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조합의 사회연대 활동 모색

김형균 전국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 정책기획실장 / 기사승인 : 2020-01-15 10:5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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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과 사회연대

1997년 IMF 구제금융,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한국 사회는 비정규직 노동자 급증과 노동조합 조직률 하락, 노동자간 차별로 인한 사회적 문제가 등장했다. 그동안 임단협과 조합원 권익쟁취 중심의 투쟁을 해왔던 정규직 노조들에게 이기적 조합주의라는 공세가 가해졌다. 민주노조운동 진영은 정체된 노동운동의 새로운 진로를 찾기 위해 기존의 기업별 노조를 산별노조로 전환했다. 초기업단위 노동조합 형태를 갖추긴 했지만 사업집행과 교섭체계는 여전히 기업별 체계를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진정한 산별노조운동은 아직 완성하지 못한 채 정체돼 있다.


노동조합이 정치세력화를 통한 사회변혁운동으로 나아가기 위해 진보정당을 건설하고 의미 있는 발걸음을 내딛긴 했지만 노동자들의 정치의식이 뒷받침되지 못한 상황에서 상층부 중심의 정치세력화는 내부 이념갈등을 극복하지 못한 채 분열돼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세계경제 성장률의 둔화, 미국을 중심으로 한 보호무역주의 등은 제조업 중심의 한국 경제에 큰 영향을 주고 있다. 자본의 선제적인 구조조정은 상시적인 고용불안으로 이어지고 4차 산업혁명이라 불리는 기술발전은 산업구조 변화와 함께 더 많은 노동자들의 일자리를 빼앗는 상황이 될 것이라는 보편적 인식이 불안을 더욱 가중시키고 있다.


이처럼 자본의 이윤율이 하락해 경쟁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자본의 끊임없는 구조조정과 사회적 이념공세에 시달리면서도 새로운 활로를 찾지 못한다면 노조 내부에서는 ‘도토리 키 재기 식’ 운동에 머물 수밖에 없다.


그동안 노동운동의 새로운 방향을 모색하기 위해 민주노총을 중심으로 사회연대사업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여러 산별노조와 지역 단위에서 다양한 시도를 하면서 의미 있는 결과들이 나타나고 있다.


최근 민주노총 울산지역본부와 금속노조 울산지역 3개 지부(현대자동차지부, 현대중공업지부, 금속울산지부)가 공동으로 진행한 ‘사회연대전략 연구’ 결과에서도 조합원들의 85~90%가 노동조합의 사회연대가 필요하다고 답했고, 노동조합이 사회연대 프로그램을 만들면 적극 참여하겠다고 응답할 정도다.


그동안 사회연대 활동이 어려운 배경에는 기업별 노조 중심의 활동에 익숙한 조합원들이 충분히 공감하지 못하고 함께 실천할 준비가 덜 됐기 때문이었다. 노동조합 간부(활동가)는 사회적인 이념공세에 대한 대응과 정체된 노조활동의 새로운 방향을 찾아야 한다는 당위성을 갖고 시도했지만 노동조합 중심의 활동을 하면서 밖으로 손 하나를 내미는 정도여서 구조적인 접근을 하지 못했다. 또한 자본의 끊임없는 노동탄압 공세에 발목이 잡혀 일상적인 사회연대 활동 여력이 없을 뿐만 아니라 구조조정 상황이 발생하거나 어용 집행부로 바뀌면 사회연대 사업은 중단되거나 약화될 수밖에 없었다.


노동조합의 활동 측면에서도 자본과 대립전선이 명확한 임단협 교섭에는 익숙한 반면, 다양한 변수가 존재하며 결과치도 명확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일상적으로 긴장감도 크지 않은 사회연대 사업은 쉽게 접근하지 못한다.


노동조합 운동이 이러한 한계와 상황을 극복하고 사회연대 사업으로 나아가야 하는 이유는 노동계급운동의 확장이라는 관점에서 매우 중요하다. 기업 담장 안팎으로 미조직 노동자가 존재함에도 현행 노동법 체계 중심, 즉 개별 조직단위와 교섭체계 중심으로 조직화하는 한계를 극복해야 한다. 이를 위해 조직형태(산별조직체)를 한꺼번에 완성시켜 나갈 수 없다면 기존 단위기업의 노조와 사회단체를 연결하는 연대활동의 구심 축을 만들고 조직의 틀을 강화해 갈 수 있다.


두 번째로 노동자의 시민적 지위 향상이라는 관점에서 사회연대는 매우 중요한 전략으로 자리잡아야한다. 한국 사회에서 노동자들이 노동조합으로 뭉쳐 있어도 정치, 경제, 사회, 문화적 지위 향상은 좀처럼 이뤄지지 않는다. 이는 노동자 개별로 시민사회단체와 연결된 활동과 사회적 관점, 사회적 소통체계가 취약해 실질적인 지위 향상이 어렵기 때문이다. 노동자의 사회적 지위는 조합원들의 사회적 의식 향상과 개별적인 연대 고리가 형성되면서 자연스럽게 상승한다. 


세 번째로 보편적 복지 수준 향상을 목적으로 사회연대 전략은 필수다. 노동조합운동의 한계에 봉착한 배경에는 노동자간 차별이 발생하면서 전통적인 임단협 투쟁의 힘이 저하되고 기업들은 정규직 대신 하청, 비정규직 노동자를 고용해 이윤을 극대화해 나가기 때문에 상시적 고용불안을 야기하는 문제들이 존재한다.


재벌에 예속된 한국사회 기업구조에서는 대기업 정규직 노동자 일부를 제외하면 기업 내부 복지는 더 향상시키기 쉽지 않고 대다수 미조직 노동자들은 최저임금, 노동기본권을 사수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따라서 주거, 교육, 의료, 실업, 연금 등 보편적 복지 수준 향상을 위한 전략으로 사회연대 전략은 필수다.
이제 노동조합운동이 사회연대운동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개별 노조 단위의 벽을 허물고 공감대를 만들어가는 것부터 시작하고 눈앞의 개별적인 이익보다는 중장기적인 공동의 이익을 위한 의식 향상 운동이 함께 병행돼야 할 것이다. 


김형균 전국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 정책기획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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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균 전국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 정책기획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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