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을 키우는 여자

박진희 참교육을위한전국학부모회 울산지부 회원 / 기사승인 : 2020-08-20 11:0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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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모 칼럼

여느 집이 그렇듯 우리 집도 평일 아침 시간은 전쟁이다. 가족 구성원이라 봐야 프리랜서로 일하고 있는 남자 남편, 자기애가 만렙이신 중학교 1학년 아들 그리고 딸 부잣집에서 셋째 딸 여자로서 나까지 셋이 전부다. 매일 아침 전투적으로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면 등교전쟁, 교통체증과의 전쟁, 여자인 자신과의 전쟁에서 승자가 될 수 있으련만. 오늘도 역시나 우리 집 남자들은 언제나처럼 패자가 되고자 내 잔소리를 알람으로 시작해 끊임없는 내 질타와 염려를 꾹 닫은 귀를 방패삼아 현관을 나선다. 요즘 우리 집 남자들을 보면 한숨이 나온다. 365일 늘 다시 반복되는 일상에서도 내 잔소리를 똑같이 들어도 일관성 있는 그들을 보면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특히 아들을 보면 ‘왜 우리 둘은 이렇게 맞지 않나? 전생에 내가 아들에게 큰 죄를 지었나? 아니면 십이지 띠로 풀자면 아들이 돼지띠 내가 뱀띠로 상극이라 이리 안 맞나? 대체 이유가 뭘까?’ 고민하게 된다. 그 때문에 난 우리 아들이 늘 말하는 “엄마는 남자를 몰라”에서 멈춰 서서 고민하는 중이다. 남자인 아들을 키우면서 당최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을 크게 세 가지로 나눠 봤다. 


첫째, 아들을 키우는 엄마들이 힘들다고 하소연하는 이유의 핵심은 아들의 행동과 말이 이해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고로 나에게도 아들은 외계인이다. 우리 집에 사는 외계인을 예를 들어보자면, 원목에 친환경 페인트를 예쁘게 칠해 놓은 책상을 초등학교 입학 기념으로 구입한 엄마의 뿌듯한 마음을 몰랐던지, 아니면 더 예쁜 책상을 원했던 것인지. 아들은 얼마 되지 않아 쇠자로 색상 다리의 페인트칠을 싹싹 긁어 놓았고, 그야말로 재활용센터에 있을 법한 엔틱한 책상으로 만들어 놨다. 대체 왜 그랬냐는 내 분노의 다그침에 아들이 “그러면 안 돼?”라고 답해 내게 강펀치를 먹였다. 이 녀석이 분명 내가 낳았던 그 아이가 맞기나 한 걸까?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걸까? 생각이라는 걸 하기나 할까? 외계인처럼 도무지 알 수 없었다.


두 번째, 공감능력이다. 공감이란 대상을 알고 이해하거나, 상대방이 느끼는 상황 또는 기분을 비슷하게 경험하는 심적 현상을 말한다. 그런데 우리 집 외계인은 공감능력이라는 것이 생기다 말았거나 애초에 공감이라는 것은 싹둑 자르고 태어났을지 모른다. 예전 EBS 다큐에서 <남과 여 아이의 사생활>이란 프로그램이 방영된 적이 있었다. 돌 전후의 아이들에게 공감능력에 관한 실험을 보면, 먼저 아이랑 놀이를 하다 엄마 손이 망치에 맞아 엄마가 흐느끼자 여자아이는 ‘호’하고 불어 주며 마치 아이가 직접 다친 것처럼 울기까지 했으나, 남자아이는 엄마가 아파서 울어도 자신의 놀이를 이어가거나 엄마의 울음에 웃기까지 했다. 우리 집 외계인도 어릴 때 여느 남자아이와 다르지 않았다. TV에서처럼 나 역시 아파서 우는 척을 했더니 아이가 하는 왈 “TV 소리가 안 들려 조용히 해.” 하더라. 아! 얼마나 쿨한 성격인가. 그맘때 한참 아이가 어려서 그러려니 하며 넘어갔지만, 최근에 남의 편인 우리 집 남편과 언성을 높여 다툰 적이 있었다. 조금이나마 걱정하거나 초조해해야 할 터이지만, 우리 집 외계인은 엄마 아빠가 방안에서 다투는 그 틈에 밥상 위의 고기반찬을 싹 드시고는 휴대폰 삼매경이었다. 이해할 수가 없어서 “넌 엄마 아빠가 치열한 전쟁터에서 누구 하나가 전사할 수 있는 그 상황에 밥을 먹을 수 있느냐”고 섭섭함을 토로했더니 본인 배가 몹시 고팠고, 물론 고기는 맛있더란다. 어쩜 저런 호연지기가 다 있을까.


마지막은 산만함이다. 남자아이는 감정을 움직이면서 에너지와 같이 발산하도록 만들어져 있다고 한다. 불안감, 분노, 슬픔이라는 부정적인 감정도 잠재돼 있다가 근육 속의 에너지와 함께 폭발한다. 그렇기에 남자아이가 한 자리에 앉아서 놀이나 학습을 할 때 산만할 수밖에 없다고 한다. 우리 집 외계인과는 7개월 늦게 태어난 여자조카가 하나 있다. 그 둘이 놀이를 하거나 공부하는 것을 보면 가슴 속에서 화가 솟구친다. 조카아이는 책상 앞에 앉아서 자기가 할 분량의 공부를 주어진 시간에 끝낼 때 아들 녀석은 한참을 초점 없는 눈으로 문제집을 보거나 그 위에 그림을 그리더니 갑자기 뜬금없이 혼자 웃는다. 웃는 이유는 학교에서 있었던 일이 갑자기 생각나서였다. 금세 방을 나와서 의미 없이 냉장고 문을 열어보고 닫는다. 이유를 물어 보면 “그냥”이라 답한다. 산만함이 한 뭉치다. 


이러니 남자아이를 낳은 여성이 딸을 낳은 쪽보다 수명이 짧다는 연구 결과가 있지 않겠는가. 그럼에도 내 아들이 지구에 사는 외계인이 아닌, 그 어떠한 상황에서 그 누구를 만나든 유연한 사고를 하고 자유롭게 생활할 수 있는 지구인이 되기를 바란다.


박진희 참교육을위한전국학부모회 울산지부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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