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책감 들지만 물티슈는 쓰고 싶어(2)

유원진 평판 나쁜 아빠 / 기사승인 : 2019-10-10 10:4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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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일기

지난 호 아빠 일기에선 나의 육아와 삶을 이어가기 위해 얼마나 다양한 일회용품을 일상 속에서 소비하고 있는지 써보고, 그것을 스스로 반성하고 실생활에서 직접적인 행동의 변화를 다짐하며 마무리했다. 그리고 그 후 2주간 어떤 삶의 변화가 왔는지 돌아보기 위해서 다시 같은 주제로 글을 쓴다. 사실 쓸 내용은 많지 않다. 예상했듯이 거의 변화가 없기 때문이다.


자동차 대신 자전거로 출근을 하루 한 것 말고는 나의 생태 발자국(사람이 사는 동안 자연에 남긴 영향을 토지의 면적으로 환산한 수치)의 면적은 더욱 넓어져만 갔다. 물티슈 대신 걸레를 사용하기로 했지만 단 한 번도 걸레는 사용하지 않았다. 아내가 박스로 구매해 놓아 방안 가득히 쌓여있는 물티슈를 보며 일단 사 놓은 것들이니 빨리 써버리자는 핑계로 아주 풍족한 물티슈 소비를 했다.


우리 가족의 주요 동물성 단백질 공급원인 우유와 달걀은 여전히 로켓 배송을 사용했다. 다행인지 배송업체에서 기존에 사용하던 플라스틱 아이스팩 대신에 재활용 가능한 물과 종이를 사용한 친환경 아이스팩을 넣어 조금은 죄책감을 덜었다.


온실가스와 산림파괴의 주원인인 소고기 소비를 줄이고자 소고기는 전혀 구매하지도 먹지도 않았지만, 나와 같이 환경문제를 고민하던 아내는 회사에서 회식으로 소고기를 먹으러 가서 어쩔 수 없이 마음껏(?) 조금만 먹었다고 한다. 정말 어쩔 수 없는 상황이다.


그에 반해 나는 다른 고기를 먹었다. 바로 닭 가슴살이다. 최근에 운동을 시작하며 40대에는 몸짱으로 지내보고 싶다고 아내에게 공표한 후 근육생성을 위한 단백질 공급원으로 닭의 가슴을 선택했다. 소고기보다 훨씬 저렴할뿐더러 닭을 키우기 위한 토지의 면적과 사료가 소를 키우기 위한 그것보다 현저하게 떨어진다는 이유를 들먹이며 자랑스럽게 말이다.


환경보다는 당장 나의 입맛과 몸짱이 되고 싶은 개인적 욕망이 훨씬 앞선다. 우선순위를 매기자면 나와 가족의 풍요롭고 편한 삶이 지구의 환경이나 기후변화보다 한참은 앞선 것이다. 10월임에도 한낮에는 여름처럼 덥고 이제 태풍도 여름이 아니라 가을에 찾아오고 있어 기후변화로 인한 실질적 변화를 몸소 체감하고 있지만, 여전히 우리는 그다지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으며 이 문제는 뒷전으로 밀려난다. 아마 생존이 위협받는 자연재앙이 오지 않는 이상 이런 우리의 태도는 계속될 것 같다. 그래서 더 두렵고 더욱 이 불편한 진실을 외면하고 싶다. 그때가 오면 아마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최근 알프스산맥에서는 특별한 장례식이 열리고 있다. 바로 녹아서 사라져가는 ‘빙하’의 장례식이다. 100년 전만 해도 산과 바다를 온통 뒤덮고 있던 눈과 빙하가 점점 사라져 가며 이를 애도하는 장례식이 잇달아 열리고 있는 것이다. 사라져가는 것이 오직 빙하뿐일까. 하루에도 수십 번의 장례식이 멸종해가는 동식물을 위해 치러져야 할 판이다. 그렇게 되면 우리 인류도 서서히 멸종해 갈지도 모른다.


당장에 나를 괴롭히는 개인적 문제와 욕망의 해결이 환경문제와 같은 거시적 문제들을 얼마나 쉽게 압도하는지 다시 한 번 경험하며 같은 다짐을 해야겠다. 일회용품 사용을 제한하고 육류 소비를 줄이고 자전거로 출퇴근하겠다는 2주 전의 약속들 말이다. 그렇게 계속 다짐하다 보면 나의 일상 속에서 그 중요도가 조금이나마 상승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유원진 평판 나쁜 아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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