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인권선언 71주년, 다시 인권을 선언한다

박영철 울산인권운동연대 대표 / 기사승인 : 2019-12-11 10:3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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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모든 사람은 태어나면서부터 자유롭고 존엄하며, 평등하다.’ 1948년 12월 10일, 유엔은 만장일치로 세계인권선언을 채택했다. 세계인권선언은 법적 구속력은 없지만 다수의 국제조약으로 규범화된 국제인권기준을 창조했으며 각국의 헌법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쳤다. 


세계인권선언은 30개 조로 구성돼 있다. 1조와 2조는 선언의 대전제로서 모든 인간이 보편적인 평등을 공유한다는 점, 이러한 평등은 인간의 존엄성에 기반 한다는 점, 따라서 인권은 어떤 이유로도 누구에게나 부정돼서는 안 된다는 인권의 기본원칙을 규정하고 있다. 


‘모든 사람은 자유롭고 평등하다’는 어찌 보면 너무도 자명한 진리이자 보편적인 가치인 인권을 실현하기 위해 인류는 선언 이후 71년이 지난 지금 이 순간에도 인권이 유린되는 현장에서 세계인권선언을 끊임없이 소환해 호명하고 있다. 


2019년 대한민국을 관통했던 화두는 명백히 혐오와 차별이다. 성소수자와 이주민을 비롯한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를 대상으로 한 혐오와 차별의 언어가 다양한 영역에서 빈번하게 출현하고 더욱 노골적으로 차별과 배제가 자행되고 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인권을 보장해야 할 의무 담지자로서의 국가는 그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다.


“나는 헌법을 준수하고 국민의 자유와 복리의 증진을 위해 노력한다.” 국회법에 따라 임기 초 이와 같이 선서한 국회의원은 과연 어떨까? 2019년 11월 21일, 대한민국 국회의원 44명은 국가인권위원회법 제2조의 차별금지사유 중 ‘성적지향’을 삭제하고 성별을 이분법적으로 규정하는 개악안(안상수 의원 대표발의)을 발의했다. 2017년 9월에 자유한국당 17명이 발의했던 개악안(김태흠 의원 대표발의)에 이어 두 번째다. 울산은 부끄럽게도 박맹우, 이채익, 정갑윤 자유한국당 세 명의 의원들이 참여했다. 국제사회의 수많은 경고에도 헌법에 명시된 존엄과 가치를 부인하며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와 차별을 정당화하기 위해 국가인권위원회법을 개악하려고 한다. 


성적지향을 포함해 어떠한 이유로도 차별해서는 안 된다는 것은 국제인권규범과 우리 헌법에서 천명한 분명한 원칙이다. 사회적 약자를 향한 차별의 시선을 담아 혐오를 부추기고, 사회적 배제를 정당화시키려는 행위는 보편적 인권에 대한 도전이며, 헌법에 대한 명백한 도발이다. 헌법 유린, 국정 농단은 박근혜 시대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결단코 용납돼서는 안 된다. 


보편적인 인권의 가치에 맞서는 이들의 주장은 역진불가한 인권의 역사를 부정하며 과거로의 회귀를 강요한다. 이들 뒤에는 교리에 대한 오인에서 시작된 보수개신교의 맹신과 혼란 속에서 이득을 취하려는 보수언론도 한몫 거들고 있음은 짐짓 예상되는 바다. 인권과 국제규범을 함부로 무시하는 반인권적이고 시대착오적이며 몰역사적인, 암울했던 과거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국가의 인권 보호 책무와 분명한 입장표명이 필요하다.


혐오와 차별을 부추기는 반인권세력에 맞서 이제 단호하게 입장을 표명하자. 가장 앞서 2020 총선, 혐오 없는 선거를 만드는 것으로 시작하자. 선거철이 되면 혐오표현과 선동이 아무런 제재 없이 쏟아져 나온다.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도저히 묵과할 수 없다. 특히 국가인권위원회법 개악안을 통해 인권을 무시하고 사회적 소수자의 존재를 삭제하려 한 자들의 이름을 반드시 기억해야 한다. 다시는 혐오정치의 깃발을 내걸지 못하도록 책임을 물어야 한다.


더불어민주당 서삼석, 이개호, 민주평화당 조배숙, 황주홍, 바른미래당 이동섭, 정운천, 우리공화당 조원진, 홍문종, 자유한국당 강석호, 강효상, 김도읍, 김상훈, 김성태, 김영우, 김진태, 김태흠, 김한표, 민경욱, 박덕흠, 박맹우, 박명재, 성일종, 송언석, 안상수, 염동열, 유지중, 윤상직, 윤상현, 윤재옥, 윤종필, 윤한홍, 이만희, 이명수, 이양수, 이우현, 이장우, 이종명, 이주영, 이채익, 이학재, 이헌승, 장석춘, 정갑윤, 정우택, 정유섭, 정정식, 정점식, 정태옥, 주광덕, 함진규, 홍문표, 무소속 김경진, 이언주.


다시 세계인권선언을 외친다. 누구도 배제되지 않는 평등한 사회를 염원하며 제30조 권리를 짓밟지 않을 책임이 있음을 재확인한다. 누구도 다른 이의 권리를 훼손할 수 없다. 차별받아도 되는 사람은 없다. 성소수자이건, 이주민이건, 나이와 성별, 장애와 관계없이 사람이라면 그 누구도 존엄한 삶을 빼앗길 이유는 없다.


인권의 가치가 존중되는 사회는 공짜로 주어지지 않는다. 인권을 요구하고, 반인권적 행위를 감시하고 비판해야 간신히 얻을 수 있다. 인권의 의무에 충실히 답하지 않는다면 인권은 요원한 ‘무지개’일 뿐이다.


박영철 울산인권운동연대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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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철 울산인권운동연대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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