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는 미처 몰랐어요

이영미 평화밥상 안내자 / 기사승인 : 2019-03-27 11:3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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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밥상

예전에는 미처 몰랐어요. 세상에서 아무리 작은 동물이라도 자유롭게 살도록 하여야 한다는 것을요. 내 맘대로 다른 동물들을 괴롭힐 권리가 없다는 것을요.


15년 전 숲속아파트에서 5~7세 아이들을 유치원에 보내지 않고 품앗이육아를 했던 엄마들이 15년 후에 카톡방에 모였습니다. 그 때 그 시절을 떠올리며 품앗이육아일지를 펼쳐보니 얼굴이 화끈거리며 부끄러웠습니다. 어느 날에 아이들과 잠자리채를 만들어 방아깨비잡기를 하고서는 <개구리네 한솥밥> 동화책을 읽어주었더군요. <개구리네 한솥밥> 동화책은 백석의 동화시를 그림책으로 펴낸 것입니다. 형네 집으로 양식을 구하러 가던 개구리가 반딧불이, 개똥벌레, 방아깨비 등등 작은 동물들을 도와주는데, 양식을 얻어 오는 길에는 개구리에게 도움을 받았던 동물들이 다시 개구리를 도와주어서 모두 다 같이 한솥밥을 나눠먹는 따뜻한 이야기입니다. 다른 종들이 먹이사슬, 약육강식의 세상이 아니라 서로 돕고 사는 세상 이야기인 거죠. 사람은 작은 동물들을 함부로 잡거나 가지고 놀면서 종이 다른 동물들이 서로 돕고 살아가는 따뜻한 세상을 꿈꾸었던 거죠. 채식을 하기 전에는 동화책 내용과 내 생활을 연결해서 보지를 못했던 거지요. <개구리네 한솥밥>이라는 동화시를 쓴 백석 시인도, 그것을 그림책으로 표현한 작가도 채식주의자나 채식인이 아니었던 걸로 알고 있습니다. 그들도 참 따뜻한 마음을 가진 사람들이었는데 그 사랑이 인간중심이었던 거죠. 청년시절부터 내내 간디와 톨스토이의 책들을 가까이 하며 흠모하였지만 그들이 비폭력, 평화의 세상을 염원하며 채식의 중요성을 강조하였다는 것을 채식인이 되고서야 알았습니다. 채식인으로 살아가면서 세상을 다시 보게 된 거죠. 예전에는 미처 몰랐어요. 채식이 평화라는 것을요.


강아지들 밥그릇에 담긴 현미밥을 참새들이 와서 먹는 모습이 자연스러워 보입니다. 밭에 심은 채소들을 고라니가 뜯어먹고 가면 조금 아쉽기는 하지만 밉지가 않습니다. 채식하기 전에는 처마 밑 곶감이 나와 아이들 그리고 손님들을 위한 것이었지만 이제는 강아지들의 주요한 간식거리입니다. 나와 내 가족 그리고 다른 사람들을 위해서 먼저 먹을거리를 챙기지만 다른 동물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듭니다. 그래도 그들을 일부러 해치거나 괴롭히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음에 미안한 마음을 조금이나마 덜어내려 합니다. 예전에는 미처 몰랐어요. 모든 생명이 맛있는 것을 먹을 권리가 있다는 것을요.


채식평화연대에서 한 달에 한 번 준비하는 ‘환경평화밥상’을 위하여 쑥을 뜯고, 돌나물을 뜯고, 삼잎국화잎을 뜯고, 찔레순을 따고, 진달래꽃을 따면서 햇살과 바람을 맞으며, 새소리를 들었습니다. 평화의 염원을 밥상에 담았습니다. 환경평화밥상을 찾은 울산 노옥희 교육감님께서 학교급식을 선택급식으로 하는 시범학교를 만들어 비만과 아토피로 고생하는 아이들이 찾아갈 수 있도록 노력해 보겠다고 하셨습니다. 참 고맙습니다. 더 나아가 비만과 아토피가 아니어도 생명사랑과 환경을 생각하며 채식을 선택하는 모든 사람들이 존중받는 사회가 되기를 바랍니다. 예전엔 미처 몰랐어요. 급식은 인권의 기본으로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을요.

봄나물 생무침


돌나물, 찔레순, 삼잎국화, 미나리 등등 생으로 먹을 수 있는 푸른 잎들.
사과, 소금, 식초, 생강가루, 매실발효액, 깨소금

1. 생으로 먹기에 무난한 봄나물들을 물에 헹구어 물기를 뺀다.
2. 사과를 깨끗이 씻어서 껍질째 채 썬다.
3. 준비한 양념으로 1의 재료들을 살짝 무친 후에 2의 채 썬 사과를 넣어 버무려준다.

이영미 평화밥상 안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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