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쉬킨의 실연의 아픔을 노래한 ‘나는 당신을 사랑했습니다’

류준하 음악애호가 / 기사승인 : 2019-06-12 10:2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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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에 반하다

서양음악 역사를 통해 가장 많은 가곡 작품을 남긴 사람은 슈베르트다. 600여 곡에 이르는 가곡을 작곡한 그는 괴테나 셰익스피어처럼 위대한 문학가를 비롯해 이름이 크게 알려지지 않은 수많은 시인들의 작품에도 곡을 붙였다. 그 뒤를 이어 슈만과 브람스, 리하르트 슈트라우스도 가곡 세계에서는 빠져서는 안 될 중요한 작곡가로 자리하고 있다.


낭만주의 시대 음악에서 가곡이 차지하는 상징성은 결코 가볍지 않았다. 독일을 넘어 이웃나라인 프랑스, 이태리, 스페인 그리고 영국 작곡가들도 작품의 수가 많거나 적은 차이가 있을 뿐 저마다 가곡을 썼다.


가곡이라는 장르에 빠질 수 없는 또 다른 나라로 러시아가 있다. 지금까지도 러시아를 대표하는 작곡가로 명성이 높은 차이코프스키나 라흐마니노프, 그리고 국민주의 음악의 기치를 내걸었던 ‘러시아 5인조’ 멤버인 보로딘과 림스키-코르사코프, 무쏘르그스키도 가곡을 남겼다. 이들보다 두 세대 넘게 차이 나는 쇼스타코비치나 스비리도프 역시 예외가 아니다.

 
러시아 출신 작곡가들이 쓴 가곡의 중요한 원천은 이 나라의 가장 위대한 문학가로 평가받고 있는 알렉산드르 푸쉬킨이다. 러시아의 웬만한 도시에서 그의 동상이 세워진 공원을 쉽게 발견할 수 있을 만큼 푸쉬킨은 러시아인들의 삶 속에 크나큰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 알렉산드로 푸쉬킨


차이코프스키의 가장 위대한 오페라인 <예프게니 오네긴>는 푸쉬킨의 동명 운문소설에서 가져왔고, 또 다른 오페라인 <마제파>, <스페이드 여왕>도 역시 푸쉬킨의 문학에서 소재를 가져왔다. 이 밖에도 글린카의 <루슬란과 루드밀라>, 무쏘르그스키의 <보리스 고두노프>, 림스키-코르사코프의 <황금닭>, 라흐마니노프의 <알레코> 같은 러시아를 대표하는 오페라 작품들도 모두 푸쉬킨의 작품을 바탕으로 쓰였다.

 

▲ 음반들


이러한 푸쉬킨의 문학을 바탕으로 한 오페라와 가곡의 상당수가 어쩌면 자전적인 내용이라고 할 수도 있을 남녀 간의 러브스토리를 담고 있다.

나는 당신을 사랑했습니다.
사랑은 아직, 아마도 내 마음에서 완전히 꺼지지 않았을 거예요
하지만 내 사랑이 더 이상 당신을 속태우게도,
그리고 그 무엇으로 슬프게도 하고 싶지 않습니다
나는 그대를 말없이, 바라는 것 없이 사랑했습니다
때로는 수줍음이, 때로는 질투가 나를 괴롭혔지만
나 그대를 그토록 진정으로 그토록 간절히 사랑했습니다
다른 이들에게도 그대가 부디 사랑받기를 바랄 만큼

(김미연, 김영엽 번역 인용) 

 

▲ 키프렌스키가 그린 안나 올레니나의 초상화

자신의 삶을 파멸로 몰아간 원인 제공자 중 한 명으로 추정되는 절세미녀 나탈리아 곤차로바와 결혼하기 전 푸쉬킨은 러시아 예술원 원장의 딸인 안나 올레니나와 불같은 사랑에 빠졌다. 하지만 러시아 황실의 요주의 인물에다 신분상의 차이로 두 사람의 사랑은 끝내 이루어지지 못했다. ‘나는 당신을 사랑했습니다’는 그런 푸쉬킨의 치유 받을 수 없는 실연의 고통을 노래한 시다. 그 뒤 보리스 세레메쳬프라는 작곡가가 여기에 곡을 붙였는데 지금까지도 러시아 사람들에게 널리 사랑받고 있다. 올레그 뽀구진이나 블라디미르 디뱌또프 같은 유명한 가수들의 음반도 나와 있지만 특이하게도 국내 첼리스트 박경숙의 ‘러시안 로망스’라는 음반에 이 곡의 편곡 연주가 수록돼 있어 눈길을 끈다.


류준하 음악애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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