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두렁시계와 위조표창장 보도에 속은 것으로 충분하다

최병문 논설실장 / 기사승인 : 2020-05-20 10:4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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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단/시사·정치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이자 인권운동가인 이용수 할머니가 대구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친일 세력에게 총공세 빌미를 준 지 어언 열흘이 넘게 지났다. 윤미향 더불어시민당 비례대표 당선자와 ‘정의연(정의기억연대)’을 둘러싼 보수 언론의 마녀사냥식 보도는 여전히 계속되고 윤 당선자의 가족에 대한 인신공격과 인권침해도 심각한 수준이다. 


윤 당선자 딸의 유학비 의혹은 남편 배상금으로 해명이 됐고, 정의연 신문도 비교견적 결과 더 싼 남편 신문사에서 진행한 것으로 밝혀졌다. 회계 부정 의혹 제기가 별 위력이 없자 정의연 전신인 ‘정대협(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이 2013년 지정 기부금으로 매입한 경기도 안성의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들 쉼터 ‘평화와 치유가 만나는 집(힐링센터)’이 졸속 운영됐다는 의혹을 들고 나왔다. 


작년 1월 일본군위안부 피해자 고(故) 김복동 할머니 별세에 따른 조의금 잔액 처분도 문제가 됐다. 김 할머니의 평소 뜻을 함께 실천해가는 단체들을 선정해서 일정 금액을 기부하고 남은 돈으로 ‘시민단체 활동가 자녀들’에게 장학금으로 지급한 것까지 의혹의 대상으로 삼았다. 윤 당선자의 2012년 경매 낙찰 아파트 구입, 2014년 베트남전 한국군 민간인학살 책임사업인 ‘우물 파주기’ 프로젝트, 2015년 정대협과 김복동 할머니의 미국 국무부 방문, 남산 자락에 있는 기억의 터에 만들어진 조형물 ‘대지의 눈’ 등과 관련한 의혹도 잇따라 제기됐다. 


정의연 활동에 참여나 기부한 적이 전혀 없는 보수세력들이 시민단체 정의연의 도덕성과 투명성을 비난하는 몰염치한 보도를 통해, 역설적으로 정의연과 윤 당선자가 일본군 ‘위안부’ 관련 활동을 얼마나 광범위하게 했고 그 성과 또한 얼마나 엄청난지를 알게 됐다. 문화일보 어느 칼럼은 정의, 공정, 평등, 생명, 기억, 평화, 인권 등을 외쳐온 조국과 윤미향을 뒷골목에서 힘없는 사람을 이용하거나 협박해 뜯어먹는 ‘양아치’와 같다고 조롱하기까지 했다. 참으로 어이없는 자뻑이 아닐 수 없다.


정의연은 1990년 발족한 ‘정대협’과 2016년 설립된 ‘정의기억재단’이 2018년에 통합한 NGO 단체다. 30년 전 윤미향 정대협이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를 공론의 장으로 끌어낸 시점에 피해자들의 상황은 최악이었고 정부를 포함한 그 누구도 무관심했으며 ‘민족의 수치 부끄러운 역사를 왜 다시 꺼내느냐’는 분위기였다. 정대협 윤미향은 피해자들의 상처를 덧내지 않고, 이들의 생활을 지원하되 인권회복 활동, 수요시위, 아시아 피해자들의 연대 활동, 입법 요구까지 다양한 활동을 했다. 피해자에 대한 정부와 여론의 다양한 지원은 지난 30년간 정대협이 시민사회와 함께 노력한 성과다. 이어진 정의연은 피해자들의 명예회복, 전시 여성 성폭력 방지, 일본의 군국주의 부활 저지, 아시아와 세계평화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활동해왔다. 


정의연은 한국과 일본을 넘어 전 세계 풀뿌리 활동가와 연구자들과 함께 새로운 역사를 만들었다. 윤 당선자를 비롯한 정의연 활동가들이 지금과 같은 수모와 고통을 감당해야 할 이유는 조금도 없다. 정의연의 해명 기자회견이 열렸던 지난 5월 11일, 이영훈 이승만학당 교장은 기자회견에서 “일본인 위안부는 일본 정부, 모집업자, 위안부의 부모 친지 등 3자의 합작품이었다”며 “일본의 식민지배는 (조선인을) 근대인으로 개발하는 과정”이었다고 막말을 당당하게 쏟아냈다. 이것을 보더라도 윤 당선자와 정의연을 둘러싼 이번 논란은 일본 극우세력과 국내 친일 세력의 입지를 강화해줄 뿐임을 알 수 있다.


정의연이 본래 목적 활동을 위해 정당하게 사용한 돈을 윤 당선자가 유용·횡령한 것처럼 보도하며 운동의 도덕성을 파괴하려는 세력들 뜻대로 만약 윤 당선자의 의원직 사퇴와 정의연 해체가 현실화된다면 정의로운 운동 열기는 차갑게 식고 시민들은 좌절할 것이다. 진보적 시민단체 활동가나 사회변혁 운동가의 삶이 보통 생활인보다 더 도덕적이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자들이 숨긴 의도에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이제 우리 사회도 ‘공익’을 위해 헌신하는 ‘풀뿌리 활동가’의 존재가치를 인정하는 차원에서 진보적인 시민단체 활동의 기반을 좀 더 넓히고 체계화할 필요가 있다. ‘일본군 위안부, 성노예, 소녀상' 등 일본의 만행에 대해, 피해자 할머니들의 기막힌 삶에 대해 누가 알려줬는가? 누군가 억울한 일을 당했을 때, 가장 먼저 나서서 무서운 권력과 싸워주는 사람들은 또 누구인가? 다행스럽게도 이 시국에 논란의 본질을 꿰뚫고 정의연 후원자가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현명한 우리 국민은 정의연의 중단 없는 활동과 대한민국 국회로 진출한 윤 당선자의 눈부신 활약을 힘껏 응원하는 분위기다. 더 철저하지 못해 생긴 일부 오류가 희생과 헌신만으로 정당화될 수는 없다고 하더라도 개인적 이익을 취하려 한 적 없다는 윤 당선자의 진심을 믿는다. 논두렁시계와 위조표창장 보도에 속은 것으로 충분하다. 또 당하면 바보다.


최병문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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