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한 놈만 패기로 했어요”

이은미 6.15공동선언실천남측위원회 울산본부장 / 기사승인 : 2020-07-22 11:3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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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

“우린 딱 한 놈만 패기로 했어요, 한미워킹그룹.” 지난 7월 1일 6.15 울산본부가 지역 각계각층 단체와 모임에 제안한 ‘남북관계 위기극복과 공동선언 전면이행을 위한 울산시민 1만인-200단체 시국선언’을 들고, 자신이 속한 모임에서 토론하고 난 활동가가 한 말이다.


<주요소 습격사건>이란 영화였을 것이다. 제목 그대로 주요소를 휩쓰는 한바탕 소동을 벌이고 난 후 주요소 직원인가가 패싸움에서 이기는 방법을 묻자 유오성이 한 말 “난 한 놈만 패.” 그때는 단순하고 무모한 그의 표정과 말투 때문인지 어리석게조차 느껴졌던 그 말을 이후 심심찮게 쓰기도 했다. 특히, 복잡한 정세, 산적한 과제 속에서 무엇을 해야 할지 머리 아플 때, 농담 삼아 “한 놈만 패자”면서 그 한 놈이 가장 만만한 놈일지, 가장 센 놈일지 하며 한바탕 웃곤 했던 것이다.


결론은, 그 한 놈은 싸움의 본질을 가장 집약적으로 내포하고 있거나 드러내주는 핵심이어야 할 것이며, 그를 집중 공략함으로써 적의 전력에 치명적 타격을 주고 승기를 잡을 수 있는 ‘놈’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5월 말 탈북민단체의 대북전단 살포로 촉발돼 6월 4일 김여정 부부장의 대남담화 발표, 6.16 개성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 개성과 금강산 등 접경 일대의 군병력 재배치를 포함한 군사행동 등 남북관계와 한반도 평화는 일촉즉발의 상황으로 치달았다. 다행히 6월 23일 북이 중앙군사위원회 예비회의에서 ‘군사행동의 유보’를 발표한 후 잠시 탐색기(?)를 지나고 있지만 여전히 한반도는 위태롭기만 하다.


지난 두 달여 남북의 대립과 긴장, 언제 군사충돌이 일어날지 모르는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사태의 본질에 대한 진단과 해법으로 한반도는 술렁였고 몸살을 앓았다. 아니 그 몸살은 지금도 진행 중이다. 여러 가지 문제가 복합적으로 얽혀있지만, 현재의 남북관계 위기는 남북 사이 약속의 불이행이 낳은 결과라는 것이 분명해졌다.


2018년 판문점 4.27 선언과 평양 9.19 선언 그리고 군사분야합의서까지 내놓으며 남북의 평화번영과 통일의 새 시대를 선언하고 그 어떤 어려움이 있어도 뒤돌아가지 않겠다던 문재인 대통령의 약속이 하나도 지켜지지 않았다는 사실이 속속 드러났다.


그리고, 어쩌면 당연하게도 바탕에는 미국의 대북적대정책과 남북관계의 방해, 간섭이 끊임없이 작동했다는 것, ‘자주와 민족공조’가 아닌 ‘한미동맹’을 중심에 둔 정책이 결국 남북관계를 파탄냈다는 것을 이제, 이제 와서야 많은 사람이 말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드디어 우리는 ‘한미워킹그룹’이라는 괴물을 마주하게 됐다.


‘9월 평양공동선언’으로 남북관계가 급진전하자,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강경화 외교부장관에게 전화해 “누구 맘대로 그런 합의를 하느냐”고 호통을 치고 트럼프 미 대통령은 “그들(한국)은 우리(미국)의 승인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말로 문재인 정부를 압박했다는 것은 이미 널리 알려져 있다. 그리고 바로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방한, 차관보 주제에 당시 남북정상선언 이행추진위원장이던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을 비롯해 강경화 외교부 장관, 조명균 통일부 장관,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 평화교섭본부장, 윤건영 국정기획상황실장을 차례로 만나 한미워킹그룹 구성을 단방에 합의해 버렸다(단방에 합의라고 하지만, 한국정부가 미적대자 미국이 일방적으로 발표해 기정사실화해버렸다). 탄생 시기, 탄생과정부터 의도가 명백한 괴물인 것이다. 


한미 공조를 위해 만들어졌다지만, 미국이 남북 교류·협력 속도를 낼 수 없도록 사사건건 간섭하고 통제하는 ‘제2의 조선총독부’라 불릴만하다. 더욱 기가 막힌 것은 국가 간 협의기구를 만들었는데, 외교부 등 관계기관 어디에도 합의문서가 없고 운영방식이나 규정 등 문서화된 게 하나도 없다는 것이다. 실체가 없는 조직인 것이다. 


이제 답은 분명해졌다. 남북관계를 이토록이나 위태롭게 만든 주범, 사사건건 우리를 간섭하고 방해하며 평화도, 자주권도 유린하는 핵심 요체 ‘한 놈’만 제대로 패자. 


이은미 6.15공동선언실천남측위원회 울산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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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미 6.15공동선언실천남측위원회 울산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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