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혁의 시간을 헛되이 하지 마라

박영철 울산인권운동연대 대표 / 기사승인 : 2020-05-06 10:4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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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총선이 끝났다. 이번 총선은 개혁을 열망하는 촛불시민들의 의사가 보다 선명하게 드러나며 180석 거대 여당을 탄생시켰다.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개혁세력의 압도적인 승리라고 자축하며 향후 전개될 정치개혁에 대한 기대가 한층 커져가고 있다. 


한발 더 나아가 일부 정치평론가들은 이번 2020 총선을 기점으로 한국의 정치지형이 보수정치에서 개혁진보세력으로 교체되고 있다고 단언한다. 미래통합당은 ‘경상도 자민련’으로 축소되며 지역정당으로 전락해 향후 더욱 고립될 것이라 섣부른 예측까지 난무한다. 


그러나 솔직히 나는 민주당이 개혁진보세력이라고 흔쾌히 동의할 수 없다. 그동안 보여 왔던 민주당의 행태는 오히려 미래통합당과 함께 지난 20여 년 동안 우리 사회를 신자유주의 효율성에 반응하는 사회로 만들어버린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의 위기와 불안을 만들어 냈던 과거에 대한 통렬한 성찰 없이 ‘미래통합당’의 반대쪽에 서 있다는 이유만으로 개혁진보세력이라 평가할 수 없다. 


이번 선거만 해도 그렇다. 민의를 왜곡시킨 위성정당의 문제에 대한 민주당의 책임은 중차대한 사안이지만 하도 많은 사람이 비판했으니 이 글에서는 거론하지 않겠다. 다만, 민주당의 일부 유력 후보자들이 방송토론회에 출연해 보여줬던 발언들은 우리를 매우 당혹스럽게 한다. 성소수자에 대한 반인권적인 발언이나 노동을 비롯한 사회 정책에 대한 입장은 진보적 가치와는 도저히 함께하기 어렵다. 과연 이들이 미래통합당 후보와 무엇인 다른 것인지, 그래도 민주당의 이름표를 달고 출마했으니 개혁진보세력으로 불려야 하는지 근본적인 회의마저 든다. 2020 총선이 개혁세력의 압도적 승리라는 세간의 평가가 끝끝내 불편한 이유다. 


총선 결과를 둘러싸고 여러 분석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촛불 이후 세상이 변했다는 사실이다. 촛불 이후 시대정신은 한국사회를 짓눌렀던 온갖 적폐에 대한 청산과 사회 불평등을 넘는 근본적 개혁에 대한 갈망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시대정신을 주도할 진보정치세력의 선택지가 잘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민주당이 이를 반영하고 수렴하며 지지를 이끌어냈다는 것이다. 그 결과는 모두 알고 있듯이 촛불이 만들어낸 2017년 대선, 2018 지방선거 그리고 이번 2020 총선까지 민주당에 대한 압도적 지지로 전무후무한 정치지형을 만들어냈다. 


남을 탓하기에는 진보정치세력의 역량이 너무 부족했다. 진보정당들이 시대정신을 주도할 만한 정치적 대안세력으로 비치지 않았다는 것은 뼈아픈 현실이다. 그나마 근근이 유지됐던 진보정당의 영향력조차 오히려 줄어들었다. 이번 선거는 코로나19가 모든 것을 집어삼킨 선거로 문재인 정부의 안정적인 대응과 관리가 결정적 역할을 했다는 선거 분석은 위안이 되지 않는다. 미래통합당과 함께 진보정당에게도 이번 선거 결과는 가혹할 만한 깊은 상흔을 남겼다. 


여튼 선거는 끝났고 이제 개혁의 시간만 남았다. 정말 중요한 것은 이제부터다. 시민들의 압도적 지지를 획득한 민주당이 정치적 이해관계에 발목 잡혀 개혁의 고삐를 늦춘다면 다시는 희망을 논할 수 없다. 민주당의 실패는 한국사회 개혁의 실패로 직결되는 구조가 돼버렸다. 어설픈 개혁놀음을 하기엔 몸집이 너무 커져버렸고 책임은 무한대로 확장됐다. 


나는 우선 시급하게 세 가지를 주문하고 싶다. 첫째, 코로나19 이후 위기상황 대응과 미래사회에 대한 비전을 수립해야 한다. ‘긴급재난지원금’을 둘러싸고 보였던 정부와 여당의 실망스런 대응은 더 이상 용인될 수 없다. 시민들의 생명과 안전, 그리고 취약계층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적극 나서야 한다. 또한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더 극심해질 것으로 예상되는 경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민영화 정책, 노동유연화 정책 등 기존의 신자유주의 정책에 대한 근본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 한국사회 패러다임의 대전환을 통해 미래사회의 비전을 수립해야만 한다.


둘째, 개혁입법이 더 이상 늦춰져서는 안 된다. 인권기본법, 차별금지법, 국가보안법 폐지 등 혐오세력과 극우정당에 의해 미뤄졌던 분야별 개혁입법 제정을 시급히 추진해야 한다. 나아가 개헌을 추진해 모든 사람의 기본권을 확대하고 이를 보장하기 위한 민주주의 시스템을 보다 강화해야 한다. 


셋째, 국회개혁 국회의원소환제부터 제정하라. 21대 총선공약처럼 원 구성과 함께 국회의원 소환제부터 제정하라!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면서 오로지 국회만 시민들의 목소리에 귀 닫고 있다. 특권을 내려놓고 국회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정치 무관심을 조장해서 얻을 수 있는 시대는 지났다. 시민의식을 앝잡아 보지 마라. 


세 번의 선거에서 보여준 촛불시민들의 열망과 기대가 무엇인지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 노무현 탄핵에 분노한 시민들의 압도적 지지로 탄생했던 열린우리당 그러나 시민들의 희망을 담은 열린우리당의 실패가 끔찍했던 이명박근혜 10년의 세월을 열었다는 것을 잊지 않기를 바란다. 


박영철 울산인권운동연대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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