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게인 1989, ‘DMZ 평화 인간 띠 잇기’

최병문 논설위원 / 기사승인 : 2019-04-10 10:2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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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병문 정치칼럼 ‘사람세상’

1989년 한반도와 발트3국의 민중들은 각각 민족의 자주 독립과 자유를 위한 숭고한 운동을 시작했다. 한반도의 문익환 목사가 3월 25일 북한의 초청을 받아 먼저 평양을 방문했다. 3월 20일 ‘장길산’의 작가 황석영도 분단 이후 남한 작가로서는 처음으로 북한을 드나들었다. 문익환 목사 방북 석달 뒤에는 전대협에서 파견한 대학생 임수경이 평양에서 열린 세계청년학생축전에 참가하기 위해 북한으로 넘어갔다가 미국에서 입북한 문규현 신부와 함께 판문점 군사분계선을 넘어 귀환했다. 대북 접촉 창구는 오직 정부밖에 인정하지 않았던 노태우 정부는 이들 민간인 방북을 국가보안법상 ‘이적행위’로 처벌하여 모두 감옥에 가뒀다. 남북 분단의 벽을 넘어 민간통일운동의 길을 열겠다는 그 숭고한 생각을 가차 없이 처벌한 것이다.


“난 올해 안으로 평양으로 갈 거야 / 기어코 가고 말 거야 이건 / 잠꼬대가 아니라고 농담이 아니라고 / 이건 진담이라고…” 문익환 목사가 1989년 새해 벽두에 쓴 시 ‘잠꼬대 아닌 잠꼬대’의 한 대목이다. 당시 노태우 정부의 허가 없이 민간인이 독자적으로 북한을 방문한다는 것은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그의 시 마지막 연을 읽어보자. “난 걸어서라도 갈 테니까 / 임진강을 헤엄쳐서라도 갈 테니까 / 그러다가 총에라도 맞아 죽는 날이면 / 그야 하는 수 없지 / 구름처럼 바람처럼 넋으로 가는 거지.” 그는 결국 바람처럼 넋으로 가지 않고 멀쩡한 몸으로 평양을 다녀왔다. “본래 땅 위에는 길이 없었다. 걸어가는 사람이 많아지면 그것이 곧 길이 되는 것이다”는 중국 작가 루쉰의 말대로 문익환 목사는 뜨거운 가슴으로 민족자주의 길을 열기 위해 목숨을 걸었다.


1989년 8월 23일, 발트해 연안의 에스토니아, 라트비아, 리투아니아 3개국 민중들은 200만 명 이상이 서로 손을 잡고 길이 600km에 이르는 인간 띠(human chain)를 만들었다. 소련의 탱크에 맞서 그들은 손과 손으로 전해지는 따뜻한 체온을 무기로 저항했다. 가장 원초적이고도 민주적인 의사표시 방법인 인간 띠 잇기를 통해 발트3국 국민들은 굳건하게 연대하여 마침내 소련으로부터 독립을 쟁취했다.


문익환 목사와 발트해 3국 민(民)주도 운동의 전통을 이어받아 ‘DMZ 평화 인간 띠 잇기’ 행사가 대한민국 비무장지대에서 열린다. 우리나라 DMZ는 휴전협정에 의해 휴전선으로부터 남북으로 각각 2km 구역이 지정되어 군대의 주둔이나 무기의 배치, 군사시설의 설치가 금지된 곳이다. 지난해 DMZ 내 감시초소(GP) 철거 과정에서 나온 철조망을 녹여 ‘DMZ 평화의 종’이 제작되기도 했다. 분단의 상징이었던 DMZ가 오늘날 남북 군사 긴장 완화에 힘입어 평화와 생명의 공간으로 재탄생되고 있는 분위기다. 이에 부응해서, 4월 27일 오후 2시 27분에 남북정상회담 1주년과 판문점 선언 기념의 일환으로 DMZ에서 ‘평화 인간 띠 잇기’ 행사가 열린다.


대북제재로 남북 관계를 규제하려는 미국의 눈치는 더 이상 보지 말고 해야 할 일은 하자. 워렌 버핏, 조지 소로스와 함께 이른바 ‘세계 3대 투자가’로 주목 받는 짐 로저스 회장은 한반도에서 5000년을 잘 살아온 한국이 스스로의 운명을 자주적으로 결정하지 않고 왜 미국이 하라는 대로만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짐 로저스 회장은 문재인 대통령이 현재 할 일로서 ‘남북 두 정상이 합의하여 38선 국경을 열고 남북 주민들이 자유 왕래하도록 할 것’을 주문할 정도로 민족자주 정신 발휘를 촉구했다.


지난해 4월 27일, 판문점 군사분계선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서로 악수하며 환하게 웃는 모습, 함께 군사분계선을 넘어갔다 오는 장면 등의 기억이 가슴 벅차게 떠오른다. 남북정상이 합의한 판문점선언, 평양공동선언 이후 많은 변화를 느끼지만, 여전히 개성공단은 멈춰있고, 금강산 관광도 갈 수 없다. 대북제재로 인해 주춤한 한반도 평화번영 프로세스가 다시 활기를 띠도록 ‘DMZ 평화 인간 띠 잇기’ 행사에 적극 동참하자.


강화도에서 고성까지 DMZ 평화누리길 500km 구간에 1m 간격으로 50만 명이 손에 손을 잡고 인간 띠를 형성할 것이다. 남북 평화 통일을 향한 한국인의 의지를 전 세계에 알리고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에 대한 국제적 지지 여론을 얻고자 시민단체들이 기획한 것이라고 한다. 4월 27일, 봄볕 따스한 날 온갖 생명이 뽐내는 비무장지대로 가서 모두 함께 손에 손잡고 평화를 노래하자. ‘꽃피는 봄날, DMZ로 소풍가자’는 슬로건이 정겹다.


최병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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