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가락 폭파단(4)

이인호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울산본부 사무처장 / 기사승인 : 2019-08-29 11:0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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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통닭집은 가운데를 통로로 칸칸이 나뉘어 있었다. 어른 가슴 높이만 한 칸막이에 두세 명 정도 앉을 만한 기다란 붙박이 의자가 줄을 맞춰 놓여 있었고 그 가운데 탁자가 있었다. 목소리는 식탁을 자유롭게 넘나들었지만, 머리를 빼꼼히 내밀지 않으면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알 수 없었고, 그들 역시 너무 큰 목표에 도취된 나머지 자신들을 향해 다가오는 경찰을 보지 못했다. 설령 봤더라도 인근 파출소에서 회식으로 통닭을 시켜 먹나보다 하며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을 터였다. 두 명의 경찰이 그들이 앉은 자리 앞에 나란히 섰고, 무슨 일인가 싶은 다른 손님들이 자리에서 일어나 그들이 앉아 있는 자리를 쳐다봤다. 마치 그럴 줄 알았다는 듯, 이 술집에서 소란을 피운 죄로 잡혀가야 할 사람은 저들밖에 없다는 듯 일어난 사람들이 일제히 그들을 쳐다봤다. 다른 경찰이 다시 술집을 휙 한 번 둘러보자 일어났던 사람들은 이 술자리의 소란과는 아무 상관 없는 선량한 시민이라고 강조라도 하듯 자리에 다시 조용히 앉았다. 


“여기 계신 분들 모두 신분증 좀 보여주세요.”
“어머? 저희가 미성년자처럼 보이시나 봐요. 도희야 우리가 젊기는 젊어 보이나 봐. 아무리 그래도 미성년은 너무 심했다. 아저씨.”


미진은 꺄르르 웃으며 가방을 뒤적였다.
“저희가 무슨 죄를 지었다고 신분증을 달라는 겁니까? 정말 미성년자 음주 단속 나온 것도 아닐 테고.”
제일 연장자인 순천이 나섰다.


“신고가 들어왔으니 협조해주세요.”
대답한 경찰은 주라면 줄 것이지 성가시게 왜 물어보냐는 듯 마뜩찮은 표정을 지었다.


경찰은 그들의 신분증을 수거해서는 어디론가 무전을 날렸고, 곧 난감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뭔가 나와야 할 것이 나오지 않은 모양이었다. 그리고는 다른 경찰과 귓속말을 나누더니 이내 무슨 결정이라도 내린 듯 그들에게 다가왔다.
“테러 모의 혐의로 잠시 긴급동행하겠습니다.”


순천은 동행이라는 서정적인 말에 긴급이라는 말을 붙이니 말이 이렇게 날카로워질 수도 있구나 생각이 들었다.
“뭔 소리요. 테러 모의라니?”


보다 못한 승기가 벌떡 일어서며 경찰을 노려봤다.
“여기서 공공시설물에 테러를 저지르기 위해 모의하셨잖아요.”


그때였다. 입구 쪽 칸막이에서 삐죽이 얼굴을 내밀고 쳐다보던 사람이 재빠르게 경찰 뒤로 와서는 말을 보탰다.
“맞아요. 저 사람들이 사연댐을 폭파한다고 했어요.”


“아니, 아저씨 술 취해서 하는 말 가지고. 그게 무슨 테러 모의씩이나 돼요. 그리고 이렇게 나이든 할배들이 무슨 그럴만한 힘이 있다고 그걸 신고를 해요. 이 양반이 정말 큰일 낼 사람이네.”


미진이 경찰 뒤에 숨은 사람을 향해 삿대질을 하며 소리를 질렀다.
“아, 됐구요. 함께 가주셔야겠습니다.”


경찰은 빨리 이 소란을 해결하고 싶었는지 일어선 승기의 손을 잡아끌었다.
“이 보세요. 근데 테러 모의라면서 왜 이 사람만 데려가려는 거요?”


순천이 경찰의 손을 제지하며 여차하면 싸움이라도 걸 태세로 달려들었다.
“이 분이 위험한 물건을 소지하고 계시다는데요.”


경찰은 잠시 주춤하더니 그래도 최대한 공손하게 물었다. 아무래도 사람들의 보는 눈이 많았고, 자신들 역시 이 상황이 조금은 이해가 안 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신고전화가 들어왔고, 그 신고전화를 확인해야 했다. 


“네 그 사람이 맞아요. 아까 분명히 들었어요. 무슨 도화선을 가지고 있다고 했어요. 그게 그렇게 불이 잘 붙는다고, 러시아에서는 그걸 호랑이 똥이라고 부른다는 말까지 했어요.” 


신고한 사람은 자신이 마치 국가전복세력이라도 적발해서 신고한 양 사명감에 가득 차 세세한 것까지 경찰에게 일러바쳤다. 


“무슨 소리예요. 그건 도화선이 아니라 정말 호랑이 똥이라구요. 이분은 호랑이 연구하는 분이고, 오늘도 호랑이 흔적을 찾겠다고 러시아에 다녀오셔가지고, 우리가 그 귀국 기념으로 모인 거구요.”


순천은 분노로 얼굴이 발개졌지만, 호흡을 가다듬고 최대한 정중히 경찰에게 설명했다.
“이분들 저희 집에 자주 오시는 분들이구요. 그냥 술자리에서 농담 삼아 한 말을 저분이 오해하신 거 같네요.”


보다 못한 통닭집 주인도 한마디 거들었다. 그때 승기가 자신의 스마트폰을 높이 쳐들더니 경찰들에게 자신이 저장한 동영상을 보여줬다. 몇 달 전 지역뉴스에 승기가 나온 것을 SNS에 홍보하기 위해 저장해 놓은 것이 이렇게 쓰일 줄은 승기 자신도 아마 몰랐을 것이다. 뉴스에서 오지탐험가이자 호랑이 연구가로 등장한 승기는 지역에서 일명 범굴이라고 불리는 지역을 살펴보며, 이곳이 과거 호랑이가 서식하던 곳이 분명하다고 설명하고 있었다. 경찰은 화면과 승기를 번갈아 쳐다봤다. 뉴스 속에서 아프리카를 다룬 다큐멘터리에나 나올 법한 탐험가 모자를 쓰고서 어둑한 굴 하나를 가리키며 설명을 하는 모습은 누가 봐도 승기였다. 


동영상을 지켜본 경찰들은 그들에게 미안하다며, 아무리 술자리라도 댐을 폭파하겠다는 둥의 이야기는 삼가달라며 술집을 나갔다. 신고한 남자 역시 투철한 신고의식만큼이나 민첩한 상황판단으로 경찰이 나가는 것과 동시에 일행들과 함께 서둘러 술집을 빠져나갔다. 


이인호 울산민예총 문학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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