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내의 소양강 처녀

정익화 울산생활과학고 교사 / 기사승인 : 2020-05-21 10:4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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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과 여행

춘천이 봄내라는 별칭으로 불린다는 것을 알고 훨씬 정감이 갔습니다. 춘천여중이 남녀공학이 되면서 봄내중학교로 교명이 바뀌었고 봄내 예술제 등으로 봄내라는 예쁜 이름을 사용해 봄에는 춘천을 가고 싶은 생각이 더 들게 됩니다. 


“소양강 처녀” 노래는 1969년 반야월 작사 이호 작곡의 곡으로 소양강댐이 세워지기 전 만들어진 노래라서 아련한 느낌이 더합니다.

해 저문 소양강에 황혼이 지면 외로운 갈대 밭에 슬피 우는 두견새야
열여덟 딸기 같은 어린 내 순정 너마저 몰라주면 나는 나는 어쩌나
아 그리워서 애만 태우는 소양강 처녀


김태희라는 가수(영화배우 김태희와 동명이인)가 불러 히트했는데 여러 가수가 다시 불러 국민 가요가 됐습니다. 황혼, 갈대밭, 열여덟, 순정, 처녀 등 남자들의 마음을 녹이는 단어가 많아 젊은 군인들이 열창하는 곡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춘천에는 소양강 처녀 동상이 두 개가 있습니다. 하나는 춘천역 근처 스카이워크 주변에 있는데 어마어마하게 거대해 위압감을 줍니다. 멀리서 보면 그럴싸한데 가까이 가보면 동상을 올려다봐야 해서 정서적으로 부담이 됩니다. 이탈리아 로마의 조각상처럼, 전제국가의 위대한 지도자 동상처럼 거대하게 만들어 저절로 존경심이 생겨날 것 같습니다. 열여덟 순정 처녀가 아니라 군중을 이끄는 여전사처럼 외모도 서양적인 데다가 받침대를 뺀 동상 높이만 7m여서 아련한 정서를 빼앗아갑니다.

 

▲ 사진1:


그에 비해 소양강댐에는 자그마하고 아담한 우리 주변의 시골처녀같은 소양강 처녀상이 있습니다. 사람 키와 비슷한데 다만 외모를 좀 더 동양적 아니 한국적으로 만들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생깁니다. 조각가들은 8등신에 높은 코와 달걀형의 미녀를 좋아하나 봅니다. 광대뼈가 조금 나오고 통통하며 눈이 작은 전통 미녀는 어디서 볼 수 있을까요?


춘천에는 재미있는 동네 이름이 있습니다. 석사동과 박사 마을입니다. 춘천 교육대학교와 춘천 국립박물관이 있는 석사동은 석사가 많아서 석사동이 아니고 일제강점기 때 행정 개편을 하면서 지석리와 약사리의 일부를 합쳐 한 글자씩 떼어 석사리를 만들었습니다. 일본이 식민통치를 편하게 하기 위해 주변 지리와 방위를 따서 동네 이름을 정하고 마을 구역을 변경하면서 억지로 뜻도 맞지 않는 이름을 붙인 것입니다. 창씨개명과 더불어 창지개명을 해서 기분이 씁쓰레합니다. 


이와는 다르게 서면 금산리에는 박사 마을이 있습니다. “박사 선양탑”을 세우고 수백 명의 박사, 국가고시 합격자, 교장 등을 배출했다하여 명단을 새겨 놓았습니다. 강 건너 춘천 시내까지 3시간을 나룻배를 타고 다니면서도 향학열과 교육열에 불타 많은 인재를 배출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지금도 신혼부부들이 다녀가는 민박과 펜션 모텔 등이 많이 있습니다.

 

▲ 박사마을 선양탑


그런데 대표적인 학자로 5공 시절 정치가(전 국무총리)를 꼽는데 80년 5월 국가보위비상대책위원회에 참여하고 권력에 빌붙은 사람을 치켜세우니 아쉬운 마음이 듭니다. 박사 학위를 따고 높은 관직에 올랐다고 출세한 인물이라고 칭송하기 전에 과오를 짚어 의로움을 강조하면 더 좋겠습니다. 인근에 고려 충신 신숭겸 장군 묘역이 있는데 태조 왕건을 대신해 장렬히 싸우다 죽은 충절을 기리고 있습니다. 누구에게 충성할 것인가를 고민해 볼 지점입니다. 해바라기처럼 권력을 따라 기웃거리지 않고 소신을 갖고 국민을 위해 뜻을 펼칠 훌륭한 박사가 많이 나오길 기대해봅니다.


정익화 울산생활과학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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