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다음 날 오른 홍류폭포와 간월재

노진경 울산생태문화교육협동조합 교육팀장 / 기사승인 : 2019-08-14 11:1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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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 산행

초복에 삼계탕도 든든히 먹고 몸보신도 했는데 여간 더위가 시원찮은 나날들이었다. 파리는 45도가 넘는 역대급 더위로 고생을 한다는데 이래도 되나 싶었다. 여름답지 않은 여름이 지나가고 있었다. 그러던 중에 늦은 태풍 소식이 들렸다. 태풍 다나스가 큰비를 뿌리고 지나간 다음 날, 홍류폭포를 만나러 갔다. 큰물이 왔으니 제대로 물구경이나 해보자 싶어 지인과 함께 산행을 준비했다.

 

▲ 홍류폭포로 향하는 길
▲ 홍류폭포로 가는 길

 

이른 오전에는 비를 흩뿌리고 흐리더니, 간월산장 앞에 도착하니 하늘이 환하다. 산머리에 구름이 조금은 걸려 있지만 볕이 쨍쨍하다. 더위가 이제 제대로 오나 싶었다. 산 초입의 물살이 매섭다. 지인과 나는 의자를 펴고 앉아 드립커피를 내려 마신다. 볕이 쨍한 정오의 더위를 피해 볼 심산이다. 큰비가 만들어주는 시원한 물소리를 들으며, 물길 따라 부는 골바람 맞으며 여유를 만끽한다. 필자에게 커피는 산행 중에 여유를 상징한다. 원두를 갈고 향을 맡으며 느릿느릿 내려 마시는 커피는 몸과 마음의 상태를 살피게 한다. 

 

▲ 산행 중 커피를 마시며 가지는 여유


두런두런 얘기를 나누다가 자연스럽게 멍 때리기를 시작한다. 자연의 물과 나무, 돌에는 싫고 좋음이 없다. 미워할 것도 없고, 싫어할 무엇도 없다. 평온한 텅 빈 마음으로 그저 앉아있었다. 나중에는 그 빈 공간에 물소리와 바람에 나뭇잎 살랑거리는 소리가 공백을 가득 메운다. 자연에게 그저 감사하다. 물소리와 골바람에 추위가 서서히 올라올 때쯤 배낭을 다시 챙겨 들쳐 업는다. 남은 흔적이 없는지 앉았던 자리를 살피는 것을 마지막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 홍류폭포 가는 길에 만난 계곡
▲ 홍류폭포 가는 길


산길은 사람길이 아니라 물길로 변해 있었다. 거센 바람을 견디지 못한 나뭇가지와 나뭇잎이 물 따라 떠내려와 여기저기 모여 있다. 떨어진 그 이파리도 다 이유가 있고 쓸모가 있으리라. 흙으로 돌아가 미생물을 만나고 잘 썩어 또 다른 나무를 피우리라. 

 

▲ 해가 진 뒤 간월재의 샘터


쨍쨍한 볕이 우거진 숲길 사이로 반짝거린다. 아름다운 광경이다. 그 아름다운 길을 따라 홍류폭포로 향한다. 폭포에 다가갈수록 거센 물살이 경이롭다. 세계 3대 폭포로 꼽히는 나이아가라폭포를 직접 가본 일은 없지만 방송으로 많이 접했었다. 폭포의 기세에 감탄하는 사람들의 표정을 본 적이 있다. 그 폭포를 실제로 보면 이런 느낌이려나 싶었다. 폭포의 물살에 다가가기만 해도 누가 물에 집어넣었다 꺼낸 것마냥 홀딱 젖었다. 떨어지는 물살이 튕겨와 바람과 포말을 만들었고 그 기세에 똑바로 서 있기가 힘들었다. 

 

▲ 태풍이 온 뒤 홍류폭포에서
▲ 태풍이 온 뒤 사람길이 물길로 변했다.


더위에 흐른 등의 땀은 흔적이 없다. 가슴이 뻥 뚫린다. 한참이 지났을까 우리는 추위에 입술이 새파래졌다. 산길에서 조금 벗어나 가지고 온 옷을 꺼내 갈아입는다. 우리가 선녀 같다며 어디서 이제 나무꾼이 나타날 때가 됐는데 하며 꺌꺌 웃는다. 아까의 추위가 또 무색하게 걷는 동안 다시 땀이 흐른다. 태풍이 가고 여름이 제대로 왔나 보다. 

 

▲ 태풍 다나스가 지나간 뒤 홍류폭포

 

▲ 초입의 계곡가에 앉아 더위가 지나가길 기다리는 중

 

간월재로 향하는 임도는 간이 화장실부터 딱 10번을 굽이굽이 오르면 도착한다. 가파른 길이라고 적힌 지름길 이정표를 지나 간월재 초소를 만나면 곧 간월재에 도착한다. 초소 앞에서 돌아보니 간월산이 보이지 않는다. 평소 같으면 간월산이 손에 닿을 듯 보이는 위치인데도 아득하다. 산할아버지가 구름모자를 쓰셨나보다. 한 치 앞이 보이지 않고 운무로 그득하다. 

 

▲ 간월재 초소 앞에서, 운무가 가득한 간월산

 

▲ 뭇잎 사이로 반짝이는 볕이 드는 아름다운 숲길


간월재에 도착하니 더 구름이 짙다. 매서운 바람에 서 있기가 힘들다. 화장실 건물 위층에 있는 대피소에 들어가 저녁 도시락을 까먹고 부른 배를 통통 두드린다. 배도 부르고 바람을 많이 맞은 탓인지 몸이 나른하다. 잠시만 누워 있는다는 것이 제법 한참을 잠들었다. 하늘빛이 검다. 헤드렌턴을 꺼내 쓰고 비몽사몽 짐을 싼다. 대피소에서 나오니 간월재 똥바람이 정신 차리라고 따귀를 때린다. 다시 정신을 차린 우리는 어이가 없는 웃음으로 서로를 보고 웃는다. 해가 다 넘어간 샘터에서 시원한 물을 한잔 들이키고 속을 차린다. 물이 달다. 다시 어둑한 길을 따라 산을 내려 간다. 오늘도 산에서 듬뿍 자연의 기운을 얻어 일상으로 돌아간다.

 

▲ 간월재 똥바람을 맞으며 하산하는 길

노진경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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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진경 울산생태문화교육협동조합 교육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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