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엄사법 시행 1년 5개월, 현황과 과제

이승진 (사)나은내일연구원 상임이사 / 기사승인 : 2019-08-01 11:0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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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 울산

죽음을 앞둔 사람과 가족들이 연명의료를 유보하거나 중단할 수 있는 ‘연명의료결정법’을 시행하고 1년 5개월이 지났다. ‘연명의료’는 치료 효과 없이 임종 과정만 연장하는 의학적 시술을 말한다. 오늘은 이른바 ‘존업사법’으로 불리는 연명의료결정법 시행 이후의 현황과 전망, 개선과제들을 살펴보자. 우선 보건복지부 자료에 따르면 그동안 5만3900명이 연명의료 행위를 거부하고 존엄하게 떠날 권리를 선택했다. 한 달에 평균 3000여 명이 연명의료를 거부한 것이다. 경제적인 사정과 다른 이유로 병원에 입원하지 않고 사망한 경우까지 포함하면 그 수는 더 많을 것이다. 


모든 생명은 태어나서 살다가 늙고 병들어 세상을 떠나는 것이 자연스러운 이치다. 그러나 생명을 연장하는 의료기술이 발전하면서 죽음도 자연스럽게 맞이하기 어려운 세상이 됐다. 우리나라에서도 이를 견디다 못한 가족들의 요청을 들어준 의사가 결국 처벌을 받았다. 이후 ‘임종 환자에게 생명을 연장시키는 연명치료를 중단하고, 죽음을 받아들이는 존엄사를 보장해야 한다’는 사회적 요구가 빗발쳤다. 당시 세계 여러 나라에서도 엄격한 요건을 갖춘다면 존엄사를 허용하는 분위기였다. 결국 우리나라도 2016년에 ‘호스피스·완화의료 및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 결정에 관한 법률(연명의료결정법)’이 제정되고, 작년(2018년) 2월부터 시행하고 있다. 


연명의료 시술을 거부할 수 있는 권리를 법적으로 인정받은 이후, 어떤 사람들이 존엄사를 선택했을까? 각종 암을 비롯해서 호흡기와 심장, 뇌질환 등을 앓다가 존엄사를 결정하는 비율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병원 측이 중단한 연명의료의 종류도 확대되는 추세다. 존엄사법이 시행됐던 작년 2월에는 심폐소생술, 인공호흡기, 혈액 투석, 항암제 투여 등 4가지 의료행위를 중단하거나 유보할 수 있었다. 올해 3월부터는 체외생명유지술(ECLS)과 수혈, 승압제 투여 등을 받아야 하는 환자도 이 법의 적용대상이 됐다. 


이 법에 따라 존엄사를 결정하려면 어떤 과정을 거쳐야 할까? 연명의료를 중단하거나 유보하겠다는 의사를 가진 만 19세 이상 모든 국민은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작성해서 보관해 놓을 수 있다. ‘사전연명의료의향서’는 언젠가 내가 아파서 회복할 수 없는 상태에 놓였을 때 연명의료를 받지 않겠다는 뜻을 미리 밝혀두는 서류다. 보건복지부 지정을 받은 등록기관(국립연명의료관리기관 등)을 방문해서 본인이 작성한 후 정보처리시스템에 보관하면 된다. 유언장을 작성하거나 장기기증을 신청하는 과정과 유사하다. 현재까지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쓴 사람은 25만6025명으로 나타났다. 또 하나의 방법은 말기 또는 임종을 앞둔 환자가 담당 의사에게 의사를 밝혀 ‘연명의료계획서’를 쓰는 것이다,


그러면 ‘임종을 앞둔 환자’인지는 누가 판단하는 걸까? 우선 담당 의사와 해당 분야의 전문의 한 사람이 동일하게 판단해야 한다. 가족 가운데 두 사람 이상이 ‘환자가 연명의료를 원하지 않았다’고 일치된 진술을 하거나, 환자의 뜻을 알 수 없을 때는 가족 전원이 동의하면 중단할 수 있다. 지금은 시행 초기라서 당사자 의지보다는 가족들의 동의가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명의료 시술 중단 사례의 67%를 가족이 결정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환자의 의사를 반영해서 담당 의사가 연명의료계획서를 작성하는 경우도 늘어나고 있다. 존엄사법과 제도가 널리 알려지면 차츰 당사자가 결정하는 수치도 늘어날 것이다. 수년 전부터 복지기관이나 종교기관에서 웰다잉 교육을 많이 하고 있고,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는 만큼 존엄사 역시 ‘화장’처럼 새로운 문화로 정착될 것이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몇 가지 민감한 문제들은 반드시 짚어봐야 한다. 가족이 없는 무연고자와 독거노인처럼 본인도, 가족도 결정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어떻게 할 것인지 사회적 합의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 때로는 존엄사법이 악용되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대표적으로 ‘사망보험금’을 타기 위해 연명의료 시술 중단을 결정하는 경우가 그렇다. 각종 보험 법규와 약관 등을 신중하게 검토하고 보완해야 한다. 앞으로 존엄사 문화가 정착되려면 병원 이외의 곳에서도 죽음을 맞이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임종을 앞둔 환자라는 진단서’가 있다면 굳이 병원으로 이송해서 죽음을 확인하고, 장례식장으로 연계하는 구조도 개선해 나가야 한다. 나 역시 병원보다는 집에서 죽음을 맞이하는 편이 좋을 것 같다. 


이승진 (사)나은내일연구원 상임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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