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가 만드는 졸업앨범

도상열 두동초등학교 교사 / 기사승인 : 2020-01-09 11:2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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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1학년부터 6학년까지 한 반만 있는 시골학교. 그 6년의 모습을 졸업앨범에 담는다. 올해 3월 학교운영위원회에 졸업앨범 제작계획을 상정하기 위해 지난해와 같은 방향으로 졸업앨범 제작계획 안을 작성해 학부모회에 의견을 물었다. 몇 가지 의견이 있으면 참고해 보완할 생각이었다. 6학년 학생이 20명밖에 안 되는 작은 학교라 졸업앨범 제작업체 모집 공고를 내도 응모하는 업체가 없다는 정보를 듣고 기존 업체에 졸업앨범 제작을 맡기는 방향으로 일을 추진해 오고 있던 참이었다. 그 사이 사장님은 두 번이나 학교를 다녀가고 졸업앨범 제작 사양, 가격 등 관련 정보 정리도 부탁드려 둔 상태라 졸업앨범 제작은 이 업체에 맡기려고 했는데, 학교운영위원회가 열리기 며칠 전 학부모들이 졸업앨범을 직접 제작해보겠다는 것이 아닌가? 촬영도 직접하고 편집도 직접 해서 인터넷 업체에 맡겨 제작해보겠단다. 


졸업앨범을 직접 제작하겠다는 가장 큰 이유는 6년 동안 운영해 온 학부모 소통 밴드에 아이들 사진이 쌓여 있어 6년 역사가 담긴 졸업앨범을 제작해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기 때문이란다. ‘아! 이 아이들은 줄곧 한 반에서 생활해 왔지. 한 반밖에 없으니.’ 시골학교에 온 실감이 났다. 


학교운영위원회에서 졸업앨범 제작계획(안)을 심의할 때 학부모들의 의견을 설명 드리고 졸업앨범을 학부모들이 직접 제작하는 쪽으로 방향을 바꿨다. 학교 측에서는 우려도 있었지만 졸업앨범비를 부담하는 학부모들이 직접 제작해보겠다고 하는데 믿고 맡길 수밖에 없지 않은가? 그렇게 학부모가 직접 만드는 졸업앨범 제작 스토리가 시작됐다.


이왕 학부모들이 졸업앨범을 만들기로 한 이상 전권을 학부모들에게 맡겨 보기로 했다. 처음엔 걱정이 좀 됐던 것도 사실이다. ‘너무 격식이 떨어지지 않을까? 전문가가 찍는 사진과는 많이 다를 텐데. 편집 기술도 있어야 할 텐데.’


처음 사진 촬영을 하는 날도 서로 준비되지 않아 시작이 어설펐다. 전문가가 찍을 때보다 수업시간이 더 많이 할애됐다. 선생님들 사진과 교직원 전체 사진도 학부모들이 찍었다. 기대 반 우려 반, 졸업앨범 표지는 아이들 그림이 들어가면 좋겠다고 해 아이들이 그림을 그리고 아이들 사진을 모아서 보내 드리고. 그렇게 시간이 흘러 12월이 다가왔다. 학교운영위원회에서 졸업앨범 제작계획을 다시 심의받아야 해서 최종 제작 내용을 보내달라고 부탁드리니 졸업앨범 제작 내용과 가편집본을 보내왔다. 아마추어 냄새가 나지만 정성이 가득 담긴 졸업앨범! 학교운영위원회에선 학부모가 직접 만드는 졸업앨범 제작계획을 매우 만족해하며 심의를 확정했다.


며칠 전 졸업앨범비를 수납하기 위해 최종 가격을 확정해야 해서 졸업앨범 최종 편집본을 검토했다. 가편집본에 없었던 우리 반 아이들의 1학년부터 6학년까지 모습이 고스란히 담긴 졸업앨범! 함께 한 담임 선생님들의 모습과 교장, 교감, 전담 선생님들의 이름까지 정리해 놓았다. 사진 한 장 한 장이 말해 주는 메시지가 따뜻했다.


여기저기 폴더에 흩어져 있던 추억의 디지털 사진들을 어머니 마음으로 한 장 한 장 모아 만든 졸업앨범! 작은 시골학교이기에, 관계가 살아 있기에 가능했을 것이다. 졸업식 날 아이들은‘걱정 말아요 그대’를 연주하기로 했다. 


시간이 흘러 아련한 추억만이 남을 때 학부모들이 직접 만든 이 졸업앨범이 아이들을 서로 연결하고 불러 모을 것 같다. “응답하라 2019 두동초 6학년!” 


도상열 두동초등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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