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의 미래형 통합학교를 꿈꾸며

배성우 두광중 교사 / 기사승인 : 2020-07-02 11:3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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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톺아보기

올 초, 나는 내가 살고 있는 마을의 작은 농촌 중학교로 전근을 왔다. 동네에서 오며가며 스쳤던 아이들을 학교에서 만나게 되고 마을 이웃 분들의 자녀를 직접 가르치게 돼 설렘 반 걱정 반으로 출발했다. 교장선생님을 비롯해 여러 선생님들께서 아이들 한 명마다 관심을 기울이면서 애정을 쏟고 있는 점은 무척 인상 깊었다. 거의 1000명에 가까운 학교에서 근무하다가 전교생 50명인 학교를 접하니 학교가 참으로 정겨웠다. 코로나19로 인해 석 달이나 늦게 만나게 된 아이들도 순박했다. 그런데, 몇 달 지나다보니 조금씩 교육환경이 눈에 밟히기 시작했다. 아쉬운 점이 많이 보인다.


그 중에서 시설적인 면에서 부족한 점이 많았다. 도서실이 좁아서 책이 복도에 나와 있고 강당이 없어서 날씨가 안 좋은 날에는 체육을 할 수가 없으며, 아이들이 마음껏 춤출 수 있는 무대도 없어서 급식실 한 쪽에 조그마한 무대를 마련해두고 있는 실정이다. 학생 자치실, 학생 휴게실 등은 물론 없다. 아이들의 성장에는 다양한 요인들이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한다. 그 중의 하나가 공간이다. 공간의 중요성을 잘 알기에 울산교육청에서는 작년부터 학교공간혁신사업을 진행하고 있고 이 사업에 대해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 학교 아이들은 소규모 학교인 관계로 아이들이 성장하는 가운데 누려야할 공간적 혜택을 누리지 못하고 있다. 이것이 나는 무척 안타깝다. 학생 수 감소로 인해 비슷한 처지에 놓인 초등학교가 우리 학교 근처에 있다. 이 초등학교도 여러 고민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우리 지역뿐만 아니라 많은 농어촌지역 소규모 학교는 학생 수 감소와 시설의 낙후로 인해 고민을 하고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도시학교에 비해서 학생 수가 너무 적다보니 시설에 더 투자해달라고 요청하기도 어렵다. 그렇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우리 아이들은 열악한 교육시설 속에서 이렇게 계속 생활해야만 하는 것일까? 


다른 대안은 없는 것일까? 나는 다른 교육청(서울 해누리 초중학교, 충남교육청 정산중학교)에서 최근 관심을 보이면서 추진하고 있는 미래형 통합학교를 대안으로 제시하고 싶다. 미래형 학교가 정확히 어떤 학교의 모습을 갖춰야 하는지 명확하게 정의를 내리기는 어렵다. 하지만 다른 교육청에서 추진하고 있는 학교들의 면모를 통해 윤곽을 잡아보자면 초등과 중등, 중학교와 고등학교, 초중고를 묶어 하나의 교육과정으로 편성 운영하면서 적정 학급과 학생 수의 규모를 갖추고 부대시설을 미래 교육 환경에 맞게 확충한 것이 미래형 통합학교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미래형 통합학교가 단순하게 시설만 공유하는 물리적인 수준에서 통합되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교육 과정 중심으로 초중과 중등, 더 나아가 고등까지 연계돼 미래 사회에 대비하는 새로운 교육 과정을 구축하는 것을 포함하는 것이다.


미래형 통합학교가 되면 무엇이 좋을까? 통합학교가 되면 미술실, 도서관, 음악실, 급식실, 행정실, 강당, 운동장, 학생회실 등의 시설을 공동으로 사용할 수 있고 버스 운행을 효율적으로 할 수 있으며 중복된 인력을 조정해 인력낭비를 줄일 수도 있다. 그리고 중복요인을 줄임으로 인해 아낀 비용을 학생들에게 더 투자해 농어촌 소규모 학생들이 더 나은 교육환경 속에서 학교생활을 할 수도 있다. 물론 교육과정도 더 미래지향적으로 구성하게 될 것이다.


마을과 함께 교육을 생각하고 지역 사회의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미래형 통합학교가 울산에서도 진지한 고민과 논의 끝에 하나의 모범 사례로 만들어지면 좋겠다. 이대로 가다보면 자꾸 농어촌의 소규모 학교가 하나둘씩 사라질 것 같다. 학교가 사라진다는 것은 마을의 역사와 추억, 마을의 성장가능성도 사라지는 것을 의미한다. 출산율 감소로 인해 학생 수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작은 학교를 살리는 동시에 적정 규모의 학교를 유지하고 질 높은 교육을 제공할 수 있는 방안 중의 하나가 미래형 통합학교라고 생각한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우리는 너무 작은 학교와 너무 큰 학교에 대한 고민을 해야 한다. 다행히 울산교육청에서는 이 점을 잘 알고 있기에 코로나19 이전부터 이미 적정규모 추진팀을 구성해 노력하고 있고 코로나19 이후의 교육에 대해서도 깊은 고민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작은 학교 관계자와 학부모, 지역 주민, 교육청이 머리를 맞대고 앉아 진지하게 미래형 통합학교에 대해 논의할 수 있길 기대해본다.


배성우 두광중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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