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신> 초반은 신선해도 후반이 폭주하면

배문석 / 기사승인 : 2019-08-29 11:3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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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덕후감

오컬트 장르 공포영화 늦여름 개봉

인간의 숨겨진 욕망을 자극하는 감정인 공포영화는 개인과 사회를 넘나들며 원초적인 감정을 건드린다. 그 중 오컬트 영화는 불가사의한 자연현상, 악령과 귀신 그리고 퇴마 의식 등을 다룬 것이다. 1973년 <엑소시스트>가 전설처럼 등장한 후 공포영화 중 단골 메뉴가 됐다. 최근에는 <컨저링> <애나벨> 시리즈가 상대적 저예산 영화임에도 괜찮은 흥행을 거두고 있는데 우리 관객들 중에도 고정 팬을 넓히고 있다. 

 


우리 영화 중 오컬트 영화로 기대를 받은 작품은 <검은 사제들>(2015)이다. 그리고 다음 해 <곡성>(2016)이 연이어 흥행하면서 ‘한국형 오컬트’라는 말도 자연스럽게 나왔다. 서양의 오컬트가 기독교와 악마라는 이분법 대결이라면 우리는 선악의 구분이 겹치고 굿과 무당 같은 무속신앙도 버무려졌기 때문이다. 


올해는 벌써 세 작품이다. 봄날에 <사바하>, 공포영화가 돋보이는 여름에 <사자>에 이어 <변신>이 개봉했다. 앞 작품이 불교를 가져와 새로운 분위기를 풍겼다면 최근 두 작품은 악령을 퇴치하는 천주교 신부 구마(驅魔)사제를 등장시켰다. 그런데 <변신>은 퇴치할 악마가 사람 속에 들어가는 것을 넘어 아예 변신해서 나타나며 한 발 더 나간다. 

 


주인공 중수(배성우)는 구마에 실패해 살인죄로 기소당한 신부다. 강구(성동일)는 그런 동생을 감싸 안는데 악마가 그의 가족으로 변신해서 들어온다. 인간 사회의 가장 기본단위인 가족끼리도 서로 믿지 못하는 상황은 감독이 고른 핵심 설정이다. 엄마 명주(장영남)와 맏딸 선우(김혜준)로 변한 악마는 둘째 딸 현주(조이현)를 위험에 빠트리고 급기야 강구와 준수로까지 변한다. 


이젠 가족끼리 그리고 관객들도 누가 악마인지 모르는 상황이 중반까지 흥미진진하게 이어진다. 그러나 문제는 후반부에 발생한다. 이야기가 폭주하면서 기대했던 긴장감과 반대로 수습하기 어려운 난장판 수준까지 등장한다. 초반부 신선한 출발과 2층집을 최대한 활용해서 만든 스산한 공간 연출 등 매력적인 장면들이 한꺼번에 사라져 안타까웠다.

 


결국 한국 공포영화가 가지는 장단점을 다 보여주는 셈이다. <변신> 전반부가 구마의식 연출로 주목을 끈 후 가족과 집이라는 공간을 섬세하게 그린 것은 장점이다. 그러나 기괴하고 섬뜩한 장면들만 나열하는 것으로는 다 채울 수 없는 것을 이 영화 후반부가 여실히 보여준다. 

 


그럼에도 배우들의 열연은 즐길만하다. 생활연기 달인인 성동일은 공포도 잘 소화했다. 특히 장영남은 연기 변화의 폭이 커 뒤로 갈수록 소름 끼칠 만큼 잘 어울린다. 사제복이 제법 잘 어울리는 배성우와 두 딸도 빠지지 않는 연기를 보여준다. 더구나 각자 따로 놀지 않고 좋은 연기 합을 보여줘 이야기 전체를 버티는 힘으로 작동했다.


배문석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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