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에게 쓰는 딸의 편지

손주희 / 기사승인 : 2019-08-22 11: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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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공감

아빠가 영원한 곳에 갔다. 이제 다시는 눈으로 아빠를 볼 수 없고 손을 잡을 수도 없다. 그런데 살아계실 때 눈으로 아빠를 많이 보지 못했고 손을 잡은 기억도 많지 않다. 아빠에 대해서 잘 몰랐다. 아빠가 이제는 보지 못하는 영원한 곳에 가시고 나서야 알게 되었다. 아빠에게도 쓰라리기도 찬란하기도 아름답기도 한 청춘이 있었다는 걸.


나는 아빠는 아빠로만 알고 있었다. 아빠에게 나와 같은 젊은 시절이 있었다는 것을 머리로 알고는 있었지만 아빠의 젊은 시절 청년인 모습을 궁금해하지도 생각해보지도 않았다. 아빠가 돌아가시면서 그에게도 찬란했던 젊은 시절이 있었음을 판도라의 상자가 열리듯 젊은 시절 어떻게 지냈는지 듣게 되었다.


그때 그 시절에도 청춘들은 아팠다. ‘젊음’을 무기로 청년시절을 보내며 친구들과 함께하는 것을 좋아하고 젊었을 때 부조리함을 보지 못하고 불처럼 화를 내는 열정도 있었으며 지금의 내가 미래에 대한 불안으로 끙끙 방황을 하고 몸살을 하듯 그때 그 시절 그도 그리고 그의 친구들도 나처럼 방황했던 적도 있었다는 것을 아빠와 함께 한 친구들에게 듣게 됐다. 나는 몰랐다. 그에게도 나와 같은 시절이 있었고 그렇게 부모가 되고 아빠가 되어 갔다는 것을... 나이가 들어가면서 그 시절의 열정을 가슴속에 묻어두고 살아갔다는 것을...


젊음에 대해서 생각해본다. 모든 인간은 어린 시절이 있고 성장하면서 젊음이 있으며 나이가 들어가면서 늙어간다. 젊은 날의 내가 어떻게 살아야 미래의 내 표정이 어떤 표정일지, 내 손 모양은 어떤 모양일지, 내 발은 어떤 모양일지, 내 체형은 어떤 체형일지, 아빠는 현장에서 일을 하셨다. 항상 피부는 햇빛에 그을리셨으며 점점 말을 거칠어지셨고 젊을 때는 여자 손처럼 고왔던 손은 울퉁불퉁하며 발은 굳은살이 많으셨다. 산을 좋아하셨다. 나는 산을 싫어하는데 아빠는 산에 의미를 두시며 산타기를 좋아하셨다. 발이 약간 평발이셔서 걷기가 무척 힘드셨을텐데... 전국의 산을 누비시며 산과 인생을 비유하시며 힘든 걸 참고 올라가야 한다고 하셨다. 

 

어렸을 때도 그리도 지금도 나는 아빠의 말에 공감되지 않는다. 하지만 본인의 젊음에는 항상 지금의 삶보다 나아질 미래를 위해 참는 것이 익숙해지셔서 참고 묵묵하게 해내는 것이 미덕이라고 생각하면서 살아오셨고 그의 자식들에게 자신의 젊은 날보다는 조금 더 나아질 젊은 날을 주고 싶어서 자신의 젊은 날 지난날에 꿈꿨던 반짝이던 열정을 가슴에 묻어두고 한 발 한발 묵묵하게 인생을 걸어나갔다. 


나도 묵묵하게 걸어가야 한다. 그런데 어떤 방향으로 걸어가야 될지 아직도 정하지 못했다. 그도 젊은 날 그랬을까? 그와 함께 이야기할 때면 우리 사이에 보이지 않는 벽이 있어서 가로막힌 듯 답답했다. 하지만 지금은 물어보지 못해 더 답답하다. 나는 아직 젊기에 더 방황하고 고민하고 생각하고 그리고 꼭 빨리 선택해 간다는 것이 옳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도 그렇게 생각할 것이다. 천천히 주위를 둘러보기도 하고 아니다 싶을 때 다시 돌아올 수 있는 용기만 있다면 그도 응원할 것이다. 나의 방황을...


방황을 두려워하지 않는 청춘이 되도록 나에게 응원을 보내면서 아빠 사랑합니다. 


손주희 회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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