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의 한복판에서 그 너머를 꿈꾸다

박세진 한국임업진흥원 산림일자리발전소 울산북구 그루매니저 / 기사승인 : 2020-08-26 18:5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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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마을, 사회적경제 기반의 생태관광 활성화 토론회에서 남긴 것들
▲ 21일 울산시청 시민홀에서 마을, 사회적경제 기반의 생태관광 활성화 토론회가 열렸다. ⓒ그루경영체 숲딜리버리

 

꿈꾸는 것이 어려운 시대가 되었습니다. 그 누구도 이런 세상이 올 것이라 예상하지 못했던 만큼 코로나19 전염병은 우리 삶 곳곳을 아주 생소한 것으로 바꾸고 있습니다. 더 이상 서로 보듬고 안아주고, 격려의 손길을 내밀 수 없는 사회, 사회적 격리가 보편화되고 혹여 내가 감염원이 되지는 않을까 두려움이 일상화되는 세상이 지금, 2020년 여름을 지나가는 우리의 모습입니다. 


죽음에 대한 공포보다 누군가에게 병균을 전염시키는 것이 더 두렵다는 게 정확한 표현일 것입니다. 이 공포는 어쩌면 지금 우리가 느끼는 것보다 훨씬 큰 무게로 어깨를 짓누를 것입니다. 이미 크지 않은 경영체를 운영하고 있는 많은 사업자는 진지하게 폐업을 고민하거나 이미 폐업을 진행 중입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새로운 전염병의 시대, 시류가 흐르는 대로 몸을 맡길 수밖에 없는 걸까. 이것이 우리의 주제입니다.

이미 알고 있는 세계와의 새로운 조우

산림자원을 활용해 일자리를 만드는 일을 지원하는 그루매니저의 역할, 이것이 제 일입니다. 이미 안정화돼 있는 경영체에 비해 어려운 조건에서 시작해야 하는 상황을 해결하는 방법은 ‘혼자 가면 빨리 가지만, 함께 가면 멀리 간다’는 신념이었습니다. 새로운 전염병의 시대, 각개화되고, 개별화되는 이 시대가 요구되고 있지만, 그럼에도 우리의 해답은 ‘함께 가자’입니다. 그것은 이미 우리가 알고 있는 세계입니다. 


작은 여행사를 운영하는 오랜 벗은 얼마 전부터 폐업할 건지 고민 중입니다. 국외여행이 주 사업인 만큼 코로나 이후 사업은 중지됐고, 얼마나 오래 이런 상황이 지속될지 그 누구도 대답할 수 없기 때문이죠.


명쾌한 대답을 하지 못하던 그때 만나게 된 것이 (사)대전문화유산울림 안여종 대표였습니다. 25여 년간 대전지역에서 마을을 조사하고, 마을의 전통을 되살리고, 마을을 여행하면서 꿋꿋하게 지역을 지키고 있는 안여종 대표는 ‘마을을 통해 다시 시작하자’고 제안합니다. 


관광(觀光)이 아닌 관광(關光), 즉 보는 것이 아니라 그곳을 지키는 사람들과 인연을 맺는 역할로서의 관광 중개자를 자처하는 안 대표는 사람과 생태, 산림, 문화 자원을 이어주는 관광을 (이미 알고 있지만) 새롭게 제안합니다. 


자연생태자원, 역사문화자원, 생활문화자원, 지역인적자원 등 마을을 통해 발굴할 수 있는 다양한 자원을 조사하고, 잊혀져가는 귀중한 자산을 지켜내는 것이 마을관광의 제일 첫 요소라면 우리는 이미 다양한 영역에서 이러한 일을 하고 있습니다. 장생포를 지키고자 1년 넘게 마을에 살면서 마을 이야기를 발굴하고 책으로 엮어내는 청년의 사례, 야생차를 만들고 산촌유학을 정착시켜 없어질 뻔한 소호분교를 살려낸 사례 등등.


우리가 이번 토론회에서 엮어내고자 하는 관광상품(關光商品)은 바로 이런 관계망입니다. 안여종 (사)대전문화유산울림 대표는 이 과정에서 마을공동체 조례를 만들어 사라져가는 마을의 모습을 지켜내는 것에서 다시 새롭게 시작하자고 제안합니다. 


