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경계에 피는 것이 담배꽁초가 아니기를

이소정 울산환경과학교육연구소 연구원 / 기사승인 : 2019-08-02 11:2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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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환경과학교육연구소 공동기획

바다쓰레기 ‘줌(ZOOM, 주움)’ 프로젝트(2)

-울산환경과학교육연구소와 울산환경운동연합, 해양쓰레기 실태조사
-울산 해안 곳곳에 담배꽁초 무덤
-2019년 울산시 ‘연안오염총량관리’ 실시
-감당 안 되는 해양쓰레기로 울산시 매월 ‘바다정화의 날’ 실시
-시민들의 문제인식과 실천이 절실


자주 가는 카페에는 야외 테라스가 있다. 도로와 분리된 파티션에 베고니아가 꽃을 피우고 그보다 더 붉은 인주색 파라솔 아래서 음료를 마실 수 있다. 최근 나는 이 테라스 파티션에 붙은 문구를 의아하게 읽은 적이 있다. 

 

▲ 해안도로에 버려진 담배꽁초들

 

‘세계 해양쓰레기 1위 담배꽁초, 아무데나 버리지 마세요.’
이곳과 바다는 멀다. 하지만 이내 수긍한다. 울산은 바다의 도시다. 생각보다 멀지 않는 곳에 바다가 있고 그곳에는 아름다운 것들과 결코 아름답지 못한 것들이 뒤섞여 있다. 울산만큼 복잡한 바다 경관을 가진 도시도 드물 것이다. 몽돌과 솔밭, 원전과 공장지대들. 이제 막 피기 시작한 덩굴장미 아래 숨어 있는 담배꽁초처럼 말이다. 


울산시는 올해부터 2022년까지 해양환경과 생태계 보전, 오염된 해양환경 개선을 위해 ‘연안오염 총량관리제’를 시행한다. 해양오염의 원인은 여러 가지다. 그 중 하나가 해양쓰레기로 인한 문제고 그 가운데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것이 담배꽁초다. 


우리나라의 흡연율은 44개 국가 중 24위로 15세 이상 OECD 평균 흡연율 16.6%보다 3.3%높은 19.9%다. 세계 성인인구 열 명 중 한 명은 담배와 관련된 질병으로 사망하고, 향후 흡연에 대한 추가 조치가 없는 한 이러한 추세가 지속되면 2020년까지 매년 약 천만 명 정도가 사망할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흡연으로 인해 죽음의 그림자가 드리우는 것이 비단 사람뿐일까? 진하에서 우봉, 강양으로 가는 바닷길을 걸어본 사람들은 알게 모르게 담배꽁초 무덤을 지나쳐야 한다. 그것들은 보는 것보다 보지 않는 것이 어려울 정도로 바닷길을 점거하고 있다. 특히 낚시꾼들이 진을 치고 있는 바닷가 바위 주변에서 쉴 새 없이 버려지는 담배꽁초를 직접 목격하는 일은 어렵지 않다. 해안도로의 담배꽁초들은 빗물의 배수에 의해 바다로 흘러든다. 지난해 한국해양구조단이 전국 32곳의 해양쓰레기를 수거한 결과, 담배꽁초가 전국의 21%로 가장 많았고 이어서 비닐봉지, 스티로폼 순으로 나타났다. 


특히 담배에는 셀룰로스 아세테이트로 만든 필터가 들어있다. 이 필터에는 분해되기까지 10년 이상 걸릴 수 있는 플라스틱이 들어있다. 이들은 바다를 오염시키고 나아가 생태계를 교란시킨다. 지난 달 사진작가 카렌 메이슨은 미국 플로리다 해변에서 어미 새가 새끼에게 담배꽁초를 먹이로 주는 사진을 공개했다. 부드러운 솜털로 둘러싸인 아기 새의 부리에 담배꽁초를 넣어주는 모습은 쓰레기가 야생동물들을 얼마만큼 위협하고 있는 지 충분히 보여준다. 


언젠가 액체괴물을 대형 풀에 풀어 수영하는 유튜버를 본 적이 있다. 진하해수욕장에서 수영하는 사람들은 알까 싶다. 지금 울산 바다를 보면 담배꽁초가 가득 담긴 풀에서 수영하는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공포가 현실감 있게 다가온다. 그래서였을 것이다. 진하해수욕장에서 천진하게 물놀이를 하는 아이들의 표정을 보면서 나는 부끄러움을 넘어 어떤 죄책감마저 들었다. 누구의 바다도 아니기에 아무렇게나 버릴 수 있는가? 그 바다가 진짜 누구 것이라고 생각하는 걸까? 미래의, 아이들의 바다에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두려웠다. 


지난 6월 30일 울산환경과학교육연구소와 울산환경운동연합이 울산 해양쓰레기 실태 조사를 함께했다. 그동안 무심코 지나쳤던 쓰레기들을 확인할 수 있었다. 특히 해안길을 따라 핀 꽃들 사이사이에도 어김없이 담배꽁초가 버려져 있었다. 대학시절 은사는 글을 쓸 때 ‘이름 없는 풀꽃’이라고 쓰는 것은 작가의 태도가 아니라고 했다. 세상 모든 만물에는 이름이 있다고 했다. 바닷가를 걸으며 내가 그 이름을 알지 못하는 꽃들이 얼마나 많은지 알 수 있었다. 비록 이름은 몰랐지만 나는 그 생명을 그 무엇보다 명징하고 아름답게 읽을 수 있었다. 

 

▲ 함께 피어있는 골무꽃
▲ 원추리꽃
▲ 바닷가에 핀 참나리꽃


진하해수욕장에서 늦은 점심을 먹고 나와 다시 해파랑길 산책로를 걸으며 꽃이름을 검색했다. 이제 막 꽃피우기 시작한 원추리 꽃이 품은 훼손되지 않는 고고함과 엉겅퀴 꽃의 낮은 자세에 대해 생각했다. 무더기로 함께 피어있는 참골무꽃과 노랑벌꽃의 아름다운 밀생을 방해하고 싶지 않았다.


울산시 관계자는 울산해역의 청정화를 위해 연안오염 총량관리와 병행해 ‘온산항 오염퇴적물 정화사업 실시설계’를 올해 계획하고 있다며 울산시민에게 깨끗한 바다를 돌려주기 위해 만전을 기하고 있다고 밝혔다. 바다를 청소하고 쓰레기차를 동원하는 것, 유기물 필터를 개발하거나, 기존 필터가 포한된 담배에 세금을 높이는 대책은 차후다. 


“당신이 흡연자라면 부디 담배꽁초를 아무 데나 버리지 말아 달라.”
당부하고 싶다. 모든 경계에는 꽃이 핀다는 어느 시인의 말처럼 바다와 육지 사이, 사람과 자연 사이, 어른들과 아이들 사이에 담배꽁초가 아니라 꽃이 피었으면 좋겠다. 어떤 면에서 아름다움은 태도다. 그것을 지킬 수 있는 숭고함이 우리에게, 당신에게 있다고 나는 믿는다. 

 

▲ 해파랑길 옆 바닷가에서 노는 아이들


이소정 울산환경과학교육연구소 연구원

*이 원고는 울산연안지역역량강화사업의 일환으로 진행되는 활동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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