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해안쓰레기 문제를 창조적으로 풀어보자

이동고 기자 / 기사승인 : 2019-09-05 10:3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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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로 쓰는 자연 이야기
▲ 해양쓰레기 문제의 심각성에 비해 우리가 대처하는 방식은 너무나 안이하다. 개인 실천은 물론 심각성을 직면하고 알리고 체험하는 보다 적극적인 활동이 요구된다. 울산지역 해안으로 밀려든 쓰레기들, 우리가 버린 플라스틱병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이동고 기자

 

[울산저널]이동고 기자=  봄철 주전바닷가를 걸을 때 조금 특별난 집을 만난 적이 있다. 마당에 핀 사람 키를 훌쩍 넘는 하얀 동백꽃을 쫓아 들어갔는데 마당이 꽤나 넓었다. 주인은 나이든 할아버지로 할머니는 출타중이라고 했다. 겹꽃인 하얀 동백꽃에 관심을 보이자 할아버지가 아주 오래 전 젊었을 때 장에서 직접 사서 심은 것인데 이렇게 자랐다고 자랑했다. 마당에 있는 특이한 바위들은 근처 해안가 도로 공사할 때 파묻히는 것을 주워뒀다고 그 내력을 밝혔다. 돌담 사이사이에는 어디서 주었는지 다양한 낚시 인공찌들이 곳곳에 박혀 있었다.

“아니 이것을 왜 모으세요?”하고 물으니 “그냥 해안가에 버려져 있는 것이 아까워서 모았다”고 했다. “이렇게 돌담에 끼워두니 볼 만하지 않느냐”면서 “납덩이가 물속에 들어가면 별로 좋지 않다”고 나름 환경의식도 가지고 있는 분이었다. 자식들에게 잔소리도 듣지만 할아버지 나름의 창작활동이었다.

“요즘은 물자가 너무 흔하고 사람들이 아낄 줄을 몰라.” 그 짧은 말에 할아버지 생각이 다 들어 있었다. 또 붉은색, 하얀색, 붉은색 등 가지가지 부표들을 줄에 매어 한켠에 매달아 뒀다. 흡사 설치예술을 보는 듯했다. 이 모든 것이 마당이나 적재할 공간이 있어서 가능한 일이었다.
전원생활을 꿈꾸던 사람들이 짓는 집들의 공통점이 있다. ‘전원’만을 생각하고 ‘생활’을 생각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전원생활에는 창고가 가장 중요한 시설임을 잘 알지 못한다. 점차 방 하나가 창고로 변한다. 조금 더 지나면 다른 방 하나가 또 창고로 변한다.

외국 영화를 보면 낯선 풍경이 주택차고지에서 벌어지는 일이다. 차고지는 단지 차를 주차하는 공간만이 아니라 창고 역할, 여러 가지 공구가 가득 찬 작업장 역할을 했다. 완전 실내공간이 아닌 반 바깥의 주차지는 부모와 자식이 창조적인 일로 만나 소통하는 장 역할을 했다. 우리나라에서 개인 차고제를 실시하지 않은 것은 주차 문제만 야기한 것이 아니라 노닥거릴 공간을 상실했다는 점을 안타까워해야 하지 않을까? 놀이터를 잃은 사람들은 아이들이나 어른들이나 모두 건강하지 못하다.
예전의 우리 집들은 모두 광과 창고를 갖고 있었다. 곡식을 쌓아두는 것은 물론 창고에서 소소한 것들은 다 고치고 쓰고 살았다. 광과 창고는 그 이상의 적극적인 소일거리를 만드는 창조의 공간이었다. 그 당시 사람들은 웬만하면 다 만들어 썼다. 낡은 우산이라도 우산대는 썰매칼로, 우산살은 거꾸로 받치면 나물이나 생선을 말리는 건조대로 썼다. 납작하게 두드려 구부리면 낚시 바늘이 됐다. 사람들은 모두 손 감각이 발달해 그 손으로 가마니, 멍석도 짜고 아이들은 제기나 썰매를 스스로 만들어 놀았다.

어렸을 적 고향마을 고모네는 동네 방앗간을 했다. 동네에서 가장 많은 기계부품과 연장이 있던 곳이 바로 고모네 광이었다. 손재주가 좋은 동네아이들은 그 광을 아주 부러워했다. 난 수시로 동네 형들의 꾐에 빠져 제기를 만들 와셔나 개울에 둑을 만들어 물을 퍼낼 삽이나 고무바가지를 들고 나가 자주 야단을 들었다.

우리가 사용하고 버린 쓰레기들은 돌고 돌아 다시 우리에게 돌아온다. 피하고 싶지만 벌서 그 후과를 독특히 치르고 있다. 가장 위협을 느끼는 것이 어족자원이 부족하면 생계에 타격을 입는 해안가 주민들일 것이고 해안선이 아름다운 관광지일 것이다.


자본이 만드는 상품은 긴 유통기간과 간편하고 값싼 포장을 계속 요구하고 있다. 일상에서 목을 축이려고 플라스틱병을 만들 만큼 우리는 플라스틱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근본적으로는 빈병 환수제처럼 페트병에도 환수 금액을 예치해 생산자나 지자체에 일정 부담하게 하고 주워오면 돌려줘 노인들의 일자리로 연결해 강과 바다로 흘러드는 것을 막을 방도를 고민할 수도 있다.

울산엔 자연해안선을 끼고 있는 지역이 많다. 관광객이 많아지면 당연히 쓰레기도 넘치기 때문에 관광지에서 밀려나온 쓰레기가 말끔히 치워진 풍경만 보여줄 게 아니라 우리가 직면한 해양 쓰레기에 대한 경각심을 느끼는 교육 체험의 계기로 삼는 것도 좋지 않을까. 여행에도 아픈 역사를 담은 다크투어리즘이 있듯이 밀려오는 해양 쓰레기를 종류별, 발생지별로 구분하고 자연해안선을 지키고 생태계를 보전하는 배움과 실천을 하는 어촌마을축제를 만들어 보는 것은 어떨까? 또 감각 있는 예술가가 참여해 해안가에 밀려나오는 쓰레기를 재활용하는 문화축제를 열 수도 있다. 우리도 자기가 마실 컵 정도는 갖고 다니는, 불편하지만 깨어있고 일상을 바꾸려고 고민하는 멋진 실천가가 되면 좋겠다.

이동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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