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북> 혐오에 대면하는 우리의 자세

배문석 / 기사승인 : 2019-03-06 11:0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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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덕후감

올해 아카데미 작품상 수상 영예

 

91회 아카데미가 뽑은 최고의 작품은 <그린북>이었다. 흑인, 백인 그리고 황인이라고 피부 색깔을 놓고 인종을 나눠 차별했던 시절을 다룬 작품이다. 1960년대 천재 피아니스트 돈 셜리(마허샬라 알리) 박사가 흑인, 가난하지만 뛰어난 처세술(주먹과 입담)을 지닌 이탈리아 이민자 토니 발레롱가(비고 모텐슨)가 백인이다. 흔한 흑백의 관계와 정반대로 셜리 박사가 남부 공연 투어의 운전수로 토니를 고용해 3개월 동안 동행하는 이야기다.


둘은 실존했고 실제로 오랜 기간 우정을 쌓았던 관계다. 그러나 처음부터 마음이 통한 것은 아니다. 돈이 필요해 평소 흑인을 무시했지만 일을 맡은 토니, 실력이 뛰어나도 결국 목숨의 위협을 느끼며 공연에 나선 셜리는 서로를 이해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린다.

 


둘은 단지 피부색만 다른 것이 아니었다. 가진 재산과 학습의 정도가 달랐고 살아가는 문화 자체가 달랐다. 게다가 사회적 하층민으로 취급받는 흑인이 달리는 차의 뒷좌석에 앉는다는 것은 50년 전의 시대를 감안하면 매우 특별한 상황이다.


물론 이야기의 흐름이 놀랍지는 않다. 관객들은 결국 훈훈하게 마무리될 것을 기대하고, 영화는 그 바람을 채워준다. 오히려 신선한 것은 예측되는 상황들이 등장하는 속도와 담아낸 호흡의 길이다. 뻔할 수 있는 장면들이 살짝살짝 변주된다. 거기에 두 흑백 주인공의 연기는 긴장감을 붙이는 접착제가 되고, 멋드러진 음악이 쉼 없이 이어져 너비를 선사한다.

 
이야기 흐름은 프랑스 영화 <언터처블: 1%의 우정>(2011)과 유사하다고 생각하면 쉽다. 그때는 억만장자지만 심각한 장애를 가진 중년의 백인과 건강한 몸 밖에 가진 게 없는 극빈층의 흑인 청년이 나눈 우정이었다. 여기선 주인공의 피부색만 다를 뿐이다.

 


오히려 주목할 점은 감독 피터 패럴리가 말하고 싶은 것이 단지 인종차별에 그치지 않는다는 데 있다. 편견과 이중성 그리고 인간 존엄에 대한 깊은 성찰이 깊게 배어 있다. ‘혐오’가 요즘 가장 큰 사회 문제가 된 것에 비춰 보면 생각할 것들이 더 늘어난다. 게다가 이런 주제들을 너무 무겁지 않게, 오히려 작은 미소들이 스밀 수 있게 연출한 점은 박수받아 마땅하다.

 


보수적인 아카데미 심사위원들이 작품상을 선사한 것도 짚어볼 부분이다. 미국 대중문화계의 각종 시상식이 최근 들어 진보쪽으로 한발짝씩 이동한 흐름과 결을 같이 했기 때문이다. 대중음악에서 그래미 시상식이 방탄소년단(BTS)을 시상자에 포함하고 주요 수상 부분에서 ‘백인중심’을 벗어난 것은 또 다른 예다.

 


세상이 혐오의 바다에 빠진 것처럼 보여도 어딘가에서는 헤쳐나올 변화가 벌어지고 있다. 그것이 바다 건너 미국의 현상이라거나, 자본주의 산업의 계산기가 작동했다는 편견을 더해도 매우 긍정적이지 않은가.

  
배문석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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