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남자 이야기

송영주 심리상담사/미술치료사 / 기사승인 : 2022-01-10 00:0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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쏭쏭샘의 심리로 마음 들여다보기

그는 40대의 미국 교포 남자다. 부모가 먼저 미국에 가서 자리를 잡은 후 누나가 13살, 그가 10살 되던 해 미국으로 갔다. 10살, 아무도 아는 이 없는, 영어도 할 줄 모르던 그는 미국으로 떨어졌다. 말을 할 수 없었던 그는 학교에 갈 때마다 긴장했다고 한다. 그래서 자신도 모르게 손톱을 물어뜯어서 손톱이 성할 날이 없었다고 한다. 그런 그를 그의 아버지는 남자답지 못하다, 약하다는 말로 나무라며 가끔씩 야구 배트로 엉덩이를 때렸다고 한다.


그의 어머니와 아버지는 미국에서 같이 공부하게 됐는데, 어머니의 학업 역량이 뛰어나 아버지는 열등감이 있었다고 한다. 외할머니도 같이 지냈는데 외할머니가 그의 아버지를 탐탁지 않게 여겼다고 한다. 아버지의 열등감과 분노는 그를 향해 표출됐다.


어머니는 자신의 공부와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지 못하는 남편이 못마땅했다. 그리하여 자신의 현실적인 문제를 해결해줄 사람으로 그의 누나를 선택했다. 누나는 부모의 기대에 부응해 미국에서 의사가 됐다. 지금까지도 미혼으로 부모의 생계를 책임지며 살고 있다.


그는 외할머니의 사랑을 독차지하며 자랐고, 어머니의 욕망과 누나의 그늘 그리고 아버지의 열등감 때문에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지 못했다. 그의 내면에는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과 원망, 누나에 대한 동경과 그리움, 아버지에 대한 연민과 분노가 자리 잡았다.


그에게는 좋은 머리가 있었다. 누나만큼은 아니지만 그는 자신의 재능으로 좋은 대학에 입학했고, 월가에 있는 증권회사, 라스베가스 부동산 회사를 거치면 경제적인 독립을 이뤄나갔다. 하지만 그는 그 누구에게도 의지하지 못하고 정착하지 못했다. 그는 많은 여자를 만났다. 스스로가 자신을 카사노바라고 얘기했다. 그런 그도 처음에는 카사노바가 아니었다. 


그의 첫사랑은 미국 상류사회에 속한 여성이었다. 그는 아직도 그녀가 왜 자신을 사랑했는지 모르겠다고 한다. 첫사랑과의 이별이 두려워 그는 기를 쓰고 월가의 증권사에 입사했다고 한다. 그와 그녀는 서로에게 첫사랑이었다. 그의 일 때문에 떨어져 있는 시간도 많아지면서, 자신의 미성숙으로 이별하게 됐다고 한다.


그 후 그는 어떤 여자에게도 정착하지 못하는 카사노바가 됐다. 어린 시절 어머니의 욕구를 충족시키고 사랑받고 싶었던 좌절의 경험이 되살아나, 자신은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을 만족시켜주지 못할 거라는 생각을 하게 되면서 그 어떤 여자도 만나지 못하게 된 것이다.


40대 중반이 되어 그런 그에게 지금의 그녀가 다가왔다. 그녀는 그의 아픔과 상처를 이해했으며, 그가 받지 못했던 어린 시절의 사랑과 기대, 지원을 해줬다. 비로소 그는 그녀에게 정착할 수 있었다. 그녀에게 자신의 모든 것을 보일 수 있었으며, 비로소 그녀와 함께 정착할 수 있었다. 결혼 전 그는 상담실에서 나를 만나 자신의 어린 시절과 그녀, 그녀와 그리는 미래, 자신의 재능과 아픔, 자기 삶에서의 빛과 그림자를 얘기해줬다.


