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에 청소년들의 공간이 필요하다

김미진 울산형마을교육공동체 TF팀장 / 기사승인 : 2019-08-23 11:1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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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톺아보기

우리는 누구나 쉴 수 있고, 놀 수 있고, 뭔가 창조적인 것을 만들어낼 자유로운 공간을 원한다. 어른들도 집이나 직장 외에 그런 곳을 찾아 산으로, 바다로, 도서관으로, 카페로 찾아간다. 청소년들도 마찬가지다. 학교와 집에서 잠시 벗어나 친구들과 수다를 떨며, 몸을 쉬고, 재밌는 상상을 하며 뭔가 시도해 볼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 다른 지역에서는 그런 청소년 공간들이 공공의 공간으로 이미 만들어져 있다는 것을 우리 아이들이 알면 아마 어른들에게 따지고 들었을 것이다. 


우리 면에서 하는 마을교육공동체 활동 중 청소년들이 스스로 원하는 주제를 잡아 실행해 보는 프로젝트 활동이 있다. 이름하여 ‘마구마구펀펀’이다. ‘마을 친구랑 마을을 구하자, 재밌게 재밌게!’라는 뜻이다. 마을을 구한다는 게 무슨 대단한 일을 하는 건 아니고, 아이들이 하고 싶은 활동이 마을과 관련되거나 마을에 조그마한 도움이라도 되는 쪽으로 연결해 보자는 뜻이다. 이를테면 이런 것들이다. 초등 5학년 남학생들 팀이 있는데 이 친구들은 활동 주제를 잡다가 그냥 아이스크림이나 먹으면서 상북면의 구멍가게를 돌았으면 좋겠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마침 멘토샘도 올해 서울서 귀촌한 청년이라 상북의 지리에 익숙지가 않아 아이들과 그렇게 구멍가게들을 돌면 상북을 전체적으로 알 수 있겠다 싶었다. 그러다 어쩌면 ‘상북면 구멍가게 지도’가 나올 수도 있지 않겠나. 또 다른 팀은 고등학생들로 이루어진 팀인데 이 친구들은 농사를 지어보고 싶어 모인 친구들이다. 그래서 무, 배추 농사를 짓겠다고 밭을 빌려 뜨거운 여름을 보내고 있다. 초등 여학생팀은 악기를 좋아하는 아이들이라 악기 연습을 해서 마을에서 버스킹공연을 해보자며 야심찬 계획도 나누었다. 그 밖에도 3개의 팀이 더 있다. 이 친구들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그들의 재밌는 활동을 소개하기 위해서가 아니고 이 아이들이 이런 활동을 할 때 모일 수 있는 마땅한 공간이 마을에 없다는 이유 때문이다. 


학교는 방학이고, 방학이 아니라도 주로 주말에 이루어지는 마을방과후 활동이다보니 학교 시설이나 면사무소 시설을 자유롭게 이용하긴 어렵다. 그리고 아이들에게 학교 밖 마을에서 다른 느낌의 공간에서 마을 어른들이나 언니 오빠들과 마주칠 공간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어른들에게 주말에 직장에 나가서 취미 활동을 하라고 하면 아마 싫어할 것이다. 아이들도 그렇지 않을까?

 

면사무소 공간을 빌리기로 했는데 아이들은 물론이고 주민들에게도 소모임이나 재미난 활동을 하기에는 별로 친근한 공간은 아니다. 회의실은 너무 딱딱하고, 다목적실은 너무 사이즈가 크고 인테리어도 도무지 친근감이 없다. 다행히 복지회관에 작은 유휴 공간을 하나 빌리게 됐지만 일상적으로 사용하기는 어렵고 회의나 모임에 한정된다. 결국 우리는 아이들을 만나기 위해 읍내에 있는 카페나 토스트집에 가거나, 마을 경로당, 친구집 등을 다녀야 했다.

 

물론 마을의 경로당을 다니는 것도 나쁘진 않다. 그러나 어르신들도 쉬어야 하는 공간이니 아이들이 정기적으로 그렇게 이용하긴 어렵다. 카페도 아이들이 이용하기엔 어른 손님들이 대부분이고 메뉴도 적당치 않고 비싸다. 읍에 있는 토스트집은 아이들이 좋아하는 곳인데, 우리 면에는 이런 공간이 하나도 없어 아이들은 주말에 친구들을 만나러 읍에까지 나가야 한다. 부모들이 기피하는 그 흔한 피시방, 롯데리아조차 하나 없다. 그래서 누군가는 그러더라. 시골에는 아이들에게 유해한 환경조차 부족하다고...(어른들 입장에서 다행이라 해야 할지, 아이들 입장에서 안타깝다 해야할지...)


도시도 청소년들의 공간이 부족하긴 마찬가지나 시골은 더더욱 그렇다(청소년활동진흥법에는 읍면동마다 청소년 문화의집을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한다고 하는데 실제 설치율은 10%가 안 되는 게 전국의 현실이다). 시골 부모들은 학원이 없다고 아우성이지만, 내가 보기엔 학원보다 ‘아이들이 정말 갈 데라곤 없는 시골의 여건’이 더 문제다. 더 큰 읍내나 시내로 나가 그저 소비자로서가 아니라, 자신들이 살고 있는 지역에서 자신들의 문화의 생산자로 작업할 수 있는 공간, 돈이 없어도 맘 편히 갈 수 있는 공간, 부모님이 데려다주지 않아도 손쉽게 갈 수 있는 공간이 절실히 필요하다.

 

교육청에서 폐교를 활용해 마을교육의 거점 센터를 만들어 준다고 해 반가운 일이나, 당장 우리 아이들은 갈 곳이 없다. 지역에서 아이들을 잘 키워보자 하는 어른들이 많지만, 정작 아이들이 맘 편히 갈만한 곳이 없다. 어른들 공간을 일시적으로 빌려 쓰거나, 돈이 있어야 갈 수 있는 공간이 아닌, 아이들이 정말 가고 싶어하는 그들의 공간이 필요하다. 그 공간에서 아이들과 함께 간판도 만들고, 페인트칠도 하고, 자신들이 쓸 탁자나 의자도 만든다면... 그게 사는 거고 배우는 거 아닐까. 


김미진 상북마을교육공동체 판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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