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의 침묵

김연민 울산대 산업경영공학부 교수 / 기사승인 : 2020-06-24 11:0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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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코로나19, 대학은 한 게 무엇인가’라는 제목을 단 대자보가 서울의 한 대학에 게시됐다. “우리는 대학이 교육권을 보장하기 위한 책임을 다할 것을 요구한다”, “만일 교육권을 보장할 수 없다면 학생들에게 등록금을 환불하라”고 주장했다. 학생회를 중심으로 등록금 감면 요구도 나오고 실제로 대학에서 등록금 일부를 돌려주기도 했으나 대학 교육에 대한 근본적 성찰은 없었다.


대학 공간의 협소함, 대형 강의의 범람과 암기식 교육에 의존하는 교수들의 상투적 강의, 행정의 중앙 집중화와 관료주의, 교수와 학생 간의 위계적 관계, 부족한 대학교원 수의 불만에서 시작해 “금지하는 것을 금지하라!” “현실주의자가 되자. 불가능한 것을 요구하자”고 외치던 프랑스 6.8 혁명과 같은 대학에 대한 근본적 개혁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학생이나 교수 또는 학부모로부터도 나오지 못했다.


1968년 5월 대학선언은 다음과 같았다. 1. 대학은 어떠한 정치 권력으로부터도 완전히 독립적이어야 한다. 2. 대학은 사회에 대한 끊임없는 이의 제기의 중심이 돼야 한다. 3. 각각의 고등교육기관 내부 규정은 이러한 원칙과 소수자의 존재 및 그들의 표현의 자유를 보장해야 한다. 4. 현 사회에서 미래사회까지 모든 교육 과정에 대한 등록금은 면제돼야 한다. 5. 교육은 어떠한 선별 없이 모두에게 효과적이고 평등하게 개방돼야 한다. 6. 고등교육기관은 어떠한 외부의 간섭 없이 교수와 학생 대표에 의해 관리돼야 한다. 7. 국가로부터 교육에 제공되는 공적자금의 규모는 민주적으로 결정되고 공공기관이 의무적으로 적용해야 하는 중장기적 사회경제적 계획 속에서 표출되는 국민 전체의 요구에 따라 결정돼야 한다. 8. 완전한 자율은 교수와 학생의 대학 기능에 관한 모든 결정 권한을 박탈할 수 있는 외부 세력을 무력화할 현실적인 조직 구성이 필요하다. 9. 학생과 교수는 교육의 형식과 내용을 주기적으로 완전히 자유롭게 재검토할 수 있어야 한다. 10. 대학은 사회문화의 근거지가 돼야 한다. 11. 현행 시험과 경쟁을 폐지하고, 교육 전 기간에 걸쳐 학생의 학습 질에 대한 지속적 검사로 대처해야 한다.


<학교 없는 사회>를 쓴 이반 일리히는 일생을 통해 ‘가치의 제도화’라는 개념으로 규정되는 현대문명의 문제점을 탐구하고 비판했다. '가치의 제도화'란 도구의 과잉발전으로 인해 도구가 일상의 전 영역을 지배하게 된 현대 사회의 특징으로 건강은 병원, 공부는 학교, 정치는 정당, 신앙은 교회 등 인간 삶과 사회의 여러 가치가 서비스로 제도화돼 가치와 제도가 혼동되는 것이라고 한다. 그는 ‘가치의 제도화’는 반드시 물질적 오염, 사회적 양극화, 심리적 무능화를 초래한다고 한다. 그는 학교를 ‘산업적 생산양식 자체의 존재 방식’이라고 보고 그러한 학교를 없애고 사회 속의 자율적인 공부를 교육으로 생각하는 사회로 전환함으로써 그동안 철저히 학교화된 사회 그 자체를 변환시켜야 한다고 주장한다.


<학교는 죽었다>를 쓴 이 라이머는 오늘날 “교육”을 상실한 교육적 퇴락에 ‘학교의 죽음’을 선언한다. 그는 학교를 사람과 사물을 포함한 모든 중요한 교육 자원에 누구나 접근할 기회를 제공하는 교육 조직망으로 대체하고 모든 정보가 개방돼 교육 자원으로 활용될 때 통찰력을 키우는 교육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한다. 교사와 관련해서는 학교 안보다 오히려 학교 밖에 풍부한 교사가 많다면서 정보통신 기술을 활용해 교사의 인력 풀을 만들자고 제안한다. 그는 학생에게 새로운 교육내용을 ‘주입’하는 방법을 추구하는 현행 추세를 그 정반대의 제도 추구 즉 개개인 삶의 모든 순간을 공부하고 나누고 돕는 순간으로 바꾸도록 고양하는 교육망 형성으로 바꿔야 한다고 한다.


코로나19 이후 인터넷 원격 강의는 불가피한 강의의 한 형식이 되고 현행 교육 체계에 금이 가게 한다. 교육은 더는 계층상승의 기회가 되지 못하고 빈부격차는 교육 불평등을 낳고 교육 불평등은 사회적 격차와 신분 차이를 고착화하고 있다. 대학은 권력과 지식을 통해 사회를 통제하는 시스템의 일부가 되고 있다. 대학은 모두에게 효과적이고 평등하게 개방돼 계층상승의 기회를 제공하고 이를 바탕으로 교육은 무상으로 이뤄져야 한다. 코로나19는 모든 중요한 교육 자원에 누구나 접근할 교육 조직망을 만들 기회를 제공한다. 사회의 모든 곳에서 끊임없는 학습이 일어나 전체의 성장을 끌어내는 자발적 학습사회를 조직해야 함을 깨닫게 한다. 대학도 이제 침묵을 깨고 계층 고착화와 학생의 심리적 무능화를 초래한 교육을 변환시키는 데 앞장서야 한다.


김연민 울산대 산업경영공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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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민 울산대 산업경영공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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