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경영’, 국제사회 보편적 기준

박영철 울산인권운동연대 대표 / 기사승인 : 2019-05-08 10:5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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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국제사회가 ‘기업과 인권’에 대한 관심을 표명하기 시작한 것은 이미 오래전의 일이다. 기업의 목적이 ‘이윤추구’와 ‘공공의 이익’이라는 좌우 날개의 균형을 잃은 채 오로지 ‘이익의 극대화’라는 신자유주의적 가치만을 절대화하면서 환경과 사회의 지속가능성을 심각하게 훼손하기 시작했다. 세계화 시대에 다국적기업 등의 사회적 영향력은 시장을 넘어 시민들의 일상적인 사회공동체에도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며 인권침해의 주범 또는 공범으로 등장한 것이다.


국제사회는 CSR(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통해 기업에 대한 사회적 통제의 필요성을 제기하기에 이른다. 기업의 인권보호 및 존중에 대한 요구가 증가하고 이를 구체화하기 위한 노력이 지속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유엔글로벌컴펙트(UNGC), ISO26000, UN기업과 인권 프레임워크, GRI, OECD 다국적기업 가이드라인 등 한 번쯤은 들어봄 직한 것들이 이러한 노력의 결과다.


그러나 국내총생산(GDP) 세계 11위를 자랑하는 대한민국의 CSR은 지속가능경영으로 둔갑한 채 사회공헌활동과 연말연초의 기부활동 등 ‘기업홍보’로 일관하고 있어 국제적인 망신을 사고 있다. 유엔글로벌컴펙트한국협회 가입 기업 수가 260여 개에 달하고 있고, 대다수의 대기업들이 GRI 보고서를 매년 발행하기 시작했지만, 정작 이러한 제도의 핵심인 ‘인권경영’에는 아무런 노력도, 관심도 보이지 않았다.


2018년 하반기부터 울산 혁신도시의 공기업들이 바삐 움직이기 시작했다. 근로복지공단, 산업안전공단, 한국동서발전 등을 필두로 ‘인권경영지침’을 제정하고 ‘인권경영위원회’의 구성과 운영, 인권경영 헌장의 선포까지 거침없는 행보를 이어갔다. 급기야 2019년 기업 내 ‘인권침해 구제기구’를 마련하기 위한 절차에 착수했으며, 기업경영과 운영에 대한 인권영향평가를 준비하며 소위 ‘인권경영’을 본격화하기 시작했다. 너무도 급박하게 추진하고 있기에 그 속도를 따라가기 어려울 지경이다. CSR을 기업의 지속가능경영으로 대체했던 우리 사회에서 이토록 빠르게 ‘인권경영’이 전파되리라고는 솔직히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물론 문재인 정부의 ‘업무지시 제7호’ 국가인권위 권고 이행 강화 발표에 이은 국가인권위의 ‘공공기관 인권경영 실행을 위한 인권경영 매뉴얼 적용’(2018.8) 권고 등 정부의 역할이 주요하게 작동했지만, 이러한 흐름은 한국이 뒤늦게나마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합류하기 위한 합리적 선택으로서 예정된 수순으로 봐야 한다.

 
기획재정부가 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를 수용해 ‘공공기관 경영평가 지표’에 윤리경영 항목을 새롭게 추가하면서 가져온 이러한 변화는 비록 공공기관을 중심으로 시작되지만 국제사회의 보편적 기준을 수용하고 이를 확산시킨다는 점에서 매우 환영할 만한 일이다. 특히 기획재정부가 2020년에는 한 걸음 더 나아가 ‘공공기관 경영평가 지표’에 ‘인권경영’을 별도의 지표로 평가할 예정임을 밝히고 있어 ‘인권경영’의 확산에 결정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공공기관 경영평가는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라 공기업·준정부기관을 대상으로 매년 경영노력과 성과를 평가하는 제도로 평가 결과에 따라 성과급을 차등지급하는 등 명확하고 강력한 후속조치로 인해 대상 기관에 충분한 강제력을 부여하고 있기 때문이다.


울산도 예외는 아니다. 울산시는 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를 수용하겠다고 밝힌 17개 광역지방자치단체 중 하나로 인권위 권고를 성실히 이행할 의무가 있다. 국가인권위원회의 피권고기관 현황에 따르면 준시장형공기업인 울산항만공사를 비롯해서 울산지역 지방공기업도 그 대상으로 올라 있다. 울산광역시상수도, 울산광역시하수도, 울산도시공사, 울산시설공단, 중구도시관리공단, 남구도시관리공단, 울주군시설관리공단 등 7개의 지방공기업과 울산경제진흥원, 울산발전연구원을 비롯한 8개의 출자·출연기관이 그 대상이다.

 
문제는 15개의 대상기관 중 일부를 제외하고는 권고 이행이 매우 더디다는 사실이다. 울산시는 산하 지방공기업과 출자·출연기관에서부터 ‘인권경영’을 준비하고 추진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점검하는 시스템을 즉각 가동해야 한다. 지역 주민의 삶과 인권에 미치는 영향이 큰 지방공기업이 ‘인권경영’을 선도해나가야 민간영역으로 확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인권변호사가 시장인 도시 울산, ‘기업하기 좋은 도시’라는 낯부끄러운 구호를 언제까지 마주해야 하는가. ‘기업하기 좋은 도시’에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통해 더불어 살아가는 지속가능한 사회로 진입하기 위한 적극적인 행정이 펼쳐지길 기대한다.


박영철 울산인권운동연대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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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철 울산인권운동연대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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