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이와 스마트폰

도상열 전교조울산지부장 / 기사승인 : 2019-07-05 10:3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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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톺아보기

뒤돌아보면 내가 가장 행복했던 시기가 초등 3학년이 되기 이전의 시기였던 것 같다. 아무 걱정 없이 종일 들과 산으로 뛰어 다니며 놀다가 어머니가 부르는 소리에 집으로 돌아와 저녁 먹으며 졸다가 숟가락 떨어트리기도 했던 그 때 그 시절! 공부하라는 소리도, 숙제도 없었다. TV도 없었다. 아이들은 동네 형들로부터 땅따먹기, 오징어, 깡통차기, 공기놀이, 윷놀이, 연날리기, 팽이치기, 진놀이... 거의 모든 전래놀이를 배웠다. 놀이는 아슬아슬하고 흥미진진했다. 보름달이 떠오르면 온 동네 아이들이 골목으로 나와 술래잡기도 했다. 놀이를 통해 근육발달, 정교성, 협력, 소통, 민첩성 등 학교교육에서 기르려고 하는 능력들을 기른 것 같다.


요즘 아이들은 어디에서 행복을 느끼고 흥미진진한 경험을 하며 근육을 발달시키고 소통하고 협력하는 방법을 익힐까? 마을공동체는 해체돼 어린이 관계망과 놀이문화가 사라진 요즘 어린이들은 짜인 학습 스케줄을 통해 모든 것을 익힌다. 놀이도 학습을 통해 익힌다. 또래들과 스스로 만드는 관계는 짜인 일정을 마치고 나서 컴퓨터나 스마트폰 속에서 이루어진다. 마을에 또래들이 모이지 않으니 디지털 세계를 통해 또래를 만난다. 그곳에서 흥미와 행복을 느낀다. 시골 아이들도 예외는 아니다. 심지어 유아들도 스마트폰을 가지고 논다. 거리나 KTX, 식당에서 종종 마주치는 장면 중 하나가 엄마의 스마트폰을 들고 있는 아이의 모습이다. 어른들끼리 대화를 위해, 주변 사람들에게 폐를 끼치지 않기 위해 아이 손에 폰을 쥐어준다. 아이는 디지털 유전자를 가지고 태어난 듯 스마트폰을 몇 시간이고 가지고 논다. 


유럽 교육기행을 다녀온 적이 있는데 유럽 부모들은 아이들에게 휴대폰을 일찍 사주지도 않고 게임이나 스마트폰 사용을 절제시킨다. 학교에서도 멀티미디어실이나 스마트 도구를 활용한 수업에는 적극적이지 않았다. 네덜란드의 교실에는 아주 작은 TV 한 대만 설치돼 있었고 연간 수업료가 8000만 원이나 되는 영국의 사립학교도 마찬가지였다. 빌게이츠나 스티브 잡스 같은 사람도 자기 어린 자녀들에게는 스마트폰을 주지 않았다고 한다. 


놀이시간의 거의 대부분을 스마트폰이나 게임으로 보내는, 보낼 수밖에 없는 우리 아이들! 어릴 때 게임이나 스마트폰에 많이 노출된 아이들은 전두엽 발달이 잘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학자들은 주장하는데 세상은 점점 디지털 환경으로 바뀌고 있다. 물건이나 서비스의 구입, 의사소통, 스마트 협업, VR과 AR을 활용한 교육... 전두엽의 미발달은 공감능력 부족, 타인과의 협력 장애 등 다양한 사회문제를 발생시킨다. 이 난제를 어떻게 풀 것인가? 


먼저 초등학교 4학년 이전까지 디지털 기기를 활용한 교육은 엄격하게 제한하고 부모교육을 통해 스마트기기가 아동발달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교육해야 한다. 초등학교 4학년 단계에서부터 모든 아이들이 공교육을 통해 체계적으로 디지털 세계를 익힐 수 있도록 교육과정에 반영하고 부모들이 교육과정에 신뢰를 보낼 수 있도록 해주어야 한다. 초등학교 단계에서는 기초, 기본만 배울 수 있도록 하고 중, 고등학교에서 단계를 높여가야 할 것이다. 


둘째, 지자체에서는 어린이 놀이 공간, 놀이터의 개념을 새롭게 해 아이들이 마을에서 마음껏 뛰어 놀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면 좋겠다. 개체발생은 계통발생을 반복하듯이 인간발달의 과정은 수십만 년 인간진화의 과정을 반복한다. 어린아이들은 스포츠보다 놀이를 즐길 수 있도록 놀이공간도 바뀌어야 한다. 


셋째, 아이들에게 스스로 놀 수 있는 시간을 주자. 학령기 이전의 아이들에게는 거의 대부분의 시간을 스스로 놀 수 있게 하고, 학령기 아이들에게도 스스로 놀 수 있는 시간을 주자. 아이들 안전이 강조되면서 아이들 스스로 놀 수 있는 공간과 시간은 대폭 줄었다. 모든 과정이 통제 아래 있어야 부모들은 안심하지만 작은 위험은 스스로 대처하며 관리할 수 있도록 해야 큰 위험에서 자신을 지킬 수 있다. 잘 노는 아이가 집중력도 놓고 위기관리 능력도 뛰어나다. 


넷째, 행정당국과 기업체, 노동조합이 협약을 맺어 신혼부부를 위한 체계적인 부모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할 것을 제안한다. 사측은 교육 프로그램 참여를 보장하고 지자체는 교육 프로그램을 마련하며 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한 부모들에게는 더 나은 프로그램에 참여할 기회를 줘 부모효율성 훈련을 체계적으로 시켜주면 좋겠다. 급격하게 변하고 있는 세상에서 우리 아이들을 안정적으로 양육할 수 있는 부모교육과 마을공동체 형성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관이 나서지 않으면 혼란은 계속될 것이고 결국 모든 부담은 학교로 전가될 것이다.


어린이 발달의 가장 핵심적인 시기는 초등학교 3학년 이전이다. 가정과 마을의 문화, 부모와의 애착기간, 유아기 또래집단과의 놀이가 인간발달의 전제조건인데 이 기간에 대한 행정당국의 고민이 특화될 필요가 있다. 이 시기에 대한 고민 없이 학교교육만을 통해 교육적인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은 밑 빠진 독에 물붓기와 같다.


도상열 두동초등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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