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불 나기 전과 후

윤석 / 기사승인 : 2019-04-17 11: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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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 논단

74번째 식목일 아침. 강원도 고성과 강릉, 부산 기장군 산불로 온통 산불 피해 소식이 끊임없이 들린다. 왜 동해안에 봄에 대형 산불이 나는가, 또 원인이 무엇인가에 대해 질문이 많다.


TV 뉴스 화면에는 산불 피해로 나무가 타거나 건물이 탄 모습을 반복적으로 비추고 있다. 기자들은 ‘태백산맥을 넘어오던 건조한 바람이 세차게 불면서 산불을 크게 키웠고 시속 5.5km 빠른 속도로 이동하고 있어 밤사이 피해가 컸고 지금껏 난 산불 중에 가장 짧은 시간에 가장 넓은 면적을 태운 산불로 기록될 것’이라고 했다. 이번 산불 이전까지는 2014년 3월 9일 토요일 밤 8시경 시작된 불이 일요일 오후 1시 전후로 잡히면서 280ha를 태운 기록이 가장 짧은 시간 넓은 면적을 태운 기록이었다. 이번 산불은 새로운 기록을 만들었다.

 
강원도나 부산, 포항 등 산불이 나기 전 숲은 소나무가 대다수를 이루고 있다. 그 아래 낙엽과 활엽수 어린나무가 나 있는 상태다. 소나무는 불의 열기만 가도 익거나 생가지도 잘 타는 나무다. 그런데 참나무 종류 즉 활엽수 종류들은 300~400도 이상이 되어야 타고 낙엽 아래는 물을 머금고 있어 축축하다. 불을 붙이려고 해도 잘 안 붙게 되어 있다.


봄철에 나는 산불들은 강한 바람에 의해 나뭇가지 즉 수관(樹冠)을 태우는 경우가 많다. 산불이 날아다닌다는 그 산불이다. 땅 표면 낙엽이나 쓰러진 나무들이 타는 지표화(地表火)가 있다. 두 유형이 한꺼번에 오는 경우가 많다. 이렇게 타도 참나무 종류들은 타지 않고 약간 상처만 입을 뿐이다. 불을 끄고 나면 잎을 내는 나무가 이 종류들이다.


이번 산불로 산과 인접해 있는 마을 주택들이 큰 피해를 보았다. 불나기 전에 마을 인근 숲들을 불에 강한 나무들로 만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제 다시 임시복구나 항구적인 복구를 하게 되면서 마을을 지켜 줄 수 있는 불에 잘 타지 않는 수종으로 방화수림대를 만들어야 한다. 마을에서 난 불이 소나무숲으로 번지지 않고 다른 곳에서 번진 불이 마을 주택을 태우지 않도록 말이다.


강원도 고성 산불은 또 어디서부터 시작되었는가? 일성콘도 인근 전압 개폐기 등 이물질에 의해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한다. 기계적 결함인지 관리 부실 등 한전의 잘못인지는 과학적 수사를 통해 밝혀내야 한다. 국가재난사태를 불러온 엄청난 피해를 보게 했기 때문이다.


천재지변이나 원인을 알 수 없는 산불이 아니고 고의, 방화로 산불을 냈다면 형사적 책임을 지고 나서도 민사적인 손해배상도 해야 한다. 지난 1994년부터 2011년까지 97회 불을 냈던 동구 봉대산 불다람쥐로 불리던 방화범 김모 과장(대기업)은 징역 10년을 선고받고 지금까지 복역하고 있다. 감옥에서 형사 책임을 다한다고 해도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에 입힌 4억8000만 원 상당의 손해배상을 해야 한다. 산불을 끄기 위해 갔던 인력이나 장비, 복구를 위해 나무를 심고 관리했던 비용 등에 대해 산불을 낸 사람이 물어내야 한다. 배상할 돈이 없으면 평생 벌어서라도 갚아야 한다. 산불 피해 규모에 따라 배상금액은 달라지기 때문에 평생을 벌어도 못 갚을 수도 있게 된다. 엄청난 책임이 따른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산불 이후 곧바로 나무 심기를 하는 경우가 많다. 장마철 산사태 우려가 있는 지역의 경우 나무를 심거나 토목적 공사를 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나무를 심는 것은 신중할 필요가 있다. 소나무숲 아래 참나무 어린나무들이 자라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숲은 불탄 나무를 베어내고 나무를 심는 것보다 살아남은 참나무나 활엽수를 키워내는 것이 숲을 빠르게 복구시킬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참나무 어린나무가 자라고 있는데 그 곳에 나무를 심게 되면 나무가 너무 많아서 관리가 힘들어질 수 있다. 아울러 나무를 심고 관리하기도 힘들어질 수 있다. 따라서 산불이 나면 1년을 지켜본 후에 숲 아래 나무가 얼마나 있는가와 자연 복구 가능성을 살펴본 후에 복구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능선과 계곡의 수분이나 햇볕, 토양 조건이 따라 같은 종을 심기보다 지형에 맞는 수종을 다양하게 소규모로 심는 것이 필요하다. 조성되는 숲이 어떠한 기능과 효과를 내는 숲으로 만들어 나갈 것인가에 대해 적합한 수종을 선택하고 심어야 한다. 산주들이 선호한다고 해서 무작정 심는 일은 자제해야 한다.


산불로 불탄 나무가 보기 흉해서 베어내고 나무를 정리하는 경우가 많다. 불탄 나무들은 빗물 속도를 줄여주고 물을 저장하는 기능과 어린 나무들이 자랄 수 있도록 바람막이 역할도 한다. 시민들이 죽은 나무가 보기 싫다고 하면 ‘자연 복원을 위해 조사 중’이라거나 ‘산불 복원을 빠르게 하기 위해 남겨 놓았다’는 간판을 세워서 자연 복구 중임을 알리고 산불로 인해 숲이 얼마나 오래 동안 힘들어 하는가를 알려주는 시민교육장이 되도록 했으면 한다.


5년 전에 산불이 난 언양, 송대 일대 산불 피해지를 가보면 성급하게 조림하고 복구한 결과가 어떠한가를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지금이라도 숲이 빠르고 건강하게 복구될 수 있도록 세심한 관리가 필요하다.

 
윤석 울산생명의숲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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