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에도 있는 것

황은혜 기억과 기록 회원 / 기사승인 : 2019-03-13 10:4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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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과 기록

어릴 적 만화를 정말 좋아했던 저는 역사 공부도 만화로 시작했습니다. 더벅머리 남자아이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구석기부터 다양한 캐릭터의 왕들이 통치하던 조선 시대, 뾰족한 턱에 콧수염을 기른 일본인 순사가 등장하는 일제강점기까지 각 시대의 굵직한 사건들을 참 재밌게도 풀어 놓은 책이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지금 생각해 보니 역사 감수성을 키워준 고마운 책들입니다. 고고학자가 되겠다는 꿈을 키우기도 했으니 말입니다,


우리는 보통 역사를 가르칠 때 1단원에서 역사시대와 선사시대를 구분하곤 합니다. 문자기록이 남아있는 시대를 역사시대, 그렇지 않은 더 오래전의 시대를 선사시대라고 하지요. 연구에 따르면 이 기간은 수백만 년에 달하는 인류의 역사에서 95%나 차지한다고 합니다. 울산에서 유명한 반구대 암각화나 천전리 각석이 바로 그런 선사시대의 유산입니다.


위의 두 암각화 말고 선사시대를 대표하는 유적에는 ‘지석묘’라는 것이 있습니다. ‘돌을 고였다’하여 고인돌이라고도 불리는 이것은 청동기 시대의 대표적인 무덤입니다. 무덤 안에는 주검뿐 아니라 토기 등 다양한 유물이 들어있어 그 시대의 사회상을 파악하는 데 매우 중요한 자료가 된다고 합니다.


저는 고인돌은 강화도에만 있는 줄 알았습니다. 그래서 10년쯤 전에는 일부러 강화도로 여행 간 적도 있습니다. 아이들에게 가르치던 교과서에 나온 고인돌의 모습은 아래에 두 개의 기둥이 있고, 위에 커다란 돌이 올려져 있는 것이었는데, 마침 강화도에 있다는 설명이 붙여져 있었기 때문이지요. 아주 멋진 돌이었고, 인상적으로 기억되지만, 사실 그때 누가 여기 울산에도 고인돌이 여러 개 있다는 이야기를 해 주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도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실로 ‘고인돌 왕국’이라는 표현을 쓸 만큼 많은 수의 고인돌이 발견되었다고 하는데, 지금까지 남한에서 약 3만여 기, 북한에서 약 1만~1만5천 기에 가까운 고인돌이 발견되었는데, 이는 세계 고인돌의 40% 이상에 해당하는 수라고 합니다. 예로부터 사람들이 모여 살기 좋은 곳이었다고 추측해볼 수 있습니다.


울산에도 고인돌이 있습니다. 교과서에 나오는 강화도의 고인돌과는 사뭇 다르게 생겼지만, 틀림없이 고인돌이라고 이름 붙여진 유산이지요. 포털사이트에서 검색해보면 금방 파악할 수 있는데, ‘고인돌’보다는 ‘지석묘’로 검색해야 더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울주군 상북면 향산리, 언양읍 송대리, 언양읍 서부리, 상북면 지내리, 두서면 복안리, 두동면 만화리, 북구 상안동, 중구 다운동, 중구 장현동 등에 있습니다만 실제로 정비되어 보존되는 것은 몇 개밖에 되지 않는 것 같습니다. 호기심 많은 여행자가 벌써 다녀와서 블로그에 후기를 남겨 놓기도 했는데, 대부분 찾기 어렵다는 말을 많이 씁니다. 겨우 물어물어 찾아가 보니 고인돌인지 아닌지 확인하기도 어려웠다는 내용이지요.


고인돌은 박물관의 전시실이 아닌 자연 현장에서 뚜렷하게 대면할 수 있는 매우 의미 있는 고대 유산이라고 합니다. 주변에 이렇게 많은데도 발굴은커녕 정비조차 되지 않고 있는 것이 매우 안타깝습니다.


자연에서 만날 수 있는 고대 유산이 더 늘어났으면 좋겠습니다. 손으로 만져보고, 느껴보고 시간의 흐름에 따라 자연스럽게 달라지는 모습을 충분히 감상할 수 있는 곳이 많이 생겼으면 합니다. 그러면 역사 감수성 충만한 꼬마 고고학자들도 많이 나타나지 않을까요?


황은혜 기억과기록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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