 어떤 산에는 뿌리를 덮을 흙이 없다. 파도 파도 전부 돌이었고, 결국 흙을 다른 곳에서 퍼 와서 다 심었다. 그렇게 나무심기를 다 끝낸 후 7월부터 풀베기 작업에 들어갔다. 그냥 서 있기도 힘든 악산에 예초기를 메고, 안전장비하고 물 한통 짊어지고 작업했다. 막상 풀베기지만 대부분 풀이 아닌 관목과 가시덤불 등을 제거하는 작업이다. 이런 것들을 다 제거해야 숨어있던 편백나무가 햇볕을 받을 수 있다. 예초기를 밀면서 길을 뚫었다. 첫날 작업 내내 많은 고민을 했다. ‘과연 버틸 수 있을 것인가?’ 그때 우리 형님들의 표정을 생각하며, 막내인 나도 이런데 우리 형님들은 어떨지 생각했다. 올해는 훈련기간이라 숙달이 덜 된 부분도 있다. 좀 단련된 후 내년부터는 우리가 직접 일을 맡아서 하면 좀 더 수월해지지 않을까 생각한다.


=1997년 IMF 이후 숲 가꾸기 공공근로사업으로 일자리 10만 개가 창출됐으며, 2000여 개의 산림법인과 2만여 명의 산림노동자가 생겨났는데, 이제는 행정 중심의 숲 경영에서 자발적 산림경영 주체의 육성과 독자적인 사업을 할 수 있는 요건을 갖추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기존 기득권층의 반발이나 장애물도 분명히 있을 듯한데?

산림법인 많지만, 제대로 된 산림일자리 많지 않아
식사나 장비, 모두 개인이 준비해야...지원 필요해


정=산림 분야는 생소하고 경험도 별로 없었다. 그런데 속을 들여다보니 국가 정책에서 산림 분야에 대한 관심과 지원이 열악했기 때문에 산림에서 일하는 조건들(노동조건)이 우리의 기대에 못 미치는 거 같다. 또 노동자 뿐 아니라 사업을 시행하는 사업자조차도 상황이 열악하게 됐다. 이런 부분은 앞으로 정책적으로 보완돼야 할 것이다. 산에는 적절히 쉴 곳도 없고 작업 준비도 노동자가 직접 해야 하는 처지다. 우리는 작년 영림과정 교육을 마치고 영림단을 구성해 얼마 전 사회적 협동조합을 결성했다. 지난 7월 산림청으로부터 등록증을 받았고, 현재 사업자등록을 준비하고 있는 중이다. 또한 조만간 있을 공모에 참여해 예비사회적기업으로 한 발짝 전진하고, 좀 더 시간이 지나 경험이 쌓인다면 사회적기업으로 갈 생각이다. 2000여 개의 산림법인과 2만 여의 산림노동자가 있다고는 하지만, 실제 산림 현장에서는 제대로 된 일자리가 그렇게 많지는 않은 거 같다. 새 정부 들어 산림에 대해 관심이 높아지면서 일자리가 늘어날 것이라 생각하지만 현재까지 가시화되지 않은 거 같다. 다만 내년부터는 사업 예산들이 확충돼서 일자리가 늘어나고 예산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다. 그동안 국가 정책이나 예산 부족으로 방치됐던 우리나라 산림을 제대로 가꿔서 후손에게 물려줄 수 있도록 산림을 조성하는 것이 우리 역할이라고 본다. 정부의 산림 지원 정책을 보면, 이윤을 보거나 일자리 창출을 위한 선택적인 지원 위주로 가는 거 같다. 일자리 창출도 물론 중요하다. 하지만 산림은 우리 생명과 삶의 질을 위해 절대적인 필수 자원이다. 누구에게나 선보일 수 있는 울창한 숲으로 만드는 데 우리의 정성이 보태지고, 국가와 산림조합, 산림과 관련된 여러 단체들의 노력이 보태져서 전 세계에 내놔도 부끄럽지 않는 숲을 만드는 데 열심히 노력할 것이다. 우리의 일에 조금이라도 힘을 보태고 싶다면 언제나 환영이다.


=매일 아침 일어나면 커피 한 잔, 빵 한 조각 들고 밖에 나간다. 백운산을 바라보며 아침을 먹는데, 늘 경치만 느껴졌던 백운산 자락을 보다가 직접 올라가서 산림 일을 해보니 만만치 않더라. 그늘은 물론이고 편하게(평평한 장소가 거의 없다) 쉴 장소가 마땅치 않다. 또 식사나 장비 등 일하기 위한 모든 것을 개인이 준비해야 하고, 하물며 예초기 날까지도 지원이 안 된다. 우리의 최소한 바람은 산에서 쓰이는 모든 장비는 마땅히 다 지원돼야 한다는 것이다. 식사도 점심을 전담하는 아주머니를 고용해서 미리 준비가 되고, 식사가 끝나면 잠깐이라도 누워서 쉴 수 있는 시간을 가졌으면 하는 게 소소한 바람이다.  

 

=산림의 효과는 미세먼지 저감을 비롯해 홍수와 가뭄 같은 재난에 대비할 수 있고 나아가 도시민들의 삶의 질에도 많은 도움이 되는데, 아직까지는 제대로 된 관리와 지원이 부족한 게 현실이다. 그럼에도 산림이 주는 공공성에 공감해 자체 교육 등 자발적인 모임을 하고 30년 후에는 결실을 볼 것이라는 생각으로 임업에 뛰어든 두 분과 울산 산촌임업희망단에 박수를 보낸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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