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 사이에 소통이 필요하다

천창수 화암중학교 교사 / 기사승인 : 2020-05-21 10:3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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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톺아보기

2020년 5월 13일 시민단체 ‘정치하는 엄마들’은 ‘자기 팬티 빨고 인증샷 올리기’ 숙제를 내고 부적절한 댓글을 단 울산의 모 초등학교 교사를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하면서 기자회견을 했다. 이 기자회견에서 ‘정치하는 엄마들’은 해당 교사의 성인지 감수성의 결여를 신랄하게 지적했을 뿐만 아니라, 동료 교사와 교사 전체에 대한 비판도 했다.


기자회견문 내용을 보면 해당 ‘교사가 수십 년 간 교단을 지킬 동안, 옆에서 뭣들 했나?’ ‘스쿨미투와 마찬가지로 교육계가 자정능력을 상실했음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동료 교사 및 교직원들은 ○○◌(필자가 이름 지움)의 언동이 아동학대라고 생각치 못했나? 아니면 제 식구 감싸기에 급급했나? 어느 쪽이든 심각한 문제다. 당신들의 머리 속에 아이들의 안전과 행복이 티끌만큼이라도 들어 있었다면, 이런 일이 참담한 사건이 발생했겠나?’ 등인데, 일부 교사들은 너무 심한 것 아니냐며 불편한 감정을 표현하기도 했다.


물론 많은 교사들이 ‘아이들의 안전과 행복’을 위해 나름대로 많은 노력을 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이번 사건을 성인지 감수성이 부족한 한 교사의 일탈로만 보거나 일부 교사만의 문제로 치부하기에는 교육계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정치하는 엄마들’이 지적했듯이, 해당 교사는 이번 일을 몰래 은밀하게 하지 않았다. 자신의 교육방식이라 자랑하면서 공공연히 수십 년 간 해 왔다. 그럼에도 동료 교사나 학교에서 이 사건을 미연에 방지하지 못하고 학부모에 의해 문제가 제기됐다는 사실은 우리 교사들의 세계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증거라고 생각한다.


많은 원인이 있겠지만, 필자는 교육계에 널리 퍼져있는 불간섭의 불문율과 이와 연결돼 있는 ‘협력하지 않는 교사 문화’라고 진단한다. 교사는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국가교육과정에 준해 자신의 책임 하에 지도안을 준비하고 수업한다. 다른 교사가 어떻게 수업하는지 궁금하기도 하지만 굳이 알려고 하는 게 주제넘은 짓이라 생각한다. 수업이라는 행위가 일정한 매뉴얼대로 만들어지는 게 아니고 한 개인의 삶과 경험과 교육철학이 녹아드는 전문적인 행동이기 때문에 다소 이상하게 보이는 수업행위가 있어도 그 교사의 독특한 교육방식이겠거니 생각하기 쉽다는 것이다. 특히 불간섭이 개인주의로 이어지면서 다른 교사와의 소통과 협력이 부족하다는 점도 이번 사건의 하나의 원인이 됐다 생각한다. 교사들끼리 수업을 공유하고 이에 대해 서로 비판하고 평가할 협력적 교사문화가 활발했더라면 이 사건은 초기에 발견되고 비판되면서 해당 교사가 자신의 교육방식을 점검할 기회가 있었을 것이다. 


필자는 재직학교에서 연배가 많고 교직경력이 긴 교사에 속한다. 그래도 젊은 신규교사의 수업방식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함부로 평가하지 못한다. 개인적으로 평가하는 것은 자칫 꼰대로 치부될 수도 있고 젊은 교사의 자존심을 건드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자존심이 중요한 것은 아니지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자존심을 지켜주면서 평등한 교사로서 서로 평가하고 격려하는 교사 문화가 중요하다.


그래서 각 학교마다 교사들이 다양한 모임을 갖도록 제도적으로 갖췄으면 한다. 일부 혁신학교에서는 전체 교사가 함께 하는 ‘다모임’에서 교육철학을 공유하고 학생지도 방법을 의논하고 있다. 주 단위 시간표에서 일정한 시간을 빼내어 교사들끼리 수업이든 학생지도든 학교운영이든 함께 의논하고 결정하는 민주적 학교문화가 바로 협력적 교사문화로 이어질 것이다. 그러면 평등한 위치에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면서 자신이 미처 깨닫지 못한 자신의 문제를 제3자, 동료 교사의 눈으로 발견할 수도 있을 것이다.


교사는 혼자가 아니다. 함께 학생들을 교육하고 함께 책임진다는 제도적인 장치를 각 학교에서 마련했으면 좋겠다.


천창수 화암중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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