그를 보며 중년이 되면 찾아오는 빛과 그림자, 남성 안에 있는 여성성인 아니마가 떠올랐다. 아니마란 융이 말한 남성 안에 있는 여성성으로, 남성의 내면에서 감정적인 기능을 담당하는 곳을 말한다. 융은 이런 아니마를 생명의 원형이라고 묘사했다. 남자가 생명력이 넘친다면 그것은 그의 내면에서 아니마가 작동하기 때문이다. 아니마와 연결되지 않은 남자는 정서적으로 둔해지고 생기를 잃으며, 이는 중년의 시기에 우울증의 증상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이러한 우울증은 최근에 생겨난 병이 아니며, 과거 원시 시대에는 이런 증상을 영혼의 상실(loss of soul)이라고 불렀다.


융은 남자의 심리가 발달함에 따라 4단계의 서로 다른 아니마를 거친다고 한다. 첫 번째 단계는 이브로서, 변함없이 양분과 안전과 사랑을 제공해주는 아니마의 모습이다. 이런 종류의 아니마를 가진 남자는 곁에서 다정하게 돌봐주는 여자가 없으면 제대로 활동하지 못하며, 자신을 돌봐주는 여자의 지배를 받으며, 성적 욕망을 잃고 발기부전으로 고생하기도 한다.


두 번째 단계는 그리스 로마 시대 미녀인 헬레네로서, 매료당하는 섹시한 여성의 이미지를 갖고 있으며, 이런 아니마의 지배를 받는 사람은 돈 주앙 같은 카사노바가 된다. 그는 반복해서 성적인 모험 속으로 뛰어들며, 어떤 여자를 만나도 관계가 지속되지 않는다. 그 이유는 어떤 여자도 그의 무의식 속에 있는 이상적인 여성상의 모습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


세 번째 단계는 마리아다. 마리아의 아니마는 종교적인 감정을 갖고 있으며, 이성들과 순수한 우정을 나눌 수 있는 능력으로 나타난다. 이런 종류의 아니마를 가진 남성은 여자에게 자신의 욕구를 투사하는 대신 그 여자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볼 수 있으며, 자신의 성과 삶도 통합돼 있기 때문에 성욕과 사랑을 구별할 수 있고, 오래 지속되는 관계도 맺을 수 있다.


네 번째 단계는 소피아다. 소피아는 성경에서 지혜로 나타난다. 이 아니마는 자기 내면의 삶을 이해하게 만들고, 자기 삶의 철학적인 주제와 의미를 찾고 싶어 하는 욕구로 나타난다. 소피아는 예술가의 삶에 나타나는 창조성을 발휘하게 하는 뮤즈이며, 이런 아니마를 가진 남성은 열정적인 삶을 살게 된다. 


이론적으로 볼 때 한 남자의 아니마는 나이가 듦에 따라 순차적으로 4단계의 발달단계를 밟게 되며, 그가 가진 잠재력이 다 소모됐을 때 즉 자기 자신을 내부 환경과 외부 환경에 새롭게 적응시킬 필요가 있을 때, 내면은 다음 단계의 아니마를 발달시킬 수 있도록 자극한다.


그렇기 때문에 한 남자는 인생의 각 시기마다 다른 아니마의 이미지를 갖는다. 그가 당시에 어떤 아니마 상을 갖느냐는 그의 의식적인 태도에 어떤 요소가 결핍돼 있는지에 따라 다르다. 그의 무의식 속에 있는 아니마는 그의 의식이 결핍된 부분을 보충하려고 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의 아니마는 이브에서 헬레나를 거처 마리아와 소피아를 향해가고 있었다. 앞으로 그의 아니마는 그의 내면과 외부 환경에서 새롭게 적응할 수 있는 것들을 자기 내면과의 대화를 통해 찾아갈 것이다. 그의 영혼이 그 자신이 되어 살 수 있는 그만의 삶을 찾아가길 응원한다.


“진정한 치유는 자기 자신이 되는 것이다.”(칼 구스타프 융)


송영주 심리상담사/미술치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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