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책과 인권친화적 학교문화

이창숙 어린이책시민연대 활동가 / 기사승인 : 2022-01-18 10:2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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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시민교육

어린이책은 어린이만 보는 책이라는 편견이 있다. 아마 성인문학에 비해 아동문학을 낮게 보았던 문화도 일조했을 터다. 하지만 <내 이름은 삐삐롱 스타킹>으로 유명한 스웨덴 출신의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작품이나 국내 어린이책 작가들의 새로운 관점을 담아낸 작품들을 보면 어린이문학이 결코 성인문학에 뒤떨어진다 할 수 없다. 어른인 나 또한 어린이책을 읽기 전에는 어린이책에 대한 편견이 있었음을 고백한다.


10년 넘게 어린이책을 읽고 토론한 경험은 어린이책도 다양한 텍스트 중 하나이며 어린이, 어른 모두 즐길 수 있는 문학임을 알게 해줬다. 또한 어린이 주인공이 세상을 살아가는 모습을 통해 어른인 내가 배우는 것도 많고 어린이가 어른의 소유물이 아닌 독립된 하나의 주체임을 알게 된 것이 가장 큰 혜택이라 생각한다. 이런 생각의 변화는 어린이·청소년의 약자성과 시민성에 관심을 갖게 되고 그들의 권리 향상을 위한 활동으로 나아가게 했다. 그 활동의 하나가 인권친화적 학교문화에 관한 활동들이다.


작년 11월 3일 학생의 날을 맞아 학생을 비롯한 시민들의 오랜 염원인 학생인권법(학생인권 보장을 위한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이 국회에 발의됐다. 교육의 기본틀을 규정한 초·중등교육법에 학생인권 침해 행위 명시, 교육청의 학생인권조례 제정 책임, 학생인권옹호관, 학생회 법제화, 학교운영위 학생참여 보장 등의 내용을 담고 있어 학생인권조례가 없는 울산에 사는 나로서는 학생의 존엄을 보장하는 기본틀을 마련하는 것에 큰 기대가 됐다.


울산도 인권친화적 학교문화를 만들기 위한 노력은 계속하고 있지만 학생인권조례 제정 운동은 2010년에 한 번 무산됐고, 2017년에 최유경 시의원과 인권단체, 학부모단체, 교원단체들이 조례제정을 시도했으나 보수 세력의 반대에 부딪혀 무산됐다. 이 상황을 우회해서 2019년부터는 인권침해적 학칙과 생활규정을 살펴보고 적절한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일선 학교에서 시정을 권고하는 활동을 벌이고 있다. 주로 두발, 복장, 휴대폰 소지, 이성 교제, 소지품 검사, 상벌제 등을 중심으로 점검했다. 학교생활규정과 학칙을 모니터링하고 가이드라인을 만든 작업에 참여하면서 좋았던 것은 여전히 어른으로서 학생은 이래야 하지 않을까 또는 이 정도 규제해도 되지 않을까 등 내 안에서 일어나는 갈등들을 다시 돌아보게 된 거였다.


첫째, 어른인 나는 머리를 어떻게 해야 할지, 무슨 옷을 입을지를 결정할 때 “이런 게 어때”라는 제안을 받거나 사회적 시선에서 스스로 한계를 정할지언정 대신 결정해주거나 통제당하지 않는다, 그런데 유독 학생의 두발, 복장 자율화에는 뭔가 개운치 않은 생각이 올라오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두발, 복장에 대한 규제는 학생 신분임을 명확하게 알고 딴짓하지 말고 공부만 하라는 메시지라 생각된다. 학교 앞 교문 지도는 몸과 마음에 대한 결정을 학생이 할 수 없게끔 해 결정의 주체가 아닌 눈치 보기 기술만 배우게 하는 게 아닌가 싶다. 권리를 행사해 봐야 시행착오도 겪으면서 책임도 스스로 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생활규정의 내용이 학생이 자기 몸과 마음의 주인이 되는 것을 막는 것이라면 민주적 시민으로서 자라기를 바라는 교육목표에도 도달하지 못할 것이다.


두 번째, 교사, 시민단체들과 생활규정 가이드라인을 만들 때 항상 단서 조항을 달게 됐다. ‘OO은 모두 자율화하되, 제한을 둘 시 교사, 학부모, 학생의 의견을 반영하여 자율로 결정한다’는 조항이었다. 공동체의 규율을 정할 때 구성원들의 토론과 민주적 합의, 자율 등은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민주적으로 합의된 사항이면 두발이나 복장을 규제해도 되는가? 예로 아침을 먹을지 말지, 외투를 입지 말지는 내가 결정하면 되는 것이다, 학생이 머리를 어떻게 할지 무슨 옷을 입을지 결정하는 것은 학교가 아닌 학생 개인이며, 학생의 개성을 실현할 권리로 합의의 사안이 아님을 인식하는 것이 우선이 아닐까 싶다. ­


셋째는 소지품 검사였다. 어른인 나는 어떤 범죄적 또는 불법적 행위를 하지 않는 이상 소지품 검사를 당할 일은 없다. 지금까지 학생인권에 대해 공부해 왔으면서도 ‘학교의 장 또는 교직원은 학교의 안전을 위협하는 긴급한 상황에서 학생의 동의를 얻어 할 수 있다’는 조항에는 ‘그래도 되지 않을까’하고 마음이 끌려 혼란스러웠다. 그런데 올해 1월 4일 부산시의회에서 발의된 학생인권조례안에 대해 ‘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 부산지부’에서 올린 의견서는 내 혼란을 잠재워 주었다. 의견서는 ‘학교의 장 및 교직원은 학생의 동의 없이 소지품을 검사하거나 압수해서는 아니 된다’고 소지품 검사 불가를 분명하게 밝혔다. ‘학생과 교직원의 안전 확보와 건강 보호 등의 필요성을 교직원 또는 학교의 장이 자의적으로 판단할 것이 아니라 경찰, 사법기관 등 헌법과 사회적으로 안전과 질서유지의 업무를 부여받은 공권력이 하는 것이 바람직’함도 명확하게 밝혔다. 그래, 학생도 대한민국의 한 성원으로 내가 누리를 권리를 그대로 누려야지!


학생은 일방적인 통제나 규제를 강요받아야 하는 존재가 아닐뿐더러 각자의 의견을 가진 하나하나 독립된 주체다. 서로 동등하게 의견을 주고받는 존재로 어린이, 청소년을 인식한다면 어린이, 청소년을 함부로 대하지 않을 것이다.


인권이 별다른 것이 아니라 어떤 통제나 위협으로부터 나를 부정하거나 주눅 들지 않고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는 것이 인권이라 생각한다. 공동체는 개개인의 행복을 최우선으로 생각하고 여러 가지 제도나 규정들을 고민해야 할 것이다. 학생인권법 발의와 부산학생인권조례 제정 등은 학생들이 행복하게 살 수 있는 기준을 마련하는 것이라 지지하며 그 바람이 울산에서도 불길 희망해본다.

 

이창숙 어린이책시민연대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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