갯바위에서 살아남기-저서생물

전대수 주식회사 자연아놀자 / 기사승인 : 2020-06-19 10:5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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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환경과학교육연구소 공동기획
바다에서 본다-울산연안 생태문화 에세이
울산연안 특별관리해역 연안오염총량관리/울산연안 지역역량강화사업

공업도시 울산은 각종 개발로 해안선이 본래 모습을 잃어 자연을 볼 수 있는 바닷가가 그리 많지 않다. 해수욕장 역시 자연의 모습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곳이라고는 할 수 없으나 진하해수욕장과 간절곶 사이에 자리한 솔개해수욕장은 그 중 자연 상태가 비교적 잘 남아있는 곳으로 여겨진다. 특히 해수욕장 남쪽의 갯바위 지역에서는 해면, 말미잘, 고둥, 조개, 따개비 등 많은 생물을 볼 수 있다.


바닷가 갯바위는 밀물 때 바닷물에 잠기고 썰물 때 바닷물 밖으로 드러나므로 환경의 변화가 극심할 뿐 아니라 파도의 영향도 강하게 받고 있기 때문에 생물이 살기에 적당한 곳이라고 할 수는 없다. 그럼에도 갯바위에서 많은 생물을 볼 수 있는 것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갯바위에 생물들이 많은 이유는 불안정하고 위험한 환경을 견디고 살아남을 수 있는 저마다의 생존전략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썰물 때가 돼 몸이 물 밖으로 드러나면 말라 죽는 것을 피하기 위해 고둥과 따개비는 덮개를 꼭 닫아 걸고 말미잘은 몸을 잔뜩 움츠린다. 강한 파도를 이겨내기 위해 담치는 족사라는 질긴 실로 몸을 고정시키고 삿갓조개는 강한 발의 힘으로 갯바위 표면을 포복한다.


갯바위의 환경에 잘 적응한 생물의 하나로 따개비라는 재미난 녀석이 있다. 단단한 돌처럼 생긴 데다 바닷물 밖에서는 꼼짝 않고 있으므로 이것이 과연 생물인지 의심되기도 하지만 밀물이 들어와 바닷물에 몸이 잠기면 움직이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마치 화산 분화구처럼 생긴 껍데기 중앙의 구멍을 꼭 닫고 있던 덮개를 열고 털이 많이 난 만각이라는 다리를 내밀어 바닷물을 휘저으며 플랑크톤 같은 먹이를 걸러 먹는데, 다리의 구조가 게나 새우의 그것과 흡사하다. 석회질로 이뤄진 단단한 껍데기 속에 몸을 숨기고 있어서 조개와 비슷해 보이지만 실제로 따개비는 조개와 같은 연체동물이 아니라 게와 새우의 가까운 친척으로 갑각류에 속하는 동물이다.

 

▲ 갯바위에 붙어 사는 검은큰따개비


따개비 중에서도 생김새와 적응방법이 독특한 게 ‘검은큰따개비’다. 검은큰따개비는 크기가 매우 크고 껍데기가 두꺼운데, 두꺼운 껍데기에는 많은 구멍이 나 있고 구멍은 관처럼 생긴 빈 공간과 연결돼 있다. 벌집 같은 이러한 구조는 파도 등 외부의 강한 힘으로부터 몸을 보호하는 데 유리하다는 것 말고도 또 다른 중요성을 갖고 있다.

 

▲ 검은큰따개비의 껍데기 구조


갯바위의 생물들은 썰물 때 수분 손실을 억제하고 파도를 견뎌내야 할 뿐 아니라 온도의 변화에 대해서도 적응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 바닷물 밖으로 드러난 갯바위는 햇볕에 잠시만 노출돼도 온도가 급격하게 높아진다. 그렇다면 갯바위에 붙어 사는 생물 역시 몸의 온도가 높아진다는 문제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따라서 열균형을 유지하기 위한 전략이 필요한데, 간단한 방법은 땀을 흘리듯 몸에 함유된 물을 증발시켜 열을 발산하는 것이지만 이 같은 방법으로 몸을 식힌다면 수분 손실 때문에 말라 죽을 수 있다는 심각한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검은큰따개비의 독특한 능력은 이런 상황에서 발휘된다. 밀물 때 바닷물에 몸이 잠겨 있는 동안 두껍고 빈 공간이 많은 껍데기에 물을 저장해 뒀다가 몸이 바닷물 밖으로 드러나고 온도가 올라가면 껍데기에 저장했던 물을 증발시켜 몸을 식히는 것이다. 정말 신기하고 놀라운 적응력이 아닐 수 없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검은큰따개비를 비롯해 갯바위의 모든 생물들은 저마다 생존전략을 마련해 변화가 심하고 혹독한 환경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이처럼 치열한 갯바위 생물의 삶도 모두 자연의 섭리인 것이라 치부할 수는 있겠다. 하지만 우리 인간이 이들의 삶을 더 고단하게 만든다면 그건 너무 가혹한 짓 아닐까? 산책로, 식당, 야영시설, 서핑숍 등 편의시설은 그만하면 충분해 보인다. 솔개해수욕장의 갯바위에서 자연의 섭리에 순응하며 살아가는 생물들의 모습이 사라지지 않기를 바란다.


글·사진 전대수 주식회사 자연아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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