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교조 30년, 늘 처음처럼 새롭게

천창수 화암중학교 교사 / 기사승인 : 2019-05-31 10:5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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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톺아보기

26년 전인 1993년 독일 노총과 금속노조, 그리고 독일의 노동현장을 견학하기 위해 간 적이 있었다. 그때는 내 나이 30대 중반이었고 우리나라에서는 노동운동이 용광로처럼 끓던 시절이었다. 전교조는 교원노조의 합법화와 해직교사의 복직을 요구하는 끈질긴 투쟁을 계속하고 있었고, 현대중공업노동조합은 128일 파업이라는 장기간을 파업을 겪은 지 얼마 지나지 않은 때였다.


우리 일행은 독일 노동자들의 안내를 받으며 오펠(Opel), 폭스바겐(Volkswagen), 벤츠(Benz) 공장을 방문해 현장의 변화와 독일의 노사관계를 공부했다. 그런데 우리를 승용차에 태우고 현장까지 태워주는 역할을 한 사람들은 모두 은퇴한 노동자들이었는데, 오히려 우리나라의 노동운동이 정말 역동적이라며 부러워했다. 그러면서 한숨을 내쉬며 독일 노동운동의 앞날을 걱정했다. 그 이유를 물었더니 “요즘 젊은 사람들은 노동조합에 관심이 없다. 너무 풍요롭게 잘 사니까 노동조합이 왜 필요한지 생각이 없다”고 하면서 “우리 때는 노동조합이 우리의 삶이었다. 새로운 세상을 꿈꾸었고 투쟁도 많이 했다”고 회고했다. 당시에는 선진국 은퇴노동자들의 이야기를 선뜻 이해하지 못했다.


전교조가 노태우 정권의 탄압을 뚫고 결성한 지 5월 28일로 30년이 된다. 전교조를 결성하면 해직시키겠다는 협박에도 많은 교사들이 동참했고 결국 1500명이 넘는 교사가 해직됐다. 당시에는 교원노조가 자신의 인생을 걸만큼 소중한 존재였던 사람들이 많았다.


촌지 부담 때문에 학교 가기가 부담스러웠던 학부모들, 독재 정권의 하수인 노릇을 강요당했던 교사들, 인격 침해와 체벌로 멍들었던 학생들을 보며 교육을 바꾸어야 한다는 절박함이 교원노조의 결성에 삶을 걸게 했던 게 아니었을까.


지금 전교조의 상황에 대해서는 낙관적이지 않다는 지적이 전교조 안팎에서 공히 나온다. 가장 심각한 문제가 전교조에 가입하는 젊은 교사들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는 것이다. 왜 젊은 교사들은 해직의 두려움도 없는데 교원노조에 가입하지 않을까? 물론 교원노조에 가입하지 않아도 단체협약의 혜택은 똑같이 누린다는 지적도 있지만, 교원노조에 대한 절박함이 없기 때문이다.


30년 동안의 전교조의 투쟁으로 촌지는 거의 사라졌고 법적 제도화도 이루어져 있다. 물론 체벌도 없어졌다. 이 또한 법적으로 제도화되어 있다. 교사를 정권의 하수인으로 부리는 일은 우리 사회의 민주화와 함께 이제는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 되었다. 아직 교장과 교감의 갑질 문화는 다수 학교에서 남아 있지만 개인적인 방법으로 해결해 가는 교사가 많다. 예전에는 전교조 교사들이 개발한 수업자료와 학급운영 자료를 구하기 위해 전교조에 가입을 많이 했으나 이제는 혁신학교의 확대와 인터넷의 발달으로 다양한 방법으로 쉽게 구할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교육이 완벽해질 수는 없다. 시대와 환경의 변화에 따라 모습이 달라질 뿐이다. 여전히 입시경쟁에 시달리는 학생들이 있고 사교육비 부담과 자녀의 미래에 불안해하는 학부모가 있고, 교육과정에 전혀 자율성을 발휘할 수 없는 교사들이 있다. 교원노조는 학교라는 공공 제도가 있는 한 그 시대적 사명이 있는 것이다.


다만 시대와 환경의 변화에 맞게 새롭게 과제를 찾아내고 젊은 교사들이 힘들어 하는 부분을 먼저 찾아내 전교조의 주요 사업으로 삼아야 하는 것이다. 그것이 현 시대에는 무엇일까? 학생과 교사 모두에게 학교를 다니기에 정말 즐거운 곳으로 만들고 서로 서로 존중해 주고 어울려 지내는 공간으로 만드는 일이 아닐까 개인적으로 생각해 본다. 폭력이 시시때때로 발생하고 혐오 표현이 아무렇지 않게 내뱉어지고 창의적인 사고보다는 시험 잘 보는 수업이 평가받는 이러한 비교육적 문화를 바꾸는 데 전교조의 역량을 집중하는 게 어떨까 싶다. 물론 지금도 노력하고 있긴 하지만.


30년 전 전교조는 아무도 제기하지 않던 타성에 빠진 교육계를 질타하며 새로운 교육을 선언했다. 30년 전 그랬던 것처럼 시대와 환경의 변화에 맞게 새롭게 변화해가며 우리 교육의 앞길을 개척해 나가길 전교조에 기대한다.


천창수 화암중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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