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운동가, 간호사 정종명

백승아 기억과기록 회원 / 기사승인 : 2020-09-02 10:2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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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과 기록
▲ 일제 주요감시대상 인물카드 속 정종명

 

찜통더위 속에서 일부러 옷을 더 겹겹이 입어야 하는 분들이 있다. 방호복 속에서 땀이 폭포수처럼 쏟아지는 간호사들이다. 이렇게 전염병과 싸우는 오늘의 간호사들처럼, 100여 년 전 우리 사회를 병들게 한 식민지 권력과 싸운 간호사가 있다. 독립운동가, 정종명을 소개한다. 


정종명은 1896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배화학당에 입학했지만 가정 사정으로 중퇴했다. 결혼한 지 3년 만에 남편이 병으로 사망했고 아들이 한 명 있었다. 이후 기독교 전도사로 활동하던 그는 1917년, 세브란스 간호부양성소에 들어갔다. 당시 간호인력난이 심각해서 학생 때부터 병동에 투입됐다. 그러나 간호사들의 고된 업무에 대한 적절한 대우는 이뤄지지 않았다. 그러자 정종명은 이를 개선하고자 동맹휴학을 일으켰다. 간호사들의 파업으로 병원을 멈추게 하는 일은 처음 있는 일이었다. 


1919년 3.1운동이 일어나자, 세브란스 병원은 운동을 준비하는 주요 근거지 중 하나가 됐고 정종명을 비롯한 간호사들도 독립운동에 나섰다. 민족대표 33인 중 한 사람이자 세브란스병원에 근무하고 있던 이갑성이 정종명에게 운동과 관련된 중대 서류를 맡기기도 했다. 또 3.1운동 학생 지도부 강기덕은 일제의 감시를 피해 병원에 위장 입원하고 있으면서 정종명을 통해 운동 관계자들과 연락을 취했다. 정종명은 3.1운동과 관련된 혐의로 경찰서에 잡혀가 고초를 겪었다.


그는 1920년 세브란스병원 간호부양성소를 졸업하고 내과의원에서 간호사로 일했다. 일을 하면서도 조선총독부의원 부속 조산부양성소를 다녀 조산부면허를 취득했고, 조산원을 개업한다. 이후 정종명은 사회운동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선다. 먼저 ‘여자고학생상조회’를 만들어 가난한 여학생들을 돕기 시작했다. 1922년 4월 1일에 창립 후원금을 모으기 위해 전국순회강연회를 진행했다. 정종명의 거침없는 강연은 청중들을 감동시켰다. 그는 ‘여성해방’을 통한 여성들의 실력 양성은 곧 ‘민족해방’을 위한 길임을 외쳤다.


정종명은 조선인 간호사들을 위한 조직으로 ‘조선간호부협회’를 조직했다. 초대 회장은 동대문부인병원 간호부양성소를 졸업하고 태화여자관에서 보건간호사업에 종사하고 있던 한신광이 맡았다. 1925년 전조선여자웅변대회에서 한신광은 조선간호부협회를 대표해서 외쳤다. “간호자는 병자의 생사를 쥐고 있습니다. 간호자는 전문기술을 가진 간호부라야 됩니다. 사람이 병을 얻으면 세상만사가 귀찮지 않습니까. 하물며 보통병자도 이와 같거늘 사회적 병인은 누가 간호하여야 되겠습니까? 사회적 병인도 우리가 간호할 의무가 있습니다!” 


사회적 병인을 간호하기 위해 그는 ‘조선여성동우회’ 창립에 나선다. 그리고 1927년 신간회가 만들어질 때 중앙상무위원을 맡았으며, 전국의 여성운동 단체를 통합한 근우회 제2대 중앙집행위원장이 됐다. 전국을 누비며 강연한 정종명은 울산에도 방문했다. 1930년 10월 16일 근우회 울산지회 설치를 위해 중앙본부에서 정종명이 파견돼 회의를 연 것이다. 울산청년동맹관에서 오후 8시부터 ‘조선 여성의 당면문제’라는 제목으로 정종명의 강연회가 열렸는데 청중이 만원을 이뤘다. 다음 날은 언양에서 ‘조선 여자의 처지와 그 사명’이라는 제목으로 강연회를 열어 대성황을 이뤘다 한다. 


1930년 8월 정종명은 조선공산당재건설준비위원회에 참여했고, 1931년 조선좌익노동조합전국평의회 조직준비회가 결성되자 중앙상무위원으로 노동조합 내 부인부를 맡아 지도하는 일을 했다. 그러나 이 활동으로 1933년 4월 체포됐고, 1934년 6월에 3년형을 선고 받았다. 옥중에서도 정종명은 동료 여성수감자들을 간호하는 일을 계속했다. 사회주의 계열 운동가인 정종명의 해방 이후 기록은 찾기 어렵다. 


정종명은 자신이 받는 부당한 대우에 저항하는 것을 시작으로 자신이 속한 더 큰 공동체를 위한 일에 투신했다. 그의 삶에 대한 존경과 감사의 마음은 오늘도 공동체를 위해 자신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는 의료인들에게로 향한다. 그리고 정종명의 뒤를 잇는 후배 의료인들에게 그의 이야기가 응원과 위로가 되기를 바란다. 조선간호부협회를 조직했고 나아가 조선여성동우회, 근우회를 조직해 여성해방, 민족해방을 외친 독립운동가 정종명을 기억하며 기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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