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혼에 대하여

김민찬 변호사 / 기사승인 : 2019-05-08 10:4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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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법률

졸혼(卒婚), 결혼에서 졸업하다. 최근 유명 연예인들이 졸혼했다는 기사가 심심치 않게 보인다. 졸혼을 안 좋은 시선으로 보는 사람들도 있지만, 어찌 보면 참 창의적이고 시적인 발상이다. 이혼은 하지 않되, 결혼의 법적 구속에서 벗어난다니. 이혼을 금기시하던 시대에서 넘쳐나는 이혼에 대한 우려의 세대, 황혼이혼의 세태를 지나 졸혼까지.


졸혼은 법적인 개념이 아니다. 우리 민법은 법률혼주의를 취하고 있어 남녀가 혼인의 의사합치와 부부공동생활의 실체를 가지고서 관청에 혼인신고를 해야 법적 부부로 인정한다. 법률상 배우자 관계가 인정되면 동거, 부양, 협조의무 및 정조의무가 생기고, 1순위 법정상속권자가 된다. 현행 민법은 부부별산제를 취하고 있어 원칙상 부부 일방의 명의로 된 재산은 대외적으로 각자의 재산으로 취급되나, 구별이 용이치 않을 경우 공동소유로 인정될 수 있다. 또 부부 일방이 일상가사를 영위하기 위해 부담한 채무는 연대책임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과거 법률혼에 대한 인식 부족 내지 거부감으로 인해 혼인신고를 하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이러한 가족을 법외로 방치할 경우 부작용이 너무 심했기에, 우리 법원은 사실혼 개념을 도입해 이들을 보호했다. 그 후 사실혼에 대한 특별법 조항도 더러 생겼다. 사실혼이란 엄격하게 법률혼의 나머지 요건을 충족한 상태에서 혼인신고만 하지 않은 경우를 말한다. 사실혼 배우자는 법률혼의 효과를 대부분 누리나 상속권이 인정되지 않는다. 단 중혼적 사실혼은 법의 보호대상에서 제외된다.


혼인신고는 증인과 신분증만 있다면 혼자서라도 쉽게 할 수 있으나, 이혼은 그렇지 않다. 협의이혼 시 위자료, 재산분할, 자녀의 친권자, 양육자 및 양육비 등에 대해서 모두 합의한 뒤, 법원에 반드시 직접 가서 공동으로 신청해야 한다. 그 후 숙려기간을 거쳐 쌍방이 법관 앞에서 이를 재확인한 뒤, 협의이혼의사확인서를 발급받아 관청에 가서 이혼신고해야 마무리된다. 처음부터 마지막 절차까지 쌍방의 이혼의사가 유지돼야 하고, 중간에 당사자 일방이 이를 철회할 경우 전부 무효가 된다.


재판상 이혼은 소송에서 원고가 피고에게 유책사유가 있음을 입증해야 하고, 자녀의 최대한의 복리를 고려해 친권자, 양육자 및 양육비를 정한다. 재산분할의 경우 부부공동재산 형성의 기여도에 따라 정하되, 20년 이상 자녀를 두고 함께 살았을 때 전체 재산을 절반씩 나눠 갖는 사례가 많다. 국민연금은 별거기간 제외 5년 이상 법률혼 관계를 유지했을 때 법률에 따라 추후 분할연금청구권이 발생하며, 이혼 당시에 분할비율을 따로 정하지 않았다면 같이 산 기간만큼 절반씩 나눠서 수급한다. 퇴직금도 재산분할대상이 된다.


이혼소송은 서로의 가슴을 한없이 후벼 파고, 서로의 밑바닥까지 다 보게 되는 가장 힘든 절차다. 조정으로 빨리 끝나지 않는 이상 생각보다 시간도 오래 걸린다. 법이 이혼을 어렵게 설정해 둔 이유는 아마도 숙고의 시간을 거쳐 되도록 가정을 지키고, 상처를 최소화해보자는 의도로 보인다. 졸혼은 나쁘게 보면 법이 정한 까다로운 이혼절차를 우회해 사실상 이혼의 실질을 누리는 것이고, 좋게 얘기하면 허용된 자유 부여, 그간 평생을 함께 동고동락한 배우자에 대한 마지막 배려 내지 존경심의 표현이 아닐까 싶다. 단, 합의되지 않는 일방적 졸혼 선언은 이혼소송을 부를 수 있다.


김민찬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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