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가족, 칠 레게

지채민(매산초 6) / 기사승인 : 2020-06-26 11: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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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기자

우리 가족은 엄마, 아빠, 나 그리고 쌍둥이 남동생, 막내 동생, 레게(도마뱀) 7마리 총 12명이다. 다른 집보다 많다. 식구가 많다보니 생활하는 방법도 조금 다르다. 밥 먹을 때면 전쟁터마냥 식량을 비축하기 위해 애쓴다. 어쩌다 좋아하는 반찬이 나오면 젓가락이 세차게 부딪치며 운동을 한다. 밥그릇에 반찬을 옮겨두거나 내 밥공기 위에 쌓아두거나 특히나 몇 개 남지 않을 때는 반찬 쟁탈을 위해 다른 젓가락과 부딪치면서 더 큰 소리를 낸다. 


젓가락 싸움이 끝날 때면 “네가 더 먹었잖아, 나는 하나밖에 못 먹었어.” 그러며 목소리 싸움을 벌이다가 우리 집 식탁은 금방 소음천지가 돼 버린다. 탕, 탕, 결국 이 치열한 싸움은 우리 집 대빵 엄마의 정리로 끝이 난다. 


우리 집 10대들은 게임을 할 때도 모두 다르다. 평소에는 그렇게 싸우다가도 게임을 할 때면 3명이 한마음이 돼 플레이를 한다. 카트라이더를 할 때는 우리 팀이 이기기 위해 신나게 달리다가도, 공격할 차례가 되면 각자 위치로 빠져서 다른 상대와 겨뤄주는 등 작전을 펼친다. 그러다가도 우리 팀이 지게 되면 서로 “너 때문에 졌잖아, 네가 좀 잘하지”하면서 언성이 높아지고 또 다른 전쟁을 펼친다. 슬슬 입장 준비를 하던 우리 집 대빵은 다시 출동하고, 우리는 그제서야 무슨 신호마냥 싸움을 마치고 각자 할 일로 돌아간다.
이런 우리 집에 또 다른 변화가 찾아온 건 레게들 때문이다. 강아지를 키우고 싶었지만 한사코 반대하는 우리 집 대빵 때문에 우리는 레게를 보고 그대로 사랑에 빠져버렸다. 셋이서 모두 합심하기도 오랜만이었다. 


다른 애완동물보다 레게는 예민하고 병도 잘 걸릴 뿐 아니라 숫자도 적고 치료할 수 있는 병원이 얼마 없어 우리가 관리를 못하면 돈도 많이 들고 힘들다고 한다. 또 야행성이라 밤에도 밥을 챙겨줘야 한다. 그런데 이런 레게들이 밥 잘 먹는 모습을 보면 피로가 싹 풀리고 행복해진다. 


지난겨울, 제일 꼬맹이 레게가 탈피를 못해 낑낑대는 것을 보고 나는 직접 껍질을 떼 줬다. 그런데 어디선가 스멀스멀 냄새가 나 주변을 둘러보니 다름 아닌 내 손위에 따끈한 똥이 있는 것이었다. “으엑!”하고는 똥 묻은 손을 씻으러 화장실로 후딱 뛰어가는 나를 보고 레게가 많이 놀랐을 것 같다. 우리 집 대빵이 우리 셋을 모두 이렇게 공들여 키우셨을 거다. 아마 우리가 밥을 잘 먹거나 즐거워하면 함께 즐겁고, 아무리 우리가 싸우고 실수를 해도 우리 집 대빵은 우리를 더 걱정하실 것이다. 그런데 가끔 우리 집 행동대장이 대빵 때문에 쩔쩔 매는 것을 보면 아마도 화풀이를 행동대장에게 하는 건 아닐까 싶지만 든든한 우리 아빠가 떡 하니 막아주셔서 우리는 걱정 없다. 

 


학교에서 친구들이랑 밥 먹을 때 맛난 반찬이 나오면 우리 집 젓가락 행진곡이 생각난다. 젓가락 공연을 한번 펼쳐봐? 밥 위에 반찬을 차곡차곡 쌓아봐? 김치 밑에 햄을 숨겨볼까? 이런 저런 상상을 하다보면 갑자기 우리 집 대빵의 고함소리가 들리는 것 같아 깜짝 놀란다.


앞으로도 젓가락싸움은 우리 집에서만 할 것이다. 든든한 행동대장과 우리만 생각하는 대빵이 나는 참 좋다. 


지채민(매산초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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