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민주주의 학습권 보장, 어른들이 왜 방해하나?”

이동고 기자 / 기사승인 : 2019-03-16 11: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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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청소년의회조례 제정 공청회, 반대파 진행 방해 속 강행
▲ 시민단체 회원들과 학부모들이 학생을 보호하는 가운데 한 고등학생이 청소년의회 조례 필요성을 밝히고 있다. ⓒ 이동고 기자

 

[울산저널]이동고 기자= 울산시의회는 15일 오후 시청 본관 2층 회의실에서 청소년의회조례 제정을 위한 공청회를 열었다. 회의실 입구는 오후 2시가 조금 넘은 시각인데도 몰려든 사람들로 붐볐다. 조례 제정 반대파로 보이는 사람들은 일부 나이 든 사람을 제외하고는 모두 마스크를 했다. 연령대는 20대부터 60대 이상 노인들까지 다양했다. 
시민단체 회원들도 속속 도착하면서 반대파와 시민단체 사이에 신경전과 설전이 오갔다. 오후 2시 50분, 공청회 장소의 문이 열리자 양측에서 회의실 안으로 들어갔다. 반대 측에서는 공청회 시작 전부터 미리 준비한 마분지 플래카드를 두 손에 들고 “공청회 원천무효” “000 의원 OUT” 등 구호를 외쳤다.


황세영 시의회 의장, 이미영 부의장, 청소년의회조례 제정을 공동발의한 시의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박병석 시의원의 사회로 공청회가 시작됐다. 반대 단체 대표로 보이는 사람이 사회를 보는 박 의원에게 다가가 거칠게 항의했고 여러 명이 나와 박 의원을 완전히 둘러쌌다. 박 의원이 “발언 기회를 드릴 테니 자리로 들어가시라”고 몇 번을 요청했지만 듣지 않았다. 반대 측 주장의 핵심은 “공청회 일자 공지를 늦게 했고, 찬성하는 사람들만 모아서 공청회를 열기 때문에 공정한 공청회가 아니라서 원천무효”라는 것이었다.


“국민의례가 있겠습니다. 나는 자랑스런 태극기 앞에...” 사회자가 국민의례를 시작했지만 “공청회 원천 무효” 구호는 그치지 않았다. 다음은 황세영 시의회 의장 인사말 순서였다. 황세영 의장은 반대파의 소란스런 구호 속에서도 인사말을 이어갔다. 황 의장은 “청소년들은 의사결정에 참여할 수 없는 우리 사회 의사결정구조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며 “울산도 시급히 학생의회 조례를 만들어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 반대파 사람들이 거칠게 항의하며 공청회 진행자를 압박하고 있다. ⓒ 이동고 기자

   

이어 청소년의회조례를 대표발의한 이미영 의원이 청소년의회조례에 대한 설명을 이어갔다. 이미영 의원은 타 시도와 비교표를 통해 “우리 울산이 청소년조례를 늦게 만드는 만큼 타 시도가 먼저 만든 조례를 참조해 더 좋은 조례를 만들 수 있게 됐다”면서도 “대구시보다는 앞설 수 있었는데 우리보다 먼저 만들어져 안타까운 마음”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고등학생이 나와 청소년의회조례의 필요성에 대한 의견을 이야기하는 순서였는데 반대 측에서 연단 앞을 점거하고 막아섰다. 일부는 사회를 보는 박 의원을 둘러싸고 밀치는 등 의사진행을 방해했다. 한 고등학생이 청소년의회의 필요성에 대해 발표했지만 구호에 파묻혀 들리지 않았다. 시민단체 회원들이 학생 가까이 몰려갔고 이를 저지하려는 반대 측과 뒤엉켜 밀고 당기는 몸싸움이 일어났다. 거친 말도 오갔다. 사회단체 회원들은 학생 주변을 두세 겹으로 에워싸고 학생의 발언 진행을 도왔다.


흥분한 반대 측 한 명이 과격한 행동을 하자 같은 측에서 나온 젊은이들이 뜯어말리고 제압하는 등 자칫 폭력사태가 될 뻔한 모습까지 보였다. 사회자가 “반대 측 의견을 듣겠다”며 “반대 측 발언하실 분은 나와 달라”고 여러 번 요청했지만 반대 측에서는 단상을 점거하고 구호만 외쳤다. 진행자는 공청회가 끝났음을 알렸다.  

 

▲  반대하는 사람들이 힘으로 밀어붙이는 바람에 자칫하면 폭력사태로 커질 위험성이 있었다. ⓒ 이동고 기자


시민단체 한 관계자는 이날 반대 측 사람들은 울산 특정 대형교회 두서너 곳에서 온 사람들이라고 했다. 공청회 자리를 지켜본 울산시민연대 김지훈 시민감시팀장은 공청회 일자 공지가 늦어 무효라는 반대 측 주장에 대해 “해당 법은 삼권분립 체제에서 의회와는 관련 없는 행정기관을 대상으로 한 법이으로 지방의회와는 관계없다”며 “좀 적극적으로 해석하면 지방의회도 이를 준용할 수 있는 것 아니냐고 주장할 수 있지만, 언론과 학교 그리고 온라인 등 다양한 방법으로 사전 개최를 널리 알린 터라 문제소지가 될 만한 부분은 없다고 본다”고 반박했다. 

 
한편 반대 측은 공청회 자리가 끝나자 따로 모여 “저들 공산주의 속성을 모르느냐. 이건 시작”이라며 “내년 선거를 통해 국회에서 자유민주주의에서 ‘자유’를 빼고 양성평등에서 ‘성평등’으로 바꾸겠다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여기서 감방을 가고 피를 흘리더라도 죽기까지 싸워야 하는 것은 이걸 놓치면 베트남, 캄보디아처럼 되고 결국 우파들이 제일 먼저 죽은 것 알죠”라는 등 자극적인 말도 서슴지 않았다. 또 “우리는 이를 되돌리는 제2 전쟁을 선포하고 본회의 자체를 묵살시켜야 한다”면서 “여기 있는 사람들 백 배, 천 배가 나와야 한다”고 말해 본회의를 앞두고 청소년의회조례 제정을 둘러싼 갈등과 충돌이 한층 더 격화될 것임을 예고했다.
 

▲ 시민단체 학부모들이 반대파 사람들을 막은 등 혼란한 가운데서도 고등학생은 담담히 입장문을 읽어 나갔다. ⓒ 이동고 기자


공청회 자리를 지켜본 박영철 울산인권운동연대 대표는 “이 공청회는 청소년들이 의회를 통해 민주주의를 배우는 학습권을 보장하는 조례를 만들겠다는 공청회인데 어른들이 폭력적으로 민주주의에 정면도전하는 모습을 보였다는 것이 더 창피한 일”이라면서 “자유민주주의는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기는 하지만 주장의 정당성은 헌법정신과 법률로써 판단하는 것이고 동기와 결과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과정을 민주주의적인 방식으로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런 야만의 방식에 단호하게 대처하지 않으면 5.18 광주를 폄하하고 반민특위가 분열을 조장했다는 등 역사적 퇴행이 일어날 것”이라며 우려를 나타냈다.


교육계 한 인사는 “청소년을 주체성이 없는 보호대상으로만, 정치적 사회적 판단능력이 성숙하지 못해 공적 사안을 이성적이고 다차원적으로 숙고할 능력이 부족한 대상으로 바라보는 것이 더 문제”라며 “지금 이 모습이 울산지역 청소년들의 인권문제를 바라보는 어른들의 현 수준이지 않겠느냐”고 개탄했다.

 

▲ 학생이 청소년조례 필요성에 대해 말하려 하자 조례를 반대하는 사람들이 단상을 점거하고 구호를 외쳤다. ⓒ 이동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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