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월정신과 나눔, 그리고 평등사회

박준석 전 민주노총 울산본부장 / 기사승인 : 2020-05-20 10:4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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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과 사회연대

온 산천에 되살아난 초록빛, 40년 전 그날도, 126년 전 그날도 그러했겠죠? 그 봄날에 꽃다운 젊음을 바쳐 이루고자 했던 것이 무엇이었을까요? 그날들에 흘린 피처럼 붉은 장미꽃이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의 긴 담벼락과 회색도시 곳곳의 아파트 담장 위로도 피어오르는 5월입니다.


이웃의 고통을 내 것으로 느끼고 어떤 이는 목숨을 던지며 항거하고, 어떤 이들은 주먹밥으로, 헌혈로 온 도시가 한마음으로 뜨겁게 나누고 연대했습니다. 네가 곧 나이고 내가 곧 너라는 것을 본능적으로 느꼈던 것입니다. 신생아성 반응울음처럼 인간은 타인의 고통에 공감하는 능력을 유전자에 각인하며 수십만 년을 살아왔습니다. 왜곡된 욕망과 허위의식, 지배집단의 거짓에 가려진 것들이 벗겨지는 순간에 삶의 본질을 단번에 깨닫는 것입니다. 네가 없으면 나도 없다는 것을. 거대한 바위처럼 보이지만 한 줌도 안 되는 지배집단에 맞서 연대하고 단결하면 이겨 낼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가졌던 것입니다.


기독교성서에 ‘하나님을 사랑하라! 네 이웃을 너 자신과 같이 사랑하라!’는 구절이 있습니다. 1894년의 농민들은 ‘사람이 하늘이다’라고 외치며 민중을 억압하고 착취하는 일본 제국주의 세력과 조선의 지배세력에 맞서 싸웠습니다. 1980년 광주의 민중들은 이웃의 십자가를 기꺼이 나눠 지고 골고다 언덕을 올라갔습니다. 독재세력의 폭압이 불러온 이웃의 고통을 끝내기 위해 나선 것입니다.


오늘 이 순간에도 재벌과 그들의 앞잡이가 된 법조권력, 언론권력, 정치권력들이 합세해 중소영세사업장 노동자와 영세자영업자를 비롯한 이 땅 대다수 민중의 소중한 땀의 대가를 강탈하고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짓밟고 있습니다.


모든 사람의 인권이 존중받고 평등하게 살아갈 수 있는 사회가 민주적인 사회입니다. 어느 한쪽이 무너지면 모두가 위험해질 수 있다는 것을 눈에 보이지도 않는 작은 코로나바이러스가 우리에게 가르쳐 주고 있습니다. 함께 나누고 협력해야만 공동체 전체가 건강해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1987년 이후 대한민국의 노동자들은 노조를 만들고 평등사회를 외치며 민주사회를 위해 투쟁해왔지만 사회적 차별과 양극화는 심화됐습니다. IMF 경제위기에도 더 배를 불렸던 재벌들은 2020년 코로나19가 불러온 경제위기를 계기로 공적자금이라는 명목으로 민중들의 호주머니를 털고 규제완화로 노동자와 영세자영업자들의 생존을 위협하려 합니다.


세계경제의 성장한계에다 산업환경의 변화에 따른 자본의 위기에 더해 코로나19까지 덮친 상황입니다. 신자유주의 무한경쟁은 수많은 민중의 고통만을 크게 만들고 위험을 확대할 뿐입니다.


인간의 몸에는 몸을 이루는 30조 개의 세포보다 많은 39조 개가 넘는 미생물이 인간과 공존하고 있다고 합니다. 인간은 자연과 사회를 떠나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닙니다. 이웃과 자연을 아끼고 존중하며 함께 공존해야만 살아갈 수 있습니다. 


함께 나누고 연대하는 이웃사랑만이 모두가 사는 길입니다. 이 시점에 노동운동은 오월정신을 되새기고 더 평등하고 더 민주적인 사회가 더 안전하고 평화로운 사회임을 우리 사회 모두가 인식토록 하는 데 앞장서야 할 것입니다. 


박준석 전 민주노총울산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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