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정과 결과가 전도된 마을 사업

박기윤 화천귀농학교 교장 / 기사승인 : 2020-01-08 10:5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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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농귀산촌 통신

지역에 계신 분들은 왜 마을 사업을 끌어 들이고 그 성공을 위해 자기 생업도 제쳐두고 매달릴까? 마을을 전국적으로 유명한 마을을 만들려고? 그래봐야 밀려드는 언론 방송 응대 노하우만 늘어난다. 손님들이 많이 방문해서 북적북적거리게 하려고? 행사 끝나고 나면 쓰레기 치우고 정리할 일만 산더미다. 마을 특산물을 팔아먹으려고? 초청 행사니 박람회니 도시민들 모셔 오느라 쓰는 돈이 더 많이 든다. 도농교류? 도시 양반들 비위 맞추는 종놈 신세다. 지역 활성화다, 살기 좋은 마을이다, 온갖 미사여구로 치장을 하지만 마을 사람들의 관심은 소득증대, 즉 돈이다. 이런 저런 사업을 통해 마을의 소득이 아니 내 소득이 늘어 날 거라는 기대가 있으니 열심히 한다. 그게 당연한 일이다. 


그러면 정부에서 지역개발사업을 추진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마찬가지로 소득의 문제이다. 농업만으로는 우리 농민과 농촌이 지속할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에 외국의 사례 등을 본받아 브랜드 형성, 가공, 유통, 체험, 관광, 교육, 치유 등 농업생산 이외의 부가가치를 늘여 농가 소득을 올리자는 얘기다. 그래야 인구가 줄지 않고 지속가능하리라 보니까.


이렇게 정부와 지역의 목표가 일정 부분 같은데도 정부의 보조 사업이 들어간 마을 중에 외부 지원이 끊어져도 지속가능한 마을이 거의 없는 이유는 무엇일까? 첫째, 농촌을 하나의 공동체로 파악하는 관점이 있다. 평창동 고급주택에 사는 사람과 쪽방촌에 사는 사람이 같은 서울시민이라는 공통점 이외는 어떤 일치점도 찾기 어려운 것처럼, 우리 동네의 억대 소득을 올리는 축산농가와 노인연금과 일자리사업으로 생계를 꾸리는 독거노인네는 하나의 사업으로 꾸릴 수 있는 공통점이 없다. 그런데도 이들을 함께 마을공동체로 묶어서 공동사업을 요구하니 출발부터 문제가 있다. 우리 마을에서 산촌생태마을 사업으로 개인에게 지원한 블루베리 재배용 비닐하우스는 지금은 다 캐내고 고추를 심더라도 여전히 관리가 되고 있지만, 마을 공동 수익용으로 시공한 산채 하우스는 주민들 뇌리에는 준공한 그날부터 사라진 지 오래다. 그리고 마을 공동으로 구입한 퇴비 살포기는 3년도 지나지 않아 어디에 가 있는지, 상태가 어떤지, 아니 있는지 없는지조차 모른다. 모두의 것은 어느 누구의 것도 아니다. 공동사업으로 돈을 벌 수도 없거니와 수익을 올려봐야 분란만 생긴다. 


둘째, 과정과 결과의 문제가 있다. 정부의 지원 사업 체계는 외국의 선진 사례라고 하는 것을 한국식으로 변형해서 시범운영한 다음 모델화해 확산하는 방식이다. 이는 일시적 지역적으로는 성공할 수 있고 또 그렇게 보일 수도 있지만 지속가능할 수는 없다. 성공사례라는 것은 수년간 그 농가나 지역이 자체의 문제를 극복하는 과정을 통해 모델을 만들고, 이를 뒷받침하는 정부의 지원이 뒤따라서 현재의 결과가 나온 건데, 그 결과만 보고 전혀 다른 조건과 사람에게 이를 적용하는 것은 본말이 전도됐다. 


지역적, 역사적으로 석유나 다른 난방 방식보다 나무를 연료로 쓰거나 활용하는 것이 일상적인 독일에서 울창한 숲을 지역사람들이 중심이 된 마을기업을 통해 활용하는 사례가 있다. 이를 보고 여전히 산림에 대한 접근이 쉽지 않고, 연탄이나 석유 보일러를 통해 더 편하고 싸게 난방을 할 수 있는 우리지역에 산림을 통한 난방이나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사업을 실시했다. 결과는 본 사업보다 땔감 수집, 운송, 공급 등 뒷감당이 더 큰일이 되고 여기에 또 자금이 투입됐다. 


농사일을 하다 보니 혼자서는 힘들어 두레가 생겼고, 관혼상제나 놀이를 혼자 할 수 없어 함께 하다 보니 결과적으로 마을공동체가 만들어졌다. 이제 기계가 보급돼 구태여 동네 사람의 힘을 빌리지 않아도 농사가 가능하고, 마을부녀회나 누군가의 희생을 바탕으로 하는 공동행사가 별로 환영받지 못하는 지금, 마을을 하나의 영농조합법인으로 만들어 정관에 공동작업, 상부상조를 넣는다고 공동체성이 생기는 것은 아니라는 말이다. 


지역에 반드시 필요한 사업이 있다고 하자. 그러면 먼저 지역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그 사업을 몇 년 간 자체적으로 꾸려나가고 조금만 도와주면 더 발전할 수 있는 그 때 그 필요한 만큼만 정부가 마중물처럼 지원해주는 방식은 어떤가? 


박기윤 화천귀농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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