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학습으로 윤석이와 함께한 날들

황옥희 참교육을위한전국학부모회 울산지부장 / 기사승인 : 2020-06-04 10:5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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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모 칼럼

윤석이는 올해 중3이 됐다. 재혁이와 같은 반이 됐다며 기뻐했다. 재혁이는 윤석이가 가장 좋아하는 친구인데, 얼굴도 잘생기고, 옷도 잘 입고, 심지어 좋은 냄새가 난다고 했다. 재혁에게는 퇴근하고 돌아온 아빠한테서 나는 땀 냄새 같은 것이 난다고 했다. 윤석이는 재혁이를 정말 좋아했다. 재혁이도 윤석이가 귀여워서 “내 동생 할래?”라고 했단다. 이런 친구를 가진 윤석이가 부럽기도 했고, 기특하기도 했다.


중2 때 그들은 항상 붙어 다녔고, 장난도 많이 쳤고, 미래에 대해 진지하게 얘기도 했다. 공고를 나와서 유통업으로 대기업에 납품해 큰 부자가 되기로 했단다. 살짝 걱정도 됐지만, 꽤 현실적인 생각을 한 듯해 놀라기도 했고, 귀엽기도 했다. 윤석이는 이제 내 말보다는 재혁이의 말을 더 따른다. 


이제는 친구를 더 좋아하고, 내가 함부로 말도 못 할 만큼 커버렸다. 하루가 다르게 성장하고 있는데 나는 가끔 윤석이를 어린애로 대하고 있는 내 모습을 본다. 온라인 학습으로 거의 종일 집에만 있었다. 아니 자기 방에만 있었다. 온라인 학습은 조금 하는 모양이고, 오후 내내, 저녁까지 게임을 했다. 그런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는 것은 참 힘든 일이었다. 잔소리하면 문을 닫고 자기 방에 들어가 버리는 모습에 상처도 받았다. 그리고, 잔소리는 먹히지 않는다는 걸 알았다. 잘 지내고 싶은데, 나는 어떻게 할 줄 몰라서, 때로는 쑥스러워서 다가가지 못했고, 표현하지 못했다.


윤석이는 지금 사춘기를 보내고 있다. 집에서. 나는 그것을 지켜봐야 한다. 혼자 방에서 게임하는 것을 좋아하고, 우리는 대화도 많이 하지 않았다. 그런 날들이 반복되면서 나는 불안했고, 짜증이 났다. 나도 코로나로 인해 답답함을 느끼고 있었고, 답답함과 불안함들이 윤석이에게 짜증과 잔소리로 다가갔다. 나는 점점 괴물이 돼가고 있었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었다. 윤석이와 잘 지내고 싶었다. 그래서 윤석이가 좋아하는 음식의 맛집과 윤석이가 신고 싶은 신발과 예쁜 옷도 사러 다녔다. 전망 좋은 커피숍에 가서 요즘 청소년들한테 핫한 버블흑당티도 마시며 데이트도 했다. 집에서 윤석이를 탈출시키려고 노력했다.


윤석이와 조금이라도 대화하기 위해서 남편과 나는 웃긴 얘기도 했고, 망가지기도 했다. 윤석이가 웃고 함께 우리와 다녀만 준다면 못할 것이 없었다. 점점 나의 비위 맞춰주기는 게임하는 것 같았고, 어느 순간 나는 이 게임을 즐기고 있었다.


최근에는 윤석이가 잘 웃기 시작했고, 요리도 만들어 먹기 시작했다. 문수산 약수터에 가서 약숫물을 받아오기도 했다. 물을 받으러 가면서 나무도 보고, 등산객도 보고, 물소리도 들었을 생각을 하니 기분이 좋아졌다. 나는 “윤석이가 물을 떠 와서 그런지 물이 더 맛있네”라고 말해줬고, 남편은 윤석이에게 맛있는 거 사주라며 윤석이가 듣게 큰 소리로 말했다. 내가 의도한 대로 조금씩 변화하는 모습에 기분이 좋았다.


중3이라 이제는 공부도 열심히 했으면 좋겠다. 하지만 게임 때문에 공부하기가 힘들다는 걸 나는 잘 알고 있고, 윤석이도 공부해야 한다는 건 잘 알고 있으리라 생각한다. 지금은 윤석이한테 게임이 중요하다. 내가 얘기하면 할수록 잔소리가 된다. 나는 적당히 했으면 하고 바랄 뿐이다. 


개학이 연기되면서 덕분에 윤석이와 시간을 많이 보낼 수 있었다. 나는 잔소리 대신 수다쟁이와 개그맨이 돼갔다. 내가 망가지면 망가질수록 윤석이와의 관계는 좋아졌다. 이렇게 변할 수 있는 나 자신을 칭찬해주고 싶다. 진심으로, 또 윤석이의 미래와 공부에 대한 내 불안한 마음을 들여다볼 수 있었고, 윤석이의 지금 그대로의 모습을 받아들이고 있다. 그 불안감은 내 삶이 행복하지 않아서, 내 삶을 살고 있지 않아서 그랬던 것 같다. 윤석이만 바라봤던 삶에 반성도 했고, 나만의 방식을 강요한 것 같아 후회도 됐다.


윤석이는 지금 아이도 아닌 어른도 아닌 시간을 보내고 있다. 어떤 때는 예민하고, 어떤 때는 잘 웃고, 나는 그런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때로는 지켜보는 것이 참 힘들다. 간섭하게 되고, 잔소리하게 되니까. 온라인 학습하는 시간 동안 나 또한 어른이 돼가는 내 모습을 바라보게 됐고, 윤석이를 더 이해하게 됐다.


등교 개학을 했다. 오늘은 집에 있던 윤석이가 없으니까 허전했다. 재혁이는 친척이 해외에서 와서 며칠 학교에 나가지 않았다. 다음 주 월요일에 드디어 윤석이와 재혁이는 만날 것이다. 엄마와 함께 있으면서 힘들었을 윤석이. 재혁이와 학교생활 오래도록 즐겁게 했으면 좋겠다.


황옥희 참교육을위한전국학부모회 울산지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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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옥희 참교육을위한전국학부모회 울산지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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