산업도시로 조성되면서 울산은 이미 전통적인 마을의 모습을 이미 많이 잃었습니다. 지금은 재개발과정에서 고층아파트와 주상복합건물이 즐비한 곳으로 변모해가고 있습니다. 지금이라도 사라져가는 마을의 흔적을 담을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해 울산의 지역적 특색을 남기는 것, 그것을 여러 사람과 함께 나누는 것을 제안합니다. 이미 대전과 창원 등에서는 ‘마을흔적박물관’ 등의 형식으로 마을 남기기 운동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태화강 국가정원은 생태관광의 시작

2002년 UN은 ‘생태관광의 해’를 지정하고 자연기반의 관광을 통한 지역의 지속가능성을 선포한 바 있습니다. 법적으로는 생태관광지역이 국가가 지정하는 방식에 국한되지만, 현실적으로는 지역의 곳곳에서 자연환경을 파괴하는 방식을 지양하고 지속가능성을 유지하기 위한 다양한 생태관광의 맹아를 키우고 있습니다. 


주선희 (사)한국생태관광협회 이사는 발제를 통해 울산의 가장 대표적인 생태관광지역인 ‘태화강 국가정원’을 울산시민의 대표적인 생태관광지로 만들어 기존의 파괴적 형태의 관광에서 지역적인 근접성을 이용한 공존의 인프라화 과정을 제안합니다. 


정부의 역할이 보전 가치가 있는 곳을 지정해 더 이상의 난개발을 막고 보전하는 데 중점을 두는 것이라면, 시민들의 역할은 모두가 함께 나누되 다음 세대에 같은 생태환경을 물려주는 것입니다.

울산 사회적경제가 손잡고 ‘생태관광투어키트’ 만들어

토론회는 두 가지 영역으로 진행됐습니다. 다른 지역에서 활동하는 두 명의 사례를 듣고, 울산지역 곳곳에서 다양한 자원을 통해 활동을 전개하고 있는 토론자들이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입니다. 


백년숲사회적협동조합 한새롬 사무국장의 ‘영남알프스 산림관광자원을 연계한 생태관광네트워크 구축’, 새롭게 울산생태관광 기본계획을 수립하는 미션을 수행 중인 손수민 울산연구원 생태관광연구위원의 ‘중앙정부의 생태관광정책에 따른 울산시 생태관광 발전방안’, 이제 막 경영체를 구성해 음식문화관광이라는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고 있는 산림일자리발전소 그루경영체 최인숙 산골음식공동부엌협동조합 이사의 ‘음식문화 계승을 통한 마을관광’, 이 모든 내용을 엮어낼 과제를 안고 있는 사회적협동조합 울산사회적경제공동체 이승근 이사의 ‘울산지역 사회적경제 네트워크 관광 활성화 제안’으로 토론자가 구성됐습니다. 


영남알프스라 불리는 가지산, 신불산, 천성산 등에 둘러싸인 울산은 산업도시라는 명성에 어울리지 않는 아름다운 생태환경을 가진 도시입니다. 산과 바다, 그곳을 관통하는 거대한 태화강. 그리고 그곳에 살고 있는 아름다운 사람들. 특히, 사회적경제 영역에서 이 모든 것을 지키고자 애쓰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안타깝게도 이번 토론회는 갑작스러운 코로나 2차 확산으로 최소한의 사람들만 참여하는 토론회가 됐습니다. 연기할 것인지에 대한 심각한 검토가 있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토론과정을 통해 만들어진 사회적경제 영역의 사람의 끈이기 때문입니다. 비록 청중 열 명만 초청해 사회적 거리두기로 진행된 작은 토론회였지만, 울산광역시 행정자치위원회 김미형 위원장의 적극적인 지원과 토론회 전후 진행된 토론자들의 ‘포스트 코로나 행보’에 대한 열의가 토론회 그 이후를 기대하게 합니다. 


토론회는 끝났지만, 이제 시작입니다. 함께 멀리 가기 위한 행보는 지금부터 시작입니다. 


박세진 한국임업진흥원 산림일자리발전소 울산북구 그루매니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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