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민주주의를 일구어온 위대한 역사

김명숙 사회적기업 나비문고 대표 / 기사승인 : 2020-05-07 11:0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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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 아무리 얘기해도 / 창비

 

1980년, 어디서 뭘 하셨나요? 5.18을 어떻게 만나셨나요? 저는 이 때 재수생으로 입시학원에 다녔습니다. 그 시절 뉴스에 관심이 전혀 없었고 오직 대학입학만 생각하던 시절이었죠. 어느 날 부모님께서 광주에 관광가려고 했는데 못 가게 됐다 했습니다. 빨갱이들이 소란을 피워 교통이 통제되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아무런 의심 없이 믿었습니다. ‘또 빨갱이들이 설치는’구나’라고 생각했죠(80년대 빨갱이 관련 사건들이 정말 많았습니다. 나중에 보니 많은 경우 조작된 것이었죠). 


이 시절 우연히 서울시 강남 모 골목길에서 붉은색 작은 홍보물, 소위 삐라를 만났습니다. 군인 전두환이 권력을 잡으려 하는데 막아야 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너무나 강력한 이미지여서 생생하게 남아있습니다. 전두환이라는 이름을 그렇게 처음 알게 됐습니다. 그 시절 불온유인물은 믿을 게 못 된다는 말을 들은 바 있었고 좀 신뢰가 가지 않는 스타일의 홍보물이라 무시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전두환 씨가 대통령이 됐습니다. 그때 그 붉은색 삐라가 내게 가장 먼저 진실을 알려줬다는 것을 알고 놀랐습니다. 누가 그 삐라를 만들어서 내게 보냈을까? 이름 모를 그 사람이 궁금해졌습니다. 그러나 모두 잊고 대학을 졸업했습니다. 


대학 졸업 후 울산YMCA 안에 있었던 ‘글우리’라는 독서모임에 참여하면서 5.18의 진실을 알게 됐습니다. 1985년이었습니다. 진상을 알았을 때 충격은 감당하기 어려웠습니다. 진실을 알고 가만히 있을 수 없었던 무수한 청년들이 정치에 관심을 가지게 됐습니다. 역사를 공부하며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나섰습니다. 진실을 알고, 그 진실을 널리 알리는 일을 용기 있게 정말 미친 듯이 했습니다. 


2020년 올해는 5.18 민중항쟁 40주년이 되는 해입니다. 40년, 강산이 네 번 바뀌는 세월입니다. 빨갱이 폭도로 몰려서 고문당했던 분들 다수가 그 억울함을 벗었고, 5월 18일이 민주화운동기념일로 지정됐습니다. 그 사실이 초등학교 교과서에도 실렸습니다. 80년대 5.18의 진실을 알고 곳곳에서 투쟁했던 분들이 대통령이 되고, 국회의원이 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아직도 5.18 민중항쟁의 진상은 명확히 규명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5.18 민중항쟁에 대해 왜곡된 말들, 폄훼된 말들이 떠돌아다니고 있습니다. 그 뿐만이 아닙니다. 국민들의 민주주의 열망을 처참하게 짓밟은 잔인무도한 책임자 전두환은 뻔뻔스럽게 국민을 희롱하고 있습니다. 


이런 답답한 상황에 5.18 민중항쟁 40주년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여러 가지 일로 바쁘지만 그 역사적 의미를 나누고자 여러 활동가들이 정성을 들이고 있습니다. 기념 문화행사를 준비하고 시민참여 공모전, 좌담회 등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이 행사를 준비하면서 학생들에게 추천할 책을 찾아봤습니다. 아, 다행히 맘에 드는 책을 발견했습니다. 올해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에서 기획한 만화 책 <아무리 얘기해도>입니다. 제가 바라던 딱 그런 책이 나와서 너무 너무 반가웠습니다. 


세계에서 가장 바쁜 한국 학생들은 독서 자체가 힘든 실정인데 이런 현실을 간파하고 30분 정도 시간을 내서 볼 수 있는 만화책을 펴냈습니다. 역사에 관심 없는 고등학생이 주인공입니다. 가짜뉴스에 휘둘리면서 진실에 접근하지 못하는 현실의 문제와 80년 광주의 잔혹한 진실을 생생하게 표현하고 있습니다. 마영신 씨의 탁월한 그림도 즐길 수 있습니다. 글보다 더 생생하고 신속하게 그 날의 실상을 전달하고 있습니다. 무거운 문제를 짧은 시간에 간파하게 하고, 가슴 깊이 호소하는 만화의 힘을 절감할 수 있습니다. 


중학생 학부모에게 5.18 역사 이야기를 자녀들과 나눈 적이 있냐고 물었더니 너무 부담스러워 말하기 곤란하다고 했습니다. 초등교과서에도 나오는 역사 이야기를 부담스럽다고 외면할 수 없습니다. 가족이 함께 읽고 토론해보면 좋은 이 만화책을 자신 있게 추천합니다. 


“<아무리 얘기해도>는 도발적인 만화다. 5.18 민주화운동을 다루되 과거를 재현하는 데 그치기보다는 5.18을 왜곡·폄훼하려는 극우세력과 이들이 퍼뜨리는 가짜뉴스의 문제를 함께 고발한다. ‘아무리 얘기해도’ 귀를 닫고 보고 싶은 것만 보면서 멋대로 허상을 키워가는 주인공의 모습은 독자에게 혐오감과 안타까움을 불러일으키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스스로도 가짜뉴스에 현혹돼 진실을 외면한 적은 없는지 질문을 던지게 만든다. 5.18 민주화운동 40주년을 맞은 우리에게는 이처럼 불편하기 짝이 없는 질문이 필요한지도 모른다.”-최정기(전남대 5.18연구소장) 


김명숙 사회적기업 나비문고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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