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교’와 ‘경쟁’

노재용 삼일여고 교사 / 기사승인 : 2019-10-10 11:0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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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톺아보기

우리 집 형제는 2남 2녀다. 누나, 형, 그리고 여동생이다. 나는 어릴 때부터 형을 많이 따랐다. 형은 학교 마치고 돌아오면 소에게 줄 풀을 베고, 쇠죽을 끓이는 등 집안일을 참 잘했다. 부모님이 한 마디 하시면 알아서 집안일을 하니 믿음직한 아들이었다. 반면 나는 시키는 일만 할 줄 알았지 다른 일은 잘 하지 못했다. 어머니는 그런 내가 답답해서인지 나보다는 형에게 많은 일을 시켰고 나는 편하게(?) 어린 시절을 보냈다. 


직장 생활을 하며 도시가 고향인 직장 동료가 농사에 대해 이것저것 물어볼 땐 난처하기 그지없다. 그냥 내게 주어진 일만 때우는 입장에서 부모님을 거들었을 뿐이어서 농사에 대해 아는 게 별로 없으니 말이다. 


어머니가 몇 해 전에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형)은 알아서 일을 척척 하는데 재용이는 시키는 일밖에 못한다”고. 나는 기분이 나빠 “제발 비교 좀 하지 마세요”하고 말했다. 형이 일도 잘하고 부모님에게 믿음직스럽다는 것은 알지만 기분이 나빴다. 그런 내가 애를 키우며 많은 비교의 말로 애를 다그쳤다. 옆집에 사는 누구는 어떻고, 네 친구 누구는 어떻고, 우리학교 어떤 선생님 애는 어쩌구 저쩌구...


그럴 때마다 애는 말은 하지 않았지만 자존감에 상처를 받았을 것이다. 내가 형과 비교 당하며 느낀 것과 똑같이. 물론 내가 애에게 상처를 주려고 한 것은 아니었다. 애가 자극을 받아 좀 더 열심히 했으면 하는 바람에서 한 말들이었다. 어머니가 내게 바랐던 것과 마찬가지로.


교육청에서 열린 ‘비경쟁 독서토론’ 연수를 2주에 걸쳐 들었다. ‘평생 독서인 양성을 위한’이라는 수식어에 끌려서 토요일에 두 차례 실시한 연수에 참가했다. 재미있고 유익한 연수였다. 2일째 되는 날 채사장의 ‘시민의 교양’ 5장 교육 파트를 읽고 토론을 했다. 우리 조는 ‘경쟁’에 대해, ‘교육 문제 해결 방안’에 대해 얘기를 나누었다. ‘경쟁’의 당위성과 그에 따른 결과의 수용 정당성에 대해 열띤 토론을 벌였다. 아이들이 행복한 교육을 위해 인식의 변화와 제도의 변화 중 무엇이 우선이 돼야 하는지 얘기하며 결국 교사의 인식 변화와 역할이 중요하다는 결론으로 논의를 마무리 지었다.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하는 순환 구조 속에서 인식과 제도의 변화 모두가 필요하다는 점에 공감했다. 


‘경쟁’이 때론 필요하지만 교육에서 이루어지는 경쟁은 신중히 할 필요가 있다. 제도로 경쟁을 부추기고 경쟁에서 낙오된 학생들이 자존감을 잃고 심리적으로 위축된 삶을 살도록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비교’라는 것도 마찬가지다. 내가 형과 비교 당하면서, 우리 애가 다른 애들과 비교 당하면서 느낀 심리적 상처는 오래 남을 수밖에 없다. 어쩌면 평생을 갈지도 모른다. 


부모님 입장에서 아이들에게 자극을 주기 위한 손쉬운 방편으로 일삼는 ‘비교’와 그 이면에 자리 잡고 있는, 남보다 좀 더 앞서 나가야 한다는 ‘경쟁’ 의식에서 인식의 변화가 필요해 보인다. ‘비교’를 다른 상대와 하는 것이 아니라 과거와 ‘나’와 현재의 ‘나’를 비교하는 것은 어떨까? 과거에 비해 현재 내가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얼마나 성장했는지 살펴보며 더욱 성장해 나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을까?
오늘은 본의 아니게 형과의 ‘비교’로 내 마음을 멍들게 했지만, 자식을 아끼고 더 잘 되기를 바라셨던 어머니의 기일이다. 아직도 철이 없지만 ‘과거의 나’에 비해 세상을 조금 더 잘 알게 되고, 세상을 보는 안목이 넓어진 나를 어머니께 자랑스럽게 보여드리고 싶다.


노재용 삼일여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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