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일> 세월호 참사 5주기에 초대 받다

배문석 / 기사승인 : 2019-04-10 10:3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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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덕후감

이종언 감독이 준비한 고마운 초대장

 

어느새 5년이다. 누구는 ‘아직도’냐고 묻지만 우리 마음 한편에는 여전히 노란 리본이 매여 있다. 그리고 세월호 참사는 시간이 이만큼 지나 생각해도 가슴이 아릴 만큼 큰 사건이었다. 과거 성수대교와 삼풍백화점 붕괴 참사 때와는 다른 결의 먹먹함이 있다. 그날 오전 한 줄의 TV 뉴스 소식은 ‘전원 구조’였다. 하지만 채 얼마 되지 않아 깊은 바다 속으로 수장돼가는 생명들을 목격하지 않았던가.


이런 사회적 참사 그리고 트라우마의 치유는 쉽지 않았다. 이전 정권에서 꾸렸던 진상조사위는 파행으로 흘렀고, 국회 여야 공방은 실속이 없었다. 더구나 세월호 유가족의 가슴에 대못을 박는 행동들도 얼마나 많았던가. 그 아픈 시간들을 덮었던 노란 리본의 마음을 담아낸 영화가 바로 <생일>이다.

 


감독 이종언은 2015년 여름부터 안산에 있는 ‘치유공간 이웃’을 찾아 유가족들과 함께했다고 한다. 그 공간에서 만난 사람들을 통해 겪고 들었던 이야기들이 영화의 장면으로 재구성된 것이다. 아울러 밖에서 던져지는 곱지 않은 시선까지도 담담하게 채워낼 만큼 무게 중심을 고민했다.


세월호 참사를 담되 직접적으로 사건을 보여주진 않는다. 극중 인물들의 대사에서도 세월호가 직접적으로 언급되지 않는다. ‘세월호’라는 단어를 등장시키기보다 암시하는 여러 상징들이 나타난다. 주인공의 시선을 관객의 눈높이에 맞추고 ‘생일’의 주인공을 유가족으로 한정하지 않았다.

 


주인공 정일(설경구)은 아들이 세상을 떠난 날 자리를 지키지 못해 슬픔과 함께 늘 미안함까지 지고 살아왔다. 아내이자 엄마인 순남(전도연)은 그림을 안고 슬픔을 묵묵히 견뎌 왔다. 동생 예솔(김보민)은 오빠와의 행복한 기억을 잊지 않으려 애쓴다. 이들이 생일 모임에 참가하면서 실제 유가족과 희생된 학생들의 친구들을 만난다. 끊지 않고 길게 찍은 이 장면은 배우들 그리고 보는 관객들에게 모두 위로의 장소이자 치유의 시간이 됐다. 그리고 통곡하는 목소리가 없는 대신 담담한 성찰이 더해졌다.

 


물론 마음이 아파서 극장을 찾지 못하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스크린을 마주하는 관객들은 등장 인물들의 아픔을 공감하게 된다. 관심은 있으되 거듭돼온 시간 속에 회피해왔던 이들이라면 한발 떨어져 객관적으로 돌아볼 기회가 된다. 그 무엇이든 모든 게 5년 전 4월을 겪은 뒤 살아가는 우리 모두의 모습일 것이다.

 
결국 이번 <생일>의 초대는 참 고마운 것이다. 그리고 그 날 이후 봄이 오면 먹먹함을 안고 버텨온 이들의 손을 붙잡고 가고픈 자리다. 광화문광장의 세월호 분향소 위패를 정돈하고, 곳곳에 붙었던 노란 리본이 줄어든 때에 만난 소중한 갈무리 아닌가.

 


배문석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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