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예술 자생력을 만드는 게 문화융성의 시작

이인호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울산본부 사무처장 / 기사승인 : 2019-05-08 10:5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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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리깨

지난 정부에서 시작한 정책 가운데 지금 정부까지 이어지는 정책 중 대표적인 것이 문화융성이다. 문화융성을 내세우는 건 중앙정부를 비롯해 지자체 역시 다르지 않다. 일제강점기를 벗어난 해방 시기 백범 김구 선생이 “오직 가지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의 힘이다. 문화의 힘은 우리 자신을 행복 되게 하고, 나아가서 남에게 행복을 주기 때문이다.”라고 말씀하셨듯 급속한 경제 성장기를 벗어난 지금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건 문화로 행복한 나라를 만드는 일일 것이다.


인구 백만의 도시 울산은 이제 문화로 겨우 눈을 돌리고 있다. 광역자치단체치고는 너무 늦게 건립된 시립도서관 그리고 이제야 설계를 시작한 시립미술관. 가장 늦었지만 그게 어쩌면 가장 잘할 수 있는 밑거름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으로 지금이라도 제대로 된 문화정책을 만들고 가꾸어 나가야 한다. 그래서일까, 너무 과욕을 부리는 건 아닌가 싶은 생각도 든다. 세계 최초, 세계 최고 아니면 국내 최고 혹은 최대라는 수식어에 경도된 채 규모와 외형에만 치중하는 것은 아닌지 걱정스럽다.


우리가 경계해야 할 것은 울산의 문화유산에 대해 너무 하찮게 여기는 것뿐만이 아니다. 울산의 문화유산이 마치 우리나라에서 최고라는 생각 또한 함께 경계해야 한다. 더불어 우리가 가지고 있는 문화적 역량도 마찬가지로 객관적으로 살피고 어떻게 발전시켜야 할지 돌아봐야 한다. 과연 시민의 예산이 시민의 문화예술 향유 기회 확대를 위해 쓰이고 있는지부터 말이다. 과거 보수 지방정부 하에서 몇몇 문화단체에 예산이 집중되었던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며, 이는 지금도 크게 달라지지 않고 있다. 앞으로 문화적 다양성을 추구할 수 있는 아니 보장할 수 있는 사업들에 균형 있는 예산 투입이 이뤄져야 하겠지만 우선 중요한 것은 지역의 문화가 자립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 나가는 데 애써야 한다는 점이다.


한 번은 이런 생각을 해봤다. 인구가 백만이 넘는 도시에서 백 명의 작가(실은 울산에서 활발한 활동을 하는 작가는 이에도 못 미친다.)가 있다고 치자. 그 작가들의 책을 읽는 만 명의 독자가 있다면 어떨까? 백 명의 작가가 5년에 한 번 책을 내고 그 책을 지역에서 구입해서 읽어주는 사람이 만 명이라면. 그리고 백 명의 가수가 있어 그들이 정기공연을 할 때 찾아와 주는 관객이 만 명이라면, 백 명의 화가가 있어 그 화가의 전시회에 찾아와 주는 사람이 만 명이라면, 그리고 그 만 명 중에 1%인 100명이 그 화가의 그림을 구입한다면 어떨까?


인구 100만 명 중에 문화예술에 대한 지역 내 소비자가 만 명이 있다면 과연 어떨까? 아마 울산이 전국에서 가장 문화예술이 번성한 도시로 자리 잡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아무리 문화예술회관을 짓고 공연장과 같은 하드웨어를 잘 만들어 놓은들 그걸 누릴 수 있는 사람들이 소수라면 그건 빛 좋은 개살구에 불과하다. 제아무리 창작지원금을 줘서 창작 활동을 지원한다 해도 그걸 함께 공유할 사람이 없다면 이 역시 마찬가지다.


지역의 문화예술이 울산이라는 도시 안에서 우선 자생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드는 것, 시민들이 문화예술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향유할 수 있는 폭넓은 기회를 제공할 바탕을 만드는 것. 우린 어쩌면 가장 쉬워 보이지만 가장 어려운 일이라는 걸 알고 있기에 그 일을 소홀히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눈에 보이지 않을뿐더러 효과가 당장 나타나지는 않을 테지만 지금 내 주변에도 갤러리는 돈 내고 입장하는 곳 아니냐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는 건 문화예술 융성이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하는지를 분명하게 보여준다.


이인호 울산 민예총 문학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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