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총장은 좌고우면하지 말고 장관의 지휘사항을 따르라

최병문 논설실장 / 기사승인 : 2020-07-08 11:2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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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단/정치·시사

소위 ‘검·언유착’ 의혹 수사와 관련한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지휘권 행사에 대한 전국검사장회의 다수의견이 6일 윤석열 검찰총장에게 보고됐다고 한다. 윤 총장이 의견 수렴 명목으로 고검장들과 검사장들을 소집한 회의에서 나온 다수의견은 ‘검찰총장이 전문수사자문단 절차를 중단하되 독립적인 특임검사 도입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추 장관의 ‘문민통제’를 윤 총장이 거부할 명분을 실어준 형국이다. 


윤 총장은 ‘합리적 절차’를 빙자해 수사에 직접 개입하고, 자신의 최측근 검사장이 연루된 사건에 대해 ‘수사 지휘를 금지’한 법무부 장관의 지휘권 행사에 항명함으로써 ‘검찰은 문민통제의 대상이 아니다’는 제왕적 태도를 보였다. 


MBC 보도를 통해 본격 제기된 소위 ‘검·언 유착’ 의혹은 ‘윤석열 검찰’이 4.15 총선을 앞두고 보수 종편과 유착해 여권 핵심인사인 유시민 이사장을 엮는 정치공작을 벌였다는 것이 실체다. MBC가 보도한 녹취록은 올 4월 초 채널A 이동재 기자의 목소리를 다음과 같이 전하고 있다. “이철 대표님, 사실이 아니라도 좋습니다. 당신이 살려면 유시민에게 돈을 주었다고 하세요. 그 다음은 우리가 알아서 합니다. 우리 방송에 특종으로 띄우면 적이 많은 유시민은 ‘거봐라, 위선적 인간이 많이 설쳤네’라며 욕을 먹을 것이고 그의 인생은 종치는 겁니다. 문 대통령 지지율은 끝없이 추락하고 다음 정권은 미래통합당이 잡게 됩니다. 우리 검찰은 지체없이 유시민의 집과 가족을 털고 이사장을 맡고 있는 노무현재단도 압수수색할 것입니다. 이 대표님, 잘 생각해봐요. 당신의 한 마디에 검찰도 좋고 귀하에게도 좋은 결과가 있지만 만약 협조하지 않으면 어떻게 될지 잘 아실 것입니다.” 


공안 정치검찰은 이런 식으로 수없이 많은 간첩사건을 조작하고, 한명숙 총리도 구속시키고, 노무현 대통령도 죽음으로 내몰았다. 채널A 이 기자는 ‘협박성 취재, 강요미수’의 재료로 신라젠 사건을 이용했다. 면역항암제 ‘펙사백’ 개발 기대감으로 급상승하던 신라젠 주가는 지난해 8월 펙사백의 3차 임상이 중단되면서 급락했다. 그 과정에서 신라젠 경영진이 보유 중이던 주식을 대량매도함으로써 14만 명에 이르는 소액주주들에게 큰 피해를 입혔다. ‘노사모’와 ‘국민참여당’ 활동을 통해 유 이사장과 친분이 있던 이철 전 밸류인베스트코리아(VIK) 대표가 신라젠 최대주주였는데, 2015년 신라젠 기술 설명회에서 유 이사장이 축사한 것을 빌미로 이 대표를 회유하고 협박해서 유 이사장을 엮으려 했다는 것이다.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이 채널A 이 기자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하고 한동훈 검사장과의 유착 의혹을 캐는 방향으로 수사를 확대해나가는 것이 정상적인 수사 흐름인데, 윤 총장이 전문자문단 카드를 내밀면서 진행 중이던 수사가 정지됐다. 윤 총장은 수감 중인 취재원을 상대로 겁박한 정황이 명백한 이 기자와 한동훈 검사장이 연루된 이번 사건 수사에서 진상조사 후 감찰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대검 감찰부를 배제하는 등 계속 수사를 방해했다. 


추 장관은 수사지휘서에서 “검찰총장 수사지휘와 관련해 공정성에 의문이 제기되지 않도록 투명한 절차에 따라 의사결정이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검찰청법에 규정된 법무부 장관의 지휘·감독 권한을 검찰이 따라야 한다는 뜻이다.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은 애초 해당 사건에 대해 검찰총장의 지휘·감독권을 제한하는 것을 전제로 성립하는 법률 절차다. 전국검사장회의의 다수의견은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 자체가 위법하다고 주장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검찰이 수사와 기소에 독립적 권한을 가진다 하더라도 법무부 장관의 지휘권에 항명하는 검찰총장의 행보는 국기문란 행위다. 검찰개혁은 검찰권에 대한 문민통제에서 출발함에도 검찰개혁의 선봉에 서도록 대통령이 신임한 윤 총장이 검찰개혁에 저항하는 가장 큰 걸림돌이 되면서 검찰의 권위를 스스로 무너뜨렸다. 


막장으로 치달은 언론권력과 검찰권력의 유착은 특단의 조치가 필요한 사안이다. 추 장관은 수사지휘의 ‘지시 불이행’을 근거로 법무부 감찰 등 윤 총장의 징계 절차에 나서야 한다. “통제받지 않는 검찰총장을 꿈꾸거나 지지하는 것은 ‘검찰 파쇼’ 체제를 도입하자는 것과 다름없다”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검찰을 향한 비판은 정당하다. 윤 총장은 여기서 멈추고 검찰개혁의 시대정신에 순종해야지, 계속 수사를 방해하다가는 직권남용죄로 처벌받을 것이다. 범여권 180석 힘으로 탄핵당하거나, 헌법 수호와 내란 진압을 위해 발동되는 국정원 수사를 받게 될지도 모른다. “검찰총장은 좌고우면하지 말고 장관의 지휘사항을 문언대로 신속하게 이행해야 한다”는 추 장관의 지시를 윤 총장은 두말없이 따르는 게 좋다.


최병문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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