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에서 왕으로

최미선 전 인문학협동조합 망원경 대표 / 기사승인 : 2020-04-30 11: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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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국가, 그리고 야만의 탄생

코로나19로 세계가 숨을 죽이고 있는 사이, 공기의 질은 더 나아졌고, 야생동물이 더 활개를 치고 다닌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동안 우리가 자연에 무슨 일을 하고 있었는지에 대한 간접 증거다. 분명히 우리는 자연과 평화롭게 공존하던 시대가 있었다. 그 흔적들은 신화와 전설 속에서 발견할 수 있다. 다시 자연과의 공존을 모색할 수는 없을까? 그 방법을 모색하고 있는 책이 나카자와 신이치의 <곰에서 왕으로>다. 


저자 나카자와 신이치는 일본 현대 지성을 대표하는 철학자이자 종교학자다. <곰에서 왕으로>는 그가 강의한 신화학을 엮은 ‘카이에 소바주’ 시리즈 5권중 두 번째 해당하는 책이다. 1권에 해당하는 <신화, 인류의 최고의 철학>이 신화가 인류의 철학적 사고의 원형임을 밝히고 있다면 이어지는 2권인 <곰에서 왕으로>는 인류가 신화시대의 ‘대칭성의 사고’를 상실하면서 왕을 중심으로 하는 국가가 탄생하기까지의 과정 그리고 국가와 함께 탄생한 ‘야만’에 대한 이야기를 담았다.

 

▲ 나카자와 신이치 저/ 동아시아


전반부에는 신화적 사고 방식인 ‘대칭적 사고’에 대한 예찬으로 채워져 있다. 신화적 사고 속에서는 인간과 동물이 서로 대칭적 존재로 어느 것이 열등하거나 우월하지 않다. 그래서 곰 친구, 여우 신부, 뱀 신랑이 등장한다. 인간에게 몸을 내어 먹잇감으로 준 동물들에게 우리는 의례와 인사를 통해 감사를 전했다. 신화 속에서는 인간과 자연, 인간과 동물이 서로 단절돼 있지 않고 자유로운 교제나 왕래나 변신 등이 가능했다. 이는 시간적으로 공간적으로 현대인의 이성적 사고보다 훨씬 그 폭이 넓고 역동적이다. 후반부에는 국가의 기원에 관한 이야기가 나온다. ‘대칭적 사고’가 깨어지면서 자연과 인간의 평화로운 공존은 깨어지게 된다. 왕과 국가가 등장한 것이다. 대칭성의 사회가 파괴된 원인으로는 인간이 쇠로 만든 무기를 갖게 된 것을 들고 있다, 무기 때문에 힘의 불균형이 생기고 그 결과 왕과 국가가 생겼으며, 검의 소유 여부에 따라 폭력이 행사되는 ‘야만’이 탄생했다는 것이다.


그러면 ‘대칭적 사고’를 회복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저자는 국가와 그것이 발생시키는 야만을 극복하기 위한 대안으로 ‘불교’를 제시한다. 불교의 포용적 상생적 사유가 현대가 가진 많은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자연, 동물은 결코 야만이 아니다. 오히려 우리가 21세기 상생을 잃어버린 야만적인 사회에 살고 있다. 이제는 대책을 진지하게 모색해야 한다. 문명의 발달로 더 없이 잔인해지고 고립돼가는 인간이 자신을 돌아보고 자연과의 공존을 고찰해보고 행동으로 옮겨야 한다. 비록 저자가 제시한 해결책에 대해 의구심이 들지만 그가 제기한 문제의식에는 많은 부분에서 공감한다.


다음은 머리말에서 따온 글이다.


“약간의 상상력만 동원하면, 모든 강의가 리얼타임으로 진행 중인 역사와의 팽팽한 긴장관계를 유지하며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을 이해할 수 있으리라고 생각한다.”
그의 책은 실시간으로 역사와 팽팽한 긴장관계를 유지하며 현재를 보는 근원적 분석틀을 제공하고 있다.


최미선 전 인문학협동조합 망원경